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검술은 다 썼고

무술은 뭔가 쓸만큼 전문적으로 알진 못하고

동양검술은 서양검술만큼 잘 아는게 아니라서

그럼 더이상 쓸게 없네 생각하다가

어차피 쓰는 김에 검이나 더 자세히 써야지 싶어서 쓴다





- 플뢰레Fleuret

스포츠 검술 중 가장 유명한 '펜싱'의 주인공인 플뢰레

섕크협회는 기본적으로 플뢰레 펜싱을 기반으로 삼고 있음

위 사진은 19세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걸로 추정되는 골동품 플뢰레임


영미권에서는 플뢰레Fleuret보다는 포일Foil로 칭하는 이 무기는 딱 보기에도 알 수 있듯 '찌르기'에 특화되어있음

척 보기에도 굉장히 가벼운 편(500g, 현대 대회에선 초경량인 100g)에 속하며 이런걸로 진짜 싸울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탠데


ㅇㅇ 못 싸우는게 맞다


왜냐하면 플뢰레는 궁정검court sword의 훈련용 검이기 때문임

애초에 살상병기가 아닌 스포츠용 무기가 필요했던 펜싱계에선 최초의 안정장비로서 훈련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했음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플뢰레를 무기로 사용한 이들이 있었으니,

뭉툭하게 깎여있는 훈련장비의 끝을 갈아 날카롭게 만들어 결투용으로 사용하던 이들이 있다


- 파리지어Pariser


검술을 익히던 독일계 학생들은 굳이 손에 익지 않은 검을 쓰기보단 손에 익은 훈련용 검을 쓰길 원했음

그래서 그 끝을 갈아서 오로지 찌르기Stoßmensur 원툴에 몰빵한 검으로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함


하지만 이렇게 말하더라도 결국 이 검은 훈련장비, 혹은 그에 파생된 검에 불과하지

그렇다면 진짜로 결투에서 사용된 결투검은 무엇일까?



- 레이피어Rapier

각종 게임에 익숙한 롭붕이라면 익숙할 이름, 레이피어


16세기부터 17세기 중반까지 유행했던 뾰족하고도 가늘은 검임

사실 섕크 협회에서 사용하는 검은 플뢰레가 아니라 레이피어다


레이피어는 생긴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찌르기에 유독 특화되어있긴 하지만,

옆날도 충분히 날카롭게 갈아놓기 때문에 '베기공격' 또한 가능한 무기였음


시대에 따라 결투검은 조금씩 변화하기는 하였지만 세간에 가장 잘 알려지고 가장 유명한 검은 바로 이 레이피어인데

현대 펜싱의 기초나 마찬가지인 검술을 편찬한 사람, 도미니코 안젤로가 이 검을 사용하던 17세기 중후반의 사람이기 때문임

당연히 도미니코 안젤로의 검술이 기초가 되면서 레이피어가 저절로 후대까지 유명세를 유지하게 된 것


일단, 레이피어는 일반적으로 1m 가량의 길이를 가지고 있고 무게는 1kg 내외인 검이다

이게 어느정도인지 잘 감이 안올탠데

흔히 사람들이 한손검이라 생각하면 떠올릴 검들의 길이는 평균 80cm남짓에 무게 1.2~1.5kg 가량이다

일반적으로 패용되곤 하던 기존 한손검보다 평균 1.2배정도 긴 리치를 가지면서도 약 20%~50% 가량 가벼운 검이었단 소리임

물론 가볍다는건 마냥 장점은 아니긴 하지만, 기존에 사용되던 한손검보다 훨씬 휘두르기 쉬웠다는거지


게다가 어느 민족이던 이런 룩딸을 참는 이들은 없었기 때문에

쥐고 있는 손을 보호하기 위한 가드부분을 아름답게 장식하기까지 하여

15~17세기의 민간 검붕이들의 심금을 울렸던게 큰 히트를 쳤다고 볼 수 있음



이제 레이피어에 대한 역사를 조금 읊어주자면

원래 고대~중세에 검이라는 무기는 굉장히 고가, 쉽게 구할 수 없는 무기였음

상상력 좋은 롭붕이들은 한번 머릿속으로 생각해보도록 하자

현대처럼 철광석에서 대충 초고열용광로에 쳐박아서 활활 태우면 강철이 되는 시대가 아니라

철을 녹일 용광로를 피우려면 아궁이에 불 존나게 때서 몇일동안 용광로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철광석을 녹이고

