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필자의 상상이 들어간 글입니다. 소설 날개 일부를 차용했습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흐느적흐느적 비가 내리는 밤이다. 오늘 구인회의 '유정' 이 죽었다. 사인은 폐렴이었다.
그러나 N사의 고된 잡무에 버티지 못했음을 나는 안다. 분명 의사도 알 것이다만.
그는 마지막까지 뒷골목의 집시를 부르다 갔다. 꼭 손을 잡아보고 싶었는데. 말을 끝으로 폐안했다.
제행이 싱거워서 견딜 수 없던 모양이구료, 나는 그의 차갑고 다부진 손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뒤늦게 도착한 구인회의 몇은 죄책감조차 없는 듯하다. 하는 말이라곤.
'그는 참으로 잘 죽었지, 자리만 차지하는 순박한 시골 청년이 아니었던가.'
오늘, 찰박거리는 비를 맞으며 유정은 갔다. 그 빈약한 몸이 어느새 백골이 되고, 흙이 되어서, 아스라히...
오직 점순이뿐이 장례를 도왔다. 곱게 빻여진 유골은, 그의 손으로부터, 비바람에 날린다.
'뼈만큼은 통통한 모양이었구료? 내 알 턱이 있겠소.'
나는 고 진풍경 옆에서 하나 남은 담배를 꺼낸다. 그렇지. 그는 기관이 약했음에도 연초를 즐겨 피웠다.
돈이 부족해 항상 담배를 꾸어오던 그는 이제 별이 되었나. 아니면 비가 되었나.
칙
니코틴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민다. 백지가 펼쳐진다, 위트와 파라독스가 정렬한다.
종이-혹은 강물-는 참 깨끗하기도 하다. 면에는 면이 비추어진다. 허나 그것은 내 얼굴은 아녔다.
'유정? 유정인가?'
너머의 유정은 어쩐지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그쪽으로 나도 가겠소.'
나는 저지를 생각이었다. (마침 장례가 끝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유정은 조소를 지으며-
" 이상 형! 말마따나 디테일 때문에 속아 넘어가지 마십시요! "
우리는 흡사 두 개의 태양이었다. 담배 두 개비에도 마주 쳐다보며 낄낄댈 수 있었다.
세상에는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세계는 두 개의 태양이 통념이었다.
한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
" 이봐, 이상 군. 자네마저 나가면 두 명의 공백을 어떻게 채우라는 거야? "
" 그의 부재는 일절 감흥없던 그대가... 꽤 경편했나 보구료. "
'연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과격한 방식으로라도 탈퇴를 막겠다는 의지일까,
어느새 그의 손에는 철퇴가 쥐여진다. 그러나 그는 우열을 안다. 산수 계산만큼은 누구보다 잘 돌아가는 그였다.
그럼에도 용기를 낸 것이다. 유정에게 눈물조차 보이지 않은 무뢰한이. 이는 무엇을 뜻하는지?
" 그대 수하의 청록파를 등용하는게 어떻소. 화를 보지 마오. 부디 그대께 고하는 것이니... "
나는 쓰러지듯 오탁의 거리로 나왔다. 피곤한 생활들이 늘어서 있다.
곤폐하다. 이제는 구인회의 인원이 셋이나 줄어들었다. 그래 그것은 내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유정,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하오?
이때 버스 엔진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굉음과 함께 하차하는 여인이 있다.
" 파우스트에요. 당신이 인생에서 마주칠까 말까 한 천재죠. 이상 씨, 당신이 구인회에서 나오길 기다렸답니다. "
유정, 버스에서의 생활을 설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구료.
더군다나 이런, 온갖 것의 반인 여인을 영수하는 생활이라면 더더욱.
나는 웃으며 피 묻은 사인검을 들어올린다.
" 그대, 이 검이 필요하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