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아버지, 강녕하신지요?

이 이야기를 전할 수는 없겠지만,그래도 누군가 전해주리라 믿고 적어봅니다.

이 빌어먹을 열차에 갇힌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확실한건 배도 고프지 않고, 목도 마르지 않고, 생리현상들도 필요없지만, 미칠듯한 고요함만이 이 열차에 가득합니다.

매일 매일 변함없는 풍경을 보는 것, 저희가 매일 해오던 일 같지만, 그곳은 이곳에 비하면 바삐변하는 곳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고통을 느끼기 위해 서로의 피부를 뜯어내고, 뜯어낸 피부를 넓게 펴고... 지금이라면 23구의 요리를 봐도 구역질 하나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때, 부모님은 이미 늙어서 눈도 침침하실까요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지나서 이 글을 읽으시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슬슬 제 차례가 온것 같아요.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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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어떻게 할까요?"

"태워버리고, 똑같은 종이로 바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