예술을 위해 입사한 기업, 림버스 컴퍼니.

시계 대가리랑 빨간 눈깔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해 마지못해 그 따르는 날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느때와 같이 빨간 눈깔이 물고 온 일거리, '만.단.지.예, 멍청한 놈들에게 예술을 보여주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녀석들을 머릿속에서 잘라내고 고치기를 반복하니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가 자리에 멈췄다.

운전수 꼬맹이가 평소보다 일찍 도착해 대기를 해야되는 상황, 입이 근질거려서 벌.양한테서 한개 뺏은 뒤 버스 바깥에서 연기로 몸을 가득 채우려고 했었다.


뒤에선 또 도야지 같은 년놈 둘이서 시끄럽게 싸우는 것을 보고 당장이라도 더 빨리 나가려고 발을 옮기자. 시계 대가리가 샌님이 만든 거울을 만지작 거리다 나는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보았다.


"......."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알 수 있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대태도는 주위에 보이지 않았다.

오직 단 둘만이 있었다.

한 아름 가득 소중하게 품은 포대기, 한 아이의 엄마가 있었다.


"자장 자장 데구르르"


두송이의 꽃이 피었다.


.

..

...

<....슈>

<...ㄹ...슈>

.

.

.

<료슈...!>


그녀가 흩어져버리자 익숙한 버스의 내부가 보였다. 머리에 안개가 뿌옇게 끼어서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기웃거리며 머리를 들이대는 시계 대가리에게 "닥.비..!" - 닥치고 비켜 - 라고 일갈 하며 옆으로 치우자 <걱정해줘도 뭐라 그래...> 라는 불평소리를 뒤로 하고 버스 밖으로 나갔다.


".... " - 썩을 -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흔들리는 손이 라이터 불조차 키지 못하자 분노가 기어올라왔다. 작고 긴 담배가 숨이 막혀 질식할 거 같은 나에겐 유일한 동앗줄 같이 보였다.


"후우..."


망할 손을 붙잡고 각고의 노력 끝에 하얀 대롱에 불이 당겨지고 깊게 들이쉬자 만족감이 몸에 깃들었다. 막혔던 숨이 쉬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 타버린 꽁초를 내던지고 짓이겨버렸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손은 여전히 자그맣게 떨려왔다. 머리로 잊으려고 노력해도 기억하라는 것 마냥


"아니 그렇게 급했던 양반이 멍하니 서있다니 별 일이구만"

"입.다.벌.양"


뺏긴 담배에 대해 꽁해있는지 신경을 긁는 저 녀석도 담배 한 개피를 꼬나물고 불을 당겼다.


"후우..."


연기가 허공에 흩날렸다. 자주 맡아서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우욱..."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무겁고 숨을 막히게 할 정도로 악취로 느껴졌다.

.

.

.

그 이후로 더 이상 손이 담배로 가지 않았다. 금연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렇지만 여전히 토악질이 나올 악취로 느껴져서 벌레 양반 곁에 다가가지 않으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둥아리 시끄럽게 놀리는 녀석들이 말을 걸어왔으나 결국 제풀에 지쳐나가 입을 다물었다. 숨이 막히고 추워서 눈을 감았다.


"엄마에요~"


그녀는 칼 대신 붓을 쥐고 캔버스에 앉아있었다. 두 사람 밖에 없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두사람 말곤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아이는 그 사랑에 답했다. 이윽고 캔버스 빈공간에 하나 둘 씩 채워져간다.


"하...핫"


웃음이 나왔다. 캔버스를 채우는 그녀가, 채워져가는 캔버스가 너무 아름다워서.

활짝 피어나는 꽃 두송이를 보고 나는....그 자리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모.불.아.위" - 모든것을 불살라서라도, 아름다움(아이)을 위해 -


나는 불길 속에서 지옥을 그려냈지만 그녀(나)는 예술(아이)에게서 천당을 그려냈구나.

이윽고 눈이 멀어버린 나는 눈을 닫자 그리운 손길이 느껴졌다.

.

.

.

<적이 흐트려졌어 지금이 기회야!>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온기가 느껴지는 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모.불.아.위" - 모든 것(나)을 불살라서라도, 아름다움(내 아이)을 위해 -


모든 것은....예술(속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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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 없고 난해하고 복잡한 표현에 욕망 한 가득한 냄새나는 문학을 읽어줘서 감사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