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문득 두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듯한 공간에 놓여 있었다.

주욱 길게 뻗은 공간을 해매이다 보면 이윽고 어둠 속에 미약한 전등만이 깜빡이는 한 줄기의 복도가 나온다.

이에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복도를 거닐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복도의 끝에는 자그마한 방이 마련되어 있다.

음침하고 축축한, 그러면서도 굳게 닫힌 문 사이로 은은한 불빛이 세어 나오는 그런 방 말이다.


이곳이 어디인지.

무슨 목적으로 불려 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럼에도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손잡이를 향해 팔을 뻗는다.


.

.

.


"돌아갈 곳이 있다는건, 좋은거네요..."


.

.

.



<허억...!!!>


항상 이런 식이다.

영문 모를 꿈에, 땀으로 푹 적셔진 시트까지.

모든 것이 변함 없이 그대로다. 달라진 점은 없다.



<....젠장. 또 그 꿈이야.>


이번이 대체 몇 번째인지.

똑같은 전개, 똑같은 과정, 똑같은 결말. 이젠 질릴 때도 됐잖아?

더욱 열받는 것은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은 무언가 성과가 있었달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어휴, 피곤해. 졸려 죽겠어...>


하다못해 이러한 꿈을 꾸는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잠을 설치더라도 보다 기분좋게 설칠 수 있을테니까.


시계를(내 머리가 아니라) 보니 아직 이른 새벽 시간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차피 도로 잠들기엔 글렀겠다, 나는 바람이라도 쐴 겸 개인실 밖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앗, 관리자 양반? 이 시간에 여긴 어떤 일로..."
"젠장, 모두들 자는 줄 알았는데..."



<안녕, 그레고르.>

<그냥 뭐랄까, 잠이 잘 오지 않아서 말이지.>



"그, 그래...? 으흠..."
"뭐, 누구나 그럴 때가 있는 법이지. 난 이해해."

"관리자라는 직책이 여간 중한것이 아닐테니까. 물론 부담이 되겠지. 암. 그렇고 말고."



<뭔가 평소와 다른 것 같은데, 그레고르.>

<...뭘 또 그렇게 숨기고 그래? 어차피 담배인거 다 아는데.>



"아, 그... 그러니까 이건..."
"하아... 망했네. 첫 인상을 이렇게 망쳐서야..."



<...음? 첫 인상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아, 물론 관리자 양반이 싫다거나 그런건 절대 아니야. 다만..."

"우리들 만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이런 추태를 보였다간, 내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



<흐음... 그래?>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4개월 정도면 꽤 오래 본 사이라고 생각하는데.>



"앵?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관리자 양반?"

"4개월이라니... 관리자 양반이 여기 들어온게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



<뭐, 뭐라고?!??!?!?>


나는 급히 개인실로 되돌아와 달력을 확인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분명히 5월이었을 달력이 1월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나에게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태에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저기, 관리자 양반... 괜찮아?"
"안색... 이라기 보단 분위기가 안 좋아 보이는데..."



<잠깐만... 이렇게 되면...>

<그레고르,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지?>



"위치~를 물으신다면 일단 D사인데 말이야."

"D사의 4구 뒷골목. 버려진 L사의 옛 지부가 여기 지하에 있다 하더라고."



<그렇다는건....>


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 나는 4개월 전, 처음 관리자직에 임명된 때로 돌아와 있었다.

그것도 기억과 경험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말이다.



<L사 지부... 목적지는 아직이야?>



"...저기, 갑자기 왜 이렇게 의욕적으로 변했는지는 몰라도 말이야. 도착까진 아직 한참 멀었다구."

"그리고 처음이라고 꽤 긴장한 것 같은데,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관리자 양반."



<...알겠어. 고마워, 그레고르.>



"뭘 이런것 갖고 고마워 하고 그래."


그 순간.

문득 소름돋는 아우라가 나의 등 뒤로부터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베르길리우스였다.



