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끝인건가?"


이스마엘는 창밖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있었다.

햇빛 하나 없는 하늘, 그러나 햇빛을 대신할 별들이 하늘을 가득 수놓고 있었고,

이스마엘은 기분좋은 바닷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참 다사다난한 1년 이었지."


수감자들을 만나고, 단테를 만나고, 그렇게, 자신의 악을 규정하던 이의 삶을 빼앗았다.


"...그치만, 아직 항해는 길겠지?"


아직 할 일은 많이 남아있었다.

남아있는 황금가지의 회수와, 남은 수감자들의 입사조건 달성이라는 파도가, 아직 배를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그래, 넌 어떻게 생각해, 퀴케그?"


대답해줄 퀴케그는 이곳엔 없었다.

그러나, 마치 이스마엘의 귀에 퀴케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스마엘. 할거야. 잘."

".....정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리고, 파도가 철썩거리며 물줄기가 이스마엘의 위로 떨어졌다.


"이스마엘. 찾았잖아. 나침반."

"...그렇지."


그리고, 상쾌한 바닷바람이 이스마엘의 머리를 훓고 지나갔다.


"그러니. 할거야. 잘."

"......"


이스마엘은 애써 웃으며 매듭된 줄을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지푸라기 하나와, 언젠가부터 가지고 있던, 퀴케그의 관의 나무조각을 조심히 엮어 마치 관처럼 만들고,

완성된 조그마한 관을 바다로 흘려보냈다.

그러자, 고래 한 마리가 바다에서 위로 솟아올랐다.

지금까지 봐온 고래와 달리, 상처 하나 없이 아름다운,

옛 문헌에 있던, 그 고래와 같은 모습의 고래가 시원한 안개 같은 물줄기를 뿜으며 이스마엘을 바라보았다.


"잘가. 이스마엘. 내..... 석양."

"...잘있어, 퀴케그."


그리고, 흔들리는 파도소리에 잠이 깬건지, 히스클리프가 잠옷차림으로 갑판으로 나왔다.


"...너 방금 누구한테 말한거냐?"


그리고, 이스마엘은 옅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바다의...유령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