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더라'

언젠가 보았던 시의 구절은, 내 상황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빵 한조각 얻기도 힘들 정도로 가난한 삶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내 꿈을 담은 시나리오를 수첩에 적어두는 것 뿐이었다.

매일매일을 일로보내고, 잠도 줄여가며 시나리오를 적었다.

내 꿈을 세상에 남기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이 꿈을 알아주는 사람이 언젠가 나타나길 바라면서, 내 글에 흥미를 느낀 이가 이 극본을 연기하길 바라면서, 없는 형편에 쓰레기통에서 구한 낡은 수첩에 잉크가 거의 안남아 자국으로 글을 쓰는 펜으로 한글자씩, 내 꿈을 채워갔다.

이제는 수첩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 꿈도 이제는 커져버린 것 같다.

그러나, 내겐 꿈밖에 없었다.

꿈을 보여줄 돈이 내게는 없었다.

그저, 움푹파인 자국으로 이루어진 글만이, 내 꿈이 어땠는지를 보여줄 뿐이었다.

나는 신에게 빌기 시작했다.

부디, 내 기도를 듣는다면,

내 극본이 누군가에 의해 연기되게 해달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니, 내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절하게 빌었다.

그러나 신도 돈을 필요로 했다.

그에게 바칠 공물도 돈을 필요로 했다.

다행히도, 내가 바칠 수 있는 공물은 2개 정도가 있었다.

하난 내 꿈이었고,

하나는 나 자신이었다.

그재서야 나는, 내가 가진 것이 꿈만이 아닌, 몸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가난한 와중에 유일하게 내가 가진 사지멀쩡한 몸이라면,

내 소박한 소원을 이루기에,

충분한 공물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