"지금 혼자서 밤에 뭘 하고 계시는겁니까, 단테..."



<우아아앗!!! 깜짝이야...!!!>

<하아... 하아.... 뭐야, 베르길리우스 당신이었어? 난 또...>



"하... 무슨 못볼걸 봤다는 듯한 반응이군요."

"당신이 관리자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이렇게 새벽에 몰래 나와서 버스를 휘젓고 다니는 것은 업무의 일환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아, 알겠어. 이만 들어갈게.>



"...흠. 아시려나 모르겠는데, 하나도 안 들립니다 단테..."

"뭐, 그렇다고 말귀를 알아먹지 못하는건 아닌 것 같으니... 당신도 그만 개인실로 돌아가시지요."


나는 혼란스러운 가슴을 안고 개인실로 돌아와 누웠다.

타임 슬립이라고 하던가? 그것도 과거로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뭐가 어떻게 된거야...>

<머ㄹ... 아니, 시계 아파 죽겠네... 하아...>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은 곧 미래를 알고 있다는 의미.

이 혼란스러운 도시의 삶 속에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이득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어디까지나 타임 패러독스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만일 여기서 조금이라도 분기가 어긋난다면 내가 알고있는 미래는 소용이 없어질지도 몰라.)>

<(돌아갈 방법도 모르겠다, 기왕 이렇게 된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 상황을 이용해야해.)>

<(....그나저나 잠은 더럽게 안 오네.)>


갑자기 일어난 변화 탓에 너무나도 긴장했던 탓일까.

결국 나는(아마 당연하게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야 말았다.


***



"드디어 첫 임무라니, 아주 기대되오!"



"..."



"쟤좀 봐, 아주 신나서 방방 뛰네?"
"쾌활해서 보기 좋다~ 그렇게나 기대되는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소! 드디어 이 몸의 정의를 관철할 때가 된게지!"

"거기다가 함께할 동료들까지 온다고 하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소!!!"



"하아... 진짜 뒤지게 시끄럽네."

"야! 거기 조용히 안 해? 아침부터 귀청 떨어지게 진짜...!!"



"아, 진짜!!! 바로 뒤에서 소리 좀 지르지 마요....!!"

"본인 목소리는 뭐 조용한 줄 아나...!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뭐? 너 말 다했냐? 주황머리??"
"한 주먹 거리도 안되는게... 왜 다짜고짜 시비야???"



"잠. 씨. 좀 자자, 씨발것들아."

"나 참, 더럽게 시끄럽군. 너희들의 머릿속엔 배려라는 개념이 들어있지 않은건가?"



"으으... 으으으...."



<...>


실로 오랜만에 보는 싸움이었다.

그땐 너무나도 당연한 풍경이었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보니 어색하기만 한 느낌.

그렇다고 여기서 어줍잖게 나섰다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니, 나는 그저 관찰자의 입장ㅇ...



"머리 만지지 마요... 머리 만지지 말라구요!!!!"

"어딜 그 더러운 손으로 남의 머릿칼을...!!!"



"뭐, 뭔... 내가 언제 만졌다고 그래!!!"

"사람을 완전히 몰아가기나 하고... 지금 시비거는거냐???"



"..."



"..."

"하아..."


아, 이거 안 좋은데.

이대로 가다간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시계를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베르길리우스의 두 눈이 막 빛을 발하려던 시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스마엘과 히스클리프의 두 팔을 붙잡았다.



<둘 다 그만.>



"...네?"



"하아...? 넌 뭐냐? 시계 대가리...?"



<다른 수감자들에게 방해가 되잖아.>

<다들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데, 서로서로 배려하면 어다 덧나겠어?>



"..."



<그리고, 히스클리프. 아무리 상터가 회복된다 해도, 그렇게 무턱대고 폭력을 휘두르면 안되지.>

<결국 시계를 돌리는건 나의 몫인데, 또 괜스레 수고할 일만 만드는 꼴이잖아. 안 그래?>



"뭐, 뭐라는거야, 이 시계 대가리가...!"

