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앞에 다시금 모습을 들어낸 그레고르는, 자신을 말쿠트라고 소개했다.


보통같았으면 단테는 너는 그레고르라 답했었겠지만, 하루빨리 다시금 기회를 얻기 위해선 지체할 시간 따윈 없었기 때문에 단테는 리볼버를 수납한 후, 그에게 검을 겨누었다.


"흥, 대화하기도 싫다는 건가? 뭐 알겠어, 불청객 양반, 어디 한 번, 싸워보자고."라고 답한 그레고르의 등에서 나비와 같은 날개가 돋아났고, 손에서 황금빛 칼날이 돋아나더니, 빠른 속도로 단테에게 날아갔다.


단테는 재빠르게 검을 들어 막아내었지만, 상상이상의 돌진력에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레고르는 이걸 막았냐는 듯 신기해하며, 다시금 팔을 성냥으로 이루어진 팔로 뒤바꾸더니, 팔에 타오르는 불꽃을 두르고는 단테에게 팔을 뻗었다.


마치 칼날같이 변화된 팔을 단테는 튕겨내었지만, 불꽃의 영향으로 인해 칼이 조금 녹아내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냐면서 그레고르는 팔에 두른 불꽃을 단테에게 뿜어내었고, 단테는 높게 도약해서 피한 뒤, 중력을 이용해서 그레고르에게 검을 뻗었다.


그 순간, 그레고르의 팔이 다시금 변화하더니 벌침을 연상하는 형태로 변화한 팔을 단테에게 뻗었다.


두 개의 냉병기가 부딫히며 자그마한 불꽃을 토해냈고, 그레고르가 조금 더 힘을 주자, 단테의 검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단테는 빠르게 다리로 팔을 걷어차며 뒤로 물러섰고, 무기를 잃은 단테에게 그레고르는 뾰족해진 팔을 겨누었다.


"이젠 무기도 잃은 것 같은데, 그 권총이나 꺼내시지?" 라고 단테를 도발한 그레고르에게, 단테는 수납해 두었던 리볼버를 꺼내들었고, 리볼버에 총알 하나를 집어 넣고는,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누가봐도 자살하려는 사람의 모습이었기에, 그레고르는 당황했지만, 곧, 단테의 외모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단테의 온몸을 벌레의 갑각이 덮었고, 오른팔은 기괴하고 크게 부풀려진 채로, 단테는 벌레의 날개로 날개짓하고 있었다.


"썩 보기좋은 모습은 아니구만!" 이라고 외친 그레고르는 팔을 처음에 보였던 발톱의 형상으로 변화시키고는 날개를 펼치고 단테에게 돌진했다.


그런 그레고르의 공격에 맞대응 해주겠다는 듯, 단테는 안그래도 거대했던 오른팔을 더욱 거대하게 부풀리고는 그레고르에게 팔을 뻗으며 돌진했다.


갖가지 모양의 손가락과 그레고르의 손톱이 부딫혔고, 그레고르의 손톱이 허무하게 부숴지며, 단테는 압도적인 질량으로 그레고르를 짓눌렀다.


그렇게 순식간에 끝냈다고 생각한 순간, 무언가 폭신한 감각의 팔이 단테의 팔을 꽉쥐고는, 그대로 단테를 날려버렸다.


벌레날개를 빠르게 펄럭여서 벽에 부딫히지는 않았고, 그레고르는 피투성이인 채로 인형팔을 붉은 사과가 달린 팔로 변화시켰다.


뭐가 됬든 이것이 마지막 격돌이라는 것을 단테와 그레고르는 직감했다, 단테는 오른팔을 한계까지 부풀렸고, 그레고르는 사과가 달린 팔을 중심으로 수많은 줄기들을 엮어 거대하게 키워내었다.


그렇게 단테는 벌레의 날개짓으로 한계의 속도를 내며 그레고르에게 달려들었고, 그레고르는 거대해진 줄기의 팔을 왼팔로 잡고는 그대로 단테에게 내질렀다.


거대한 질량의 두 팔이 부딫히며 거대한 충격파를 이루었고, 주위에 있던 유리관들이 모두 박살났다, 그리고 들린 또하나의 소리는, 유리관이 부숴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최후에 서있던 것은, 사과째로 그레고르의 팔을 박살낸 단테였다.


사과조각이 그레고르의 팔에서 떨어졌고, 그 순간, 무엇을 본듯한 그레고르였지만, 이내 눈을 감고는, 단테에게 "...좋은 승부였다, 하지만 긴장하는게 좋아, 앞으로 나올 놈들은 더 쌔거든."이라고 말을 남기고는, 빛으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그레고르를 보며, 단테는,"...그런게 두려웠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지." 라고 대꾸하듯 말하고, 다음 층으로 조용히 걸어올라갔다.


그렇게 윗층으로 올라간 단테를 반긴것은, 보라빛으로 빛나는 하늘 속, 다양한 무언가가 널부러져있는 도로였다.


밑에는 수많은 건물들이 놓여진채로 빛을 뿜어대고 있었고, 중간에 위치한 거대한 톱니바퀴는 살짝 녹슨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곳에선 누군가가 쪼그려 앉은채로 단테를 기다리고 있었고, 단테는 그가 말 안해도 누구인지 알것 같았다.


단테를 기다리던 이는, 다른 수감자들보다 거대한 몸을 가지고 있었던, 뫼르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