그 녹인 철광석을 틀에 넣어 주괴로 만들어도 철광석 순도에 따라 이게 무른 철이 될 수도 있고 좋은 철이 될 수도 있는 시대에

대장장이가 수일동안 한땀한땀 존나 망치로 두들기고 펴서 만드는 철덩어리 무기가 바로 검이었음


게다가 검술이란게 대충 휙휙 휘젓는다고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체계적인 학습을 받지 않으면 제대로 쓸 수도 없는, 제 몸을 베어버릴 수도 있는 골칫덩어리 무기였단 말이지

자연스럽게 이런 무기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고, 일반적인 시민들에게는 접할 수 없는 물건이었음


하지만 시대가 흘러 13세기즈음부터 갑자기 시대상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바로 저 멀리 말타고 달려온 몽골놈들이 유럽과 아시아와 아라비아 등을 뒤집어 엎어버렸기 때문

이 대정복에 의해 온갖 곳들의 문화가 강제적으로 교류되면서 제철기술(수차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자연스럽게 발전하기 시작했음

그렇게 14세기 초중반 즈음을 기점으로 하여 민간에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는 수준의 무쇠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이런저런 곳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철덩어리들이 나돌아다니기 시작하자 귀족이 아닌 시민들도 검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


이제 시민들도 검을 패용하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검술들이 시장에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15세기 초 즈음 가서는 시민들도 검을 들고 본래 귀족들의 의례였던 서로의 정당함을 증명하기 위한 '결투'를 시작함

본래 전쟁무기였던 '검'이 시민들의 일상에 녹아들어간 것임


이렇게 되면서 자연스레 전쟁용이 아닌 결투용 검이 필요해지기 시작했는데

15세기 전후에 스페인에서 오로지 민간 결투용 검인 '에스파다 로페라Espada Ropera'를 만들어냄

이것이 레이피어의 원형으로, 이 때를 기점으로 하여 17세기까지 레이피어는 민간의 결투검으로서 애용되었음



이 검으로 행하는 검술은 대충 이전 글들에서 설명하기는 하였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얇은 검'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해서
베기보다는 찌르기에 특화된 검술을 사용함


물론 가끔씩 '레이피어에는 벨 수 있는 날이 있으니 베기를 사용할 것'을 강권하는 사람이 있곤 했지만

그게 그리 쉬웠으면 우리 인식속 레이피어가 찌르기 검이 아닐 것임


그리고 레이피어가 한손검이니만큼

남아도는 다른 한손을 사용하려는 여러 시도가 존재했는데


레이피어와 단검패용


천으로 시야가리기


10세기 바이킹시대로 회귀한듯한 중형방패와 레이피어


금단의 쌍검술


버클러+레이피어(그나마 이들 중 가장 성공해서 스워시버클러Swashbuckler란 건달패들도 생겼다)



이렇게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17세기 후반의 소드마스터이자 영국 왕실 검술스승인 도미니코 안젤로에 의해 칼 하나만 쓰는게 낫다고 결론났다고 함

실제로도 나중가선 세이버 검술등이 되어가면서 마상검이 되어 한손을 다른 곳에 써야하기도 했고 ㅇㅇ

위에 올린건 도미니코 안젤로가 남긴 검로에 따른 방어술과 무게중심 이용법임


현대에 남아있는 '스포츠 펜싱'도 도미니코 안젤로를 기원으로 삼고 있음

이 도미니코 안젤로란 사람은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에는 검술이 전장에 서지 못할거라 생각했고

검술이 살아남기 위해선 스포츠화 할 필요가 있다~ 라는 굉장히 선구안적인 생각을 했다고 함

그에 따라 '신사적인 예술로서의 검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했고

그의 아들이자 마찬가지로 소드마스터인 핸리 안젤로 또한 그 유지를 이어 활동하면서 유지를 이었다고 전해짐


오늘은 섕크협회의 검인 플뢰레, 레이피어를 분석해보앗음

다소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고 넘어간 부분도 있겠지만 그건 그냥 내가 부족하여 못썼거니 생각해주셈

다행히 검이라면 동양검도 다소 주워듣고 본게 많아서 쓸 수 있을 것 같으니

간간히 짧게나마 써보도록 하겠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