"난 그냥 잠자코 시계나 돌리면 되잖아? 달리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



<...달리 할 줄 아는게 그것 밖에 없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지.>

<적어도 히스클리프, 네게 무시 받을 정도의 스펙은 아닌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려?>



"...이게 아까부터 장난하나?"
"야, 관리자면 다야? 내 성질 건들여서 좋을 것 없다는거, 그 멍청한 대가리에 똑똑히 새겨줄ㄲ..."



"...동작 그만."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움직인다면, 히스클리프..."
"네놈의 그 자랑스러운 금속 배트 위력을 몸소 체험하게 해주겠다..."



"....크윽."


히스클리프는 제 분에 못 이겼는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자리에 앉아 울분을 식혔다.

큰 고비를 넘겼다는 안심도 잠시, 나는 문득 나의 뒷통수가 매우 따가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음? 다들 날 왜 그렇게 봐?>



"..."



"....흥."



"....오오오오오오오!!"
"방금 완전 멋있었소, 관리자 나리!!!! 그런 카리스마는 대체 어디서 배운 것이오???"



<뭐, 뭐어? 갑자기...?>



"네 이 녀석, 꼬맹이! 예의없게 나리 호칭을 붙이다니!!"

"제대로 '관리자 님' 이라 경어를 사용하여 부를 수 있도록!"



"그건 그렇고, 관리자 님... 역시 관리자 님 이십니다!"

"이 오티스, 방금 관리자 님 께서 보여주신 지략과 통찰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바야흐로 어지러운 난세속에 홀연히 나타난 구국의 영웅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



"잘 하셨습니다, 단테."
"물론 마지막까지 완벽하진 못했다만... 그럼에도 분쟁을 재압하는 것은 관리자의 소명이니 말입니다."



<이... 이게 그렇게까지 추앙받을 일인가...?>


잘한... 거겠지?

뭐, 이 정도의 개입을 한다고 해서 정해진 미래가 바뀌거나 하는건 아닐테니 말이다.



"...잠깐. 버스에 정적이 흐르면 안되지."

"카론, 왜 속도를 안 내는거지?"



"밥이 없어. 메피가 배고파해."



"잘 됐군. 분위기를 좀 환기시키지."



"차가 움직이려면, 연료가 필요하지."

"카론,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려봐. 무대 조명처럼."



<(잠깐... 이 대화 왠지 익숙한데.)>

<(맞다, 처음으로 메피스토펠레스에 연료를 보충하는 과정이었었지, 아마?)>



"응, 댄스 타임이야."



"잠깐, 헤드라이트까지 켜면 습격받기 딱 좋은 상황이잖아요."



"...그걸 노린거군."



"네?"



<(그런데 잠깐.... 그러고보니 아직 한 명도 안 죽었네??)>

<(뭐지? 분명 이맘때 쯤이면 료슈가 히스클리프와 이스마엘의 목을 배었어야 했는데 말이야....?)>


콰앙!! 쨍그랑!!!

그때, 누군가가 밖에서 버스의 철판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가진거 다 놓고 내려!!!"

"30초 준다... 10...! 9....!!"



"이봐!! 20이 빠졌잖아!!"



"어..... 어어..."
"그럼...! 20초 동안은 기도나 하고 있어라...!!!"


버스 주위로 속속히 몰려드는 불한당들.

가엾게도, 주제에 맞지 않는 상대를 만난 탓에 한 줌의 연료가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첫 등장이 여러가지 의미로 워낙 인상 깊었기에 기억하던 참이었다.



"하아... 왜 이렇게 주변에 모자란 사람이 많은 건ㅈ..."



<...역시나 왔네.>



".....네? 역시나라뇨?"
"관리자 님... 혹시 저들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란걸 미리 알고 계셨나요?"



