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스포 있음

















삶은 고통이라.

선배들 중 하나가 입에 달고 살던 말.

날개가 꺾인 뒤, 우악스런 손길에 뜯겨 흙먼지 위로 내려앉은 깃털 신세가 되어서야.

유리는 말 뜻을 깨달았다.

삶이란 고통이라.

삼시세끼 챙겨먹고.

목이 마를 때 깨끗한 물을 마시고.

추울 때 따듯한 옷을 입고.

비루한 몸뚱이를 숨길 지붕을 덮자니.

삶이란 고통이라.

빌어먹을 정도로 진실되기에.


"아..!"


버스를 기다린지 장장 7시간째.

마침내, 부릉거리는 소리가 근처에서 들렸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곳에선 버스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강철 이빨같이 생긴 톱니가 게걸스레 우적이며 두개골을 빠개어 뇌를 뭉개고 척추를 으스러뜨려 척수를 내어먹는다.

피비린내나는 광경이었으나, 그다지 낮선 것도 아니었기에. 유리는 버스의 식사를 구경하던 이들에게 쭈뼛쭈뼛 다가갔다.


"저, 혹시... 림버스 컴퍼니에서 오신 분들 맞나요?"


잠깐 정적이 흘렀다.

버스의 뼈 씹는 소리가 너무 커서였을까.


"맞나보네요..."


림버스 컴퍼니.

그들은 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특이하게 생긴 버스와 머리 대신 시계 모양 의체를 단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으로 된 울타리가 둘러쳐 있었다.

유리는 잠시나마 업무상 그곳에 들어가야 했기에 똑똑,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예전 L사에서 근무했던 유리에요. ...잘부탁합니다."

"째깍째깍째깍...?"


의체는 스피커를 달지 않았는지 시계의 분침을 이리저리 돌리며 째깍대었다.

뭐라 말한건지 알 수 없어 대꾸도 못하고 있을 때.


"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겠군."


그리운 이름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담배를 문 중년 남성이 피곤이 덕지덕지 뭍은 얼굴로 자신을 보고있었다.

그와 얼굴을 마주한 순간.

훤히 보일 정도로 쌓인 피로감 때문인지, 커다란 벌레 다리로 대체된 오른손이 꼭 에고 기프트를 보는 것 같아서인지.

유리는 묘한 동질감이 느꼈다.

사실, 그레고르 또한 유리가 남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쉴 곳을 찾지만, 매달려 대롱거리는 이들.

그들이 나타내는 특유의 질투, 선망 같은 것들이 보였기 때문에.

어쩌면 유리의 머리카락이 사과만큼이나 붉어서일지도 모른다.

쥐어 으스러뜨리던 그 어떤 사과보다도 더, 사과같았으니

달큰한 향이 맴도는 것만 같았다.

그런 사실이야 어쨌든 대화는 이어졌다.

그들, 림버스 컴퍼니는 황금 가지를 찾기 위해 L사로 간다.

유리는 L사의 옛 직원으로서 안내역을 맡는다.

그리고, 또...

특색 해결사와 시계 머리, 하얀 머리의 미인의 뜻모를 대화까지 끝이 났을 때, 유리에게 질문이 들어왔다.


"그래, 유리 씨는 무슨 일을 하며 지냈나?"


순간, 온갖 고생이 목구멍 끄트머리까지 치솟았다가 내려갔다. 지난하던 과거의 얼얼함에 혀가 꿈틀거려도 입이 열리지 않았다.

주황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주근깨 소녀의 눈이 너무나 서늘했으므로, 고난으로 점철된 과거가 지레 겁을 먹었음이다.

유리와 림버스 컴퍼니와의 만남은 그리 따듯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평생 그랬듯이, 되려 익숙한.

땅에 떨어져 짓밟힌 사과의 최후를 닮았다.










관점만 바꿔도 재밌을 것 같아 썼었는데

의외로 지루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