<어...? 아, 아니??? 그냥 해본 말인데...>

<새, 생각해봐! 이런 외진 곳에서 헤드라이트를 켜면 당연히 불한당들이 버스를 노리고 접근할거 아니야.>



"그, 그렇게 되는 건가요...?"



"지덕체... 바야흐로 군주의 모범이라 할 수 있는 미덕이지."
"관리자 님 정도 급의 분께서, 감히 그 정도 예측도 하지 못하실거라 생각했나?"

"걱정마십시오, 관리자님. 이 오티스는 저들과는 다르게 항상 관리자 님을 신뢰하고 의지하고 있습니다!"



<어... 그, 그래... 고마워.>

<그럼... 다들 내릴까?>



"...?"



<그, 그러니까 밖에 저 사람들을 쓰러트려야... 우리가 다시 출발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뭐라고 해야하지... 맞다, 주유소? 거기도 들릴 수 있을거 아니야.>



"...무언가 오해를 하고 계시군요, 단테."
"물론 하차를 명령할 생각이긴 했습니다만, 주유소는 들리지 않을겁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통상적인 연료로 움직이지 않아요."
"엔케팔린. 한때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에서 추출했던 에너지죠."



<그, 그렇구나... 내가 착각했나봐.>


이 정도면 대충 잘 무마한 것 같다.

주유소 핑계가 적절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상황을 넘긴 것만으로 만족 해야겠지.

중요한 것은 본래 시간 축에서 분기를 만들지 않고 그대로 흘러가는 것일테니까.



"..."



<음...? 왜 그래, 파우스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라면... 이전 L사를 말씀하시는거군요."

"특이점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회사라고 들었어요. 몰락한 지금은 잔해밖에 남지 않았지만."



"맞아요. 그래서 지금은 구하기가 꽤 힘들어요."



<(추가 설명을 위한 질문을 기다리고 있던거였나... 역시 파우스트 답네.)>


본래라면 이 대화가 버스 안이 아닌, 밖에서 나와야 했다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그닥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 안심하기로 했다.


잠시 뒤, 버스에서 내려 현장을 정리한 우리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연료가 보충될 때 까지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뭐, 오티스는 그새를 못참고 수감자들을 지휘하며 뭐라뭐라 연설을 늘어놓고 있었다만.



"....훗."



"윽...."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관리자 님?"



<(....음? 방금 날 관리자 님이라고 부른건가?)>

<(이상... 하다...? 그땐 그냥 별도의 호칭 없이 물어보기만 했던 것 같은데.)>



<크흠... 저기, 보충 다 했으면 다들 다시 버스로 올라가자.>



"그럴 순 없습니다, 단테."
"곧 여기로 손님들이 찾아오기로 했거든요."



<손님...? 손님이라면...>



"저, 혹시... 림버스 컴퍼니에서 오신 분들 맞나요?"


아니나 다를까 했는데, 역시나.

나는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얼굴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맞나보네요..."



<유, 유리...?!?!?!?>



"그녀를 아시나요?"



<어... 으응...????>

<그, 그러니까 그게... 저기, 이름 적혀 있잖아 명찰쪽에.>



"..."

"...어쨌든, 이 분은 L사 내부의 탐색을 도와주실, 유리 씨에요."



"예전 L사에서 근무했던 유리에요. 잘 부탁합니다."



<...>


나에게로 꽂히는 파우스트의 시선이 영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그건 그렇고 이런 실수를 하다니, 역시 미래를 안다는 전제 하에 긴장이 너무 풀렸던 것 같다.


나는 이 상황을 이미 한 번 겪었었지만 저들의 입장에서는 아닐터.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저들의 귀에는 수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취해야하는 행동은 역시..



<크흠...! 예, 예전 L사라는건...>



"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겠군."



"네. 우리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구 L사의 옛 지부들로 향합니다.>



<(휴우... 다행이다. 다시 정상 궤도로 돌려 놓았어. 당분간은 이렇게 묻어만 가야겠네...)>

<(그건 그렇고 유리... 분명히 그때 던전에서 사과에게... 하아, 그 광경을 또 한 번 봐야하다니....)>


그녀의 끔찍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생각하자니, 가슴이 절로 아파왔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가 거짓된 사과에 의해 사망하는 것은 정사. 즉, 바꿀 수 없는 역사의 커다란 축에 해당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죽음을 마냥 긍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돌발 상황이었던 만큼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또 피할 수 있었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녀가 어째서 사과로 뛰어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참담했던 기억만 되살아 나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그, 유리씨는... 무슨 일을 하며 지냈나?"



"내가 보아하니, 그대는 해결사일 것 같소!"

"그들에게서는 모두 고결한 영웅의 냄새가 난다고 하더군!"



"..."


얕게 고개를 끄덕이는 유리.

등 뒤로 이스마엘의 불평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내용이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아하~ 굳이 다시 이곳으로 기어들어 온 이유도 그거였겠네요."

"예전 직장으로 돌아가서, 크게 한 탕이라도 치면... 팀장 자리라도 주겠대요?"



"..."
"실적을 세우면, 계악 기간은 늘어날지도 모르죠."



"그, 그렇지. 보통 계약직 시절은 실적 하나에 목숨을 걸어야 할 떄니까."



"하, 그거 참~ 부질 없는 목숨이네요."



"..."

"(어이, 아까부터 왜 이렇게 비ㄲ...)"



<저기, 이스마엘?>



"네...? 부르...셨나요?"



<아무리 그래도, 이제 막 합류한 분에게 예의를 지켜야지.>

<유리가 네게 무슨 원한 살 일이라도 했어? 뭔가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눈치던데.>



"그, 그러니까..."



"에휴...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이스마엘은 기분이 상했는지 고개를 홱, 돌려 창 밖만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본래는 나의 개입 없이 몇 차례 합을 더 주고 받다 어색한 분위기로 대화의 끝을 맺을테지만...

그녀의 최후를 생각하자니, 함께하는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잘해주고픈 마음이 들었다.



"..."


그레고르는 나의 행동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이전에 없던 모습이긴 하다만... 그래, 이 정도의 사소한 개변 쯤은 허용할만한 수준이겠지.



"...꽤 익숙해진 듯한 모양세군요, 단테."



<익숙이라니... 말도 마.>

<아무리봐도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 사람들이라니까.>



"...카론, 출발하지."

"손님께서 자리에 앉았다."


아직까지는 역사의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수감자들이나 베르길리우스의 말에 사소한 차이점이 있긴 하다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의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었다.


대체 이 시간선이 어디까지 구현되어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내가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여정은 뒤틀리는 바 없이 정해진 순서를 밟아 나갈터.



<명심해라 단테... 길을 벗어나면 안된다...>



"...."


***



"...잡담은 그만, 하차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어느덧 L사의 폐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감자들은 놀라거나 비웃는 등, 제각기의 방식으로 그 장관을 받아들였다.



<...>


그리고 그 자리엔 아야와 홉킨스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리와 같은 사무소 출신인걸로 기억하는데. 특히나 저 홉킨스라는 녀석은...



"오잉? 왠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소!"



"유리 씨와 같은 사무소의 해결사분들이에요."

"L사 지부에 이미 몇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는 경험자들이죠."



"인사하지. 왼쪽에 있는 분은 홉킨스 씨."

"그리고 오른쪽에 계시는 분이 아야 씨다."



"안녕하십니까~"



"부.... 부, 붉은 시선님...!!! 직접 만나뵐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소문으로만 익히 들어 왔었는데 이렇게 직접..."



<...>


그래, 저 둘. 이제서야 좀 기억이 나네.

기껏 정 좀 붙이려나 했더만, 한 명은 배가 뜷려 죽질 않나.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뒷통수를 치곤 엔케팔린과 함께 유유히 도망치질 않나...


배신자의 말로 따윈 별로 궁금하지 않다만, 뭐.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꽤나 반가운 얼굴이었다.



"...이만하면 되었겠지? 내 동행은 여기까지다."

"버스에서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겠어."



<응. 알겠어.>

<그럼 유리, 길 안내를 부탁해. 모두 던전은 처음일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아... 네. 알겠습니다."



"다들 들었지? 일렬종대로 해처 모이는거다!"



"알겠네!"



"..."



"파우스트 씨,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준비가 다 되었다면, 이제 출발하도록 하죠."



<(아차... 나도 모르게 관리자 짬이 멋대로...!)>

<(이거 습관이 무섭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겠는걸...)>


나는 파우스트의 따가운 눈초리를 뒤로한 채, 천천히 L사의 지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건물이라 그런지 초장부터 으스스함이 느껴졌지만, 뭐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나는 막힘없이 나아갔다.


물론, 중간에 사소한 트러블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 처음봐요... 이런 것들은..."



"...모른다고?"



"아, 아니 그게..."



"우리가 굳이 추락한 날개의 깃털을 주운 이유가 뭔지, 잘 알지 않나?"
"어차피 하급 관리직 따위에게 바라는 것도 없었어. 그냥 저것들이 뭔지, 어떻게 조저야 하는지."
"...그런거 알려주라고 대려온건데, 모른다고? 그게 지금 너가 할 말이야? 쓸모도 없는 녀석 같으니..."



<그쯤해둬, 홉킨스. 아무리 계약직이라고 한들, 네 직원이자 동료잖아.>

<동료들 사이에 내분이 잦고 합이 맞지 않는다라... 나라면 그런 해결사와는 그닥 계약하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라고 전해달라 하시네요, 홉킨스 씨."



"앵? 갑자기 뭔... 사람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만드시네..."



<알아 들었으면 주머니에 꽁친 엔케팔린이나 꺼내, 멍충아.>



"림버스 컴퍼니의 사칙에 따르면, 엔케팔린을 무단 방출하는 행위는 엄중히 처벌한다고 되어있어요."

"...홉킨스 씨? 제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나요?"



"...끄응."


길을 어느정도 외우고 있어서 그런지, 황금가지로 향하는 길에서 해매이는 일은 없었다.

다만 오히려 너무 빨라서 문제가 생겼다고 해야하나.



<여기, 이쪽인 것 같아.>



"헤엑... 헤엑... 자, 잠깐만 단테..."

"어딘줄 알고 그렇게 성큼성큼 막 가는거야...? 정말 그 길이 맞는거야??"



"뭐, 일단 지하로 계속 내려가고는 있는거 같은데..."
"맞다, 우리들에겐 유리 씨가 있었지 않나? 유리 씨, 이 길이 맞아?"



"네... 정확하게 가고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이 정도의 깊이라면 환상체를 안 마주칠 리가 없는데..."



"뭐어, 어쨋든 안전하게 내려왔다는게 중요한거 아니겠어?"

"중간에 이상한 괴물이라도 만나서 배가 뻥 뜷렸어봐~ 아주 고통스러울걸."



"무, 무슨 그런 농담을 하고 그러세요..."



"아니다, 배가 뜷린거면 오히려 운이 좋은거지."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몇 초 안에 죽으니까..."



<...어? 잠깐만...>

<이 대화.... 그렇다면 이 다음은...!>


나는 재빨리 수감자들 사이로 튀어나와 아야를 밀쳐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넘어지자 마자 벽으로부터 날카로운 촉수가 파앗- 하고 튀어나왔다.



"....!!!"

"다, 단테 씨....!!!"



"아야야.... 조금 배였나... 꽤 따갑네..."

"난 괜찮아...!! 그보다도 아야, 아야는 괜찮은거야?"



"난..... 난 괜찮은데....."

".....대체 어떻게...?"



"관리자 님..!!! 괜찮으십니까??"

"이런.... 다리를 깊게 배이셨다! 상처를 처치할만한 물건을 물색하도록!"



"제, 제가 찾아볼게요...!"


 


<저기, 얘들아... 지금 그럴 시간이 아니야...>

<저기 소리 들리지? 아무래도 무언가가 오고 있는 것 같아...>



"진짜네요. 저 멀리 무언가의 실루엣이 보여요."



"이런... 관리자 양반이 다쳤잖아..."
"저기, 다들 집중하자고! 이 상황에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우리들 뿐이니까!"



"..."


수감자들은 나 없이 제각기의 방식으로 전투에 임했고.

붕대를 찾아온 유리는 아야와 함께 내 곁에서 묵묵히 상처를 처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왠지 모르게 쏟아지는 파우스트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만 했다.

하긴 그럴만도 한게, 경호 대상이 경호원을 지키겠답시고 상처를 입은 꼴이니.



"괜찮아요...? 움직일 수 있으시겠어요...?"



"...저기, 단테라고 했나?"
"고마워. 날 살려줘서... 너가 날 밀쳐내지 않았더라면 난 꼼짝없이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몰라."



<아냐, 누구라도 그랬을텐데 뭐.>



"...맞다, 말 못 한다고 그랬지."


아야는 넉살좋게 웃으며 근처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녀가 살아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역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아... 괜히 나대가지곤, 머리만 아프게 되었네.)>

<(이제 어쩌지... 이렇게 되면 내가 알고 있는 미래와 차이가 생길게 뻔한데...)>


잠시 뒤, 전투를 마친 수감자들이 하나 둘 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꽤나 치열했던 전투였는지, 저마다 피투성이에 하나 둘 씩 상처를 입은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관리자 님."

"이 오티스. 다른 졸개들과 함께 환상체를 제압하고 왔습니다!"



<어어, 그래. 수고했어, 오티스.>



<...그런데 잠깐. 한 명이 비지 않아?>



"그, 그건..."



"돈키호테 수감자가 사망했다."



<....????>



"제 불찰입니다 관리자님..."
"전투 도중에 그녀가 환상체의 뿌리에 얽혀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그만..."

"...저희가 손 쓸 세도 없이 분해되고 말았습니다."



"보기 그닥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다오."



<그, 그런....>
<그렇다면 시체는... 시체는 회수해왔어?>



"네... 챙겨오긴 했습니다만..."

"보다시피 상태가 영 좋지는 않아요."



"여, 여기 머리구요 일단... 그 다음에 팔..."
"다리는.... 우, 우웩.... 죄송합니다... 다리는 그레고르 씨께서 챙겨 오셨어요..."



"...몸통은 제가 챙겨왔구요."


조각조각 흐트러진 돈키호테의 시신.

그녀의 눈동자에는 초롱초롱한 생기 대신 잔인한 어둠과 침묵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생각치도 못했는데.

본래 죽어야 할 사람이 살아난 대신, 멀쩡한 사람이 죽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한 행위에 대한 중함을 깨닫고는, 공포에 몸부림 칠 수 밖에 없었다.



<이, 이런...>



"이곳은 안전한 것 같으니, 다들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단테 씨? 잠시 저와 이야기 좀 하시죠."



"아까 전 일 때문에 그런가보네... 잘 다녀오라고, 관리자 양반."
"...그리고 난 그 행동 전혀 잘못됐다 생각하지 않으니까, 너무 상심하지마. 나라도 그랬을거야."



<응... 고, 고마워...>


다른 수감자들이 제각기 휴식을 취하는 사이.

나는 파우스트의 손에 근처 조용한 곳으로 끌려가다시피 이동했다.


도착한 방은 자그마한 전구가 빛을 내는, 꽤나 좁은 공간이었다.

파우스트는 내가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더니, 영문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제가 무슨 말을 할지 아시나요?"


그녀가 화를 내는 모습을 아직 본 적은 없다만, 분명 예후가 좋지 않을거라는 느낌 자체는 들었기에.

나는 영혼을 끌어모아 최대한 합리적인 변명거리를 생각하고자 노력했다.



<저기, 미안 파우스트....>

<별 다른건 아니고, 그냥 눈 앞의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



"본인의 위치를 자각해 주셨으면 하네요, 단테."

"아무리 수감자의 신분이라고 한들 당신은 관리자에요. 전투 담당이 아니란 말입니다."

"당신의 상처는 누구도 회복해 줄 수 없어요. 그 사실을 숙지하도록 하세요."



<아, 알겠어.... 내가 미안해...>



"...형식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언제부터였나요?"



<음? 뭐가?>


그 순간, 탁하던 파우스트의 눈빛이 돌변하여 순식간에 나를 벽으로 세게 밀어 붙였다.

콰앙! 하는 소음과 함께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덧 그녀에게 멱살을 잡힌 채 구석에 몰려있는 상태였다.



<아야얏...!!! 파,파우스트...???!?>



"언제부터였냐고 물었어요, 단테."

"대체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거죠?"



<알다니...!!! 갑자기 무엇을...>



"미래를 말하는겁니다, 단테."

"당신은 이 시간선의 존재가 아니죠?"



"....!!!!!!"


나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큰일났다, 라기보다는 대체 어떻게? 라는 의문이 더 강했다.



"어떻게... 라고 생각하는 듯한 얼굴이군요. 말했잖아요, 파우스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티를 내는데, 웬만큼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밖에 없겠죠."


역시... 그때 보여주었던 눈빛이 다 그런 의미였던건가...

곧이어 나는 나의 옷깃을 잡은 그녀의 손 힘이 더욱 강해짐을 느꼈다.



"984년? 5년?"



<4.... 4년....>



"상반기, 하반기."



<사, 상반기...>

<상반기 5월...>



"...U사에 들리기 직전의 시점이로군요."


그제서야 다시금 이전의 탁한 눈빛으로 돌아간 파우스트.

이윽고 그녀의 손아귀가 풀리고, 바닥으로 떨어진 나는 고통에 신음할 수 밖에 없었다.



<우, 우와앗....!!>

<켈록...!!! 켈록 켈록..... 으윽....>



"...당신의 주제넘은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단테. 당신도 아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콜록... 돈키호테... 를 말하는거야...?>



"타임 패러독스를 아시나요, 단테?"

"간단히 말해 시간이 뒤틀리는 것을 의미 한답니다."

"당신의 행동이 낳은 뒤틀림이 돈키호테 수감자를 고깃덩이로 만든 것이죠."



<다시 되살리면 해결될 일이지 않나...?>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대신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죽음은 영속적이기 때문이죠. 회피한다고 한들, 다른 형태로 변질되어 기어코 실현되고 마니까요."

"시간은 그런거랍니다, 단테."



<...>



"...그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주의 하시시라 믿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파우스트는 무심히 손을 몇 차례 턴 뒤,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동시에 나로써는 지금 내게 벌어지는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서서히 멀어지는 파우스트를 향해 외쳤다.



<자, 잠깐...!!!!>



"...?"



<당신은... 파우스트 당신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내가 미래에서 온 존재라는 것을...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조차 하지 못할텐데...?>



"쉿. 밖의 수감자들이 다 듣겠어요, 단테."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주제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 함구하도록 하죠."



"우리... 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새어나온 말.

그 말에 파우스트는 조용히 뒤를 돌아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파우스트는 천재랍니다."



"천재는 앞으로 일어날 모든 것들을 알고 있답니다."

"그 말인 즉슨 단테, '당신' 만이 유일한 회귀자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

<....?>



"무슨 의미인지 파악 했으리라 믿어요, 단테."

"그럼..."


파우스트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이에 나도, 나의 어이도, 하물며 나의 이성마저도.

어두컴컴한 골방에 갇혀 활동을 정지하고 말았다.


***


림컴이 루프물이라는 설에 입건하여 써봤음.

대충 단테의 행동으로 인해 메인 스토리가 뒤틀리는 과정을 담아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