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할것 같다.

어두운 조명아래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처음 든 생각이다.

그 다음 곧바로 느껴지는 압박감.

엎드린 자신의 위를 무언가가 짓누르고 있는 감각이 느껴졌다.

온전치 않은 오감탓에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아..."


입을 열자 갈라진 신음이 흘러나왔다. 평소에 애지중지하던 목에서 나온 소리라기엔 너무나 낯선 목소리였다.

애지중지...? 목을 왜 애지중지 했었지?

떠오른 의문에 답하듯 뒤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었다.


"아, 정신이 들어 네리아?"


네리아.

그 이름을 듣자 베일이 걷히는 것 처럼 순식간에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의 이름은 네리아였다. 네리아 주점의 프리마돈나이자, 슈테른 최고의 가수. 매일밤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하고...


"흐읏...!"


생각을 이어가려 했으나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정신이 날아갈것 같았다.

기억과 함께 돌아온 감각덕에 자신이 단순히 엎드린게 아님을 깨달았다.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은 나신에 두 팔은 등 뒤로 향한채 단단하게 묶여있고, 두 다리는 활짝 벌려진 채였다.

그리고 하늘을 향한채 살짝 들려진 엉덩이와 은밀한 곳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감각.

흡사 불에 달군 파이프 같은 것이 그녀의 군열을 사정없이 찌르고 있었다.

찌걱- 찌걱-

자궁경부를 한계까지 팽창시키고도 모자라 자궁구를 찔러오는 감각. 뜨거운 불덩어리가 뱃속을 채워가는게 느껴졌다.


"아아..."


그리곤 순식간에 다시 빠져나가면서 찾아오는 묘한 허탈감. 충혈된 질 내벽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움직임은 여전히 고통스러웠지만, 조금씩 다른 감각이 섞이고 있었다.


"하아앙..."


퍼뜩 놀라 이를 악물었지만 이미 새어나온 신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몸은 착실하게 쾌락에 젖어갔다.

그게 두려워 힘을 줘 봤지만 벗어날 수도, 하다못해 다리를 오므릴 수 조차 없었다.

그저 미약하게 움찔거릴 뿐.

그 몸짓이 우스웠는지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웃음소리를 좇아 겨우 움직이는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마티아스...?


술집에 종종 오던 기자, 마티아스의 얼굴이였다. 언제나 살짝 웃는 인상에, 자신의 무대를 항상 좋게 말해주던 사람...

그 사람이 지금은 자신을 좋을대로 강간하고 있었다. 언제나의 미소띈 그 얼굴로.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봐도 통째로 잘려나간 듯 당장 어제의 일도 기억이 나지않았다.

거기다 점점 심해지는 쾌락...아니, 이건 고통이다. 고통이어야만 한다. 고통에 정상적인 사고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애써 되뇌였지만 밀려오는 감각의 홍수 속에서 자기 최면은 의미가 없었다. 하복부에서 부터 위로, 상체로, 성대로 자꾸만 올라오는 뜨거운 열락을 참을 수 없었다.


"하아앗...! 아앙!"


누가 들어도 색욕에 젖은 소리.

목소리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희미하게 남은 이성이 마약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자신에게 마약이라도 먹인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자신의 모습은 흡사 중증의 피학성애를 앓는 변태가 아닌가. 손발의 자유를 뺏긴채로 사정없이 박히면서 신음을 흘리는 모습... 어느새 축축하게 흘러내리는 애액이 원망스러워 입술을 깨물었다.


"좋아 미치겠어? 나도 네리아 보지가 꽤 맘에드는참이야. 쑤셔줄때마다 질벽이 감겨오는게, 그렇게 쑤셔놨는데도 아직도 쌩쌩한거같거든."

"윽..., 흑, 도대체, 흑, 무슨...이런 끔찍한짓을, 읏..."

"닥쳐."


헐떡거리며 힘겹게 이어가던 말이 멈췄다.

그의 닥치라는 한마디에 더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토해내고 싶은 수많은 말이 입가에서 멤돌뿐, 뻐끔거리는 입에서는 신음소리만 흘렀다.

분함, 슬픔, 고통, 두려움, 쾌락. 휘몰아치는 온갖 감정들이 눈물이 되어 흘렀다.

그리고 그 눈물을 시발점으로 마티어스의 피스톤질이 더욱 박차를 가했다.


"...!"


머리에서 경종이 울리는것 같았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녀의 몸은 남자의 성기를 한껏 받아들이기 좋게 고정된 채였다.

조금이나마 말을 듣는 근육을 움직여봐도, 양 발목에 고정된 철봉이 다리를 한 뼘 조차 오므리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마치 정성스럽게 플레이팅 된 요리같았다.

그리고 뒤에는 요리를 탐욕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는 괴물.

그는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천천히, 마음내키는 대로 자지를 박아넣었다.

박음질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귀두의 감촉과, 침묵 속에서 노골적으로 들려오는 소리들.

사타구니에서 바닥으로 똑 똑 떨어지는 야한 액체와, 점막이 달라붙어 만들어내는 찌걱거리는 소리.

그 소리들이 그녀의 뇌를 후비는 것 처럼 선연하게 들렸다.

신음소리조차 잃어버린채로 범해지기를 수십 분, 혹은 수 시간. 시간감각이 흐려질 즈음에서야 드디어 피스톤질이 멈췄다.

그 잠깐의 평화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으니 마티어스가 질문을 던졌다.


"아, 이건 이제 식상한가봐? 다른걸로 해줄까?"

"...?"

"어서 해달라고? 역시 네리아야. 보지는 개걸레인데 근성이 있어. 하긴, 맨날 네 가슴이나 보고 딸치러 오는 놈들 틈에서 버틸려면 근성이라도 있어야지. 안그래?"


아니야. 그 사람들은 내 공연을 보러 온거야.


"고개는 왜 젓는거야? 발뺌하지마. 매일같이 창녀처럼 가슴을 까발리고 다녔잖아? 하기사, 그런 노력이 없었으면 박자도 좆같이 못맞추는 네 노래를 누가 들어줬겠어."


프리마돈나라 불리는 그녀의 자존심을 짓밟는 말이었다. 노래는 그녀의 자랑이자 전부인데, 저런 말을 들으니 숨이 죄였다.

하지만 그보다 끔찍한건, 그 폭언을 다정하게 속삭이는 마티어스의 목소리였다.


"이제와서 말하지만 슈테른의 프리마돈나니, 천상의 목소리니 하는 기사를 쓰는건 고역이었다는걸 알아줬으면 해."


말을 마친 그는 네리아의 머리칼을 몇 차레 쓸더니 무언가를 작동시키는듯 했다.

곧이어 음부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 민감해진 소음순을 잡아 억지로 당기는 감각에 그녀는 정신을 잃을 뻔 했다.

서늘한 공기가 파헤쳐진 구멍을 간질였다.


"그렇게 보지를 뻐끔거리면서 재촉하지마. 나름 서두르고 있으니까."


무슨 끔찍한 짓을 벌이려는 걸까.

의문과 공포속에서 힘겹게 고개를 든 그녀의 시선이 마주한건,

거대한 쇳덩이였다.

처음엔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원통형이고 길쭉하게 생긴 쇳덩이... 흡사 미사일 처럼 생긴 디자인이었다.

빼곡하게 솟은 정체불명의 흉악한 돌기들과, 사람의 고간에 달렸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순간 떠오른 불길한 생각.

애써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을 밀어내며 시선을 조금더 위로향했다.

거기에 있는것은 여전히 미소띈 얼굴의 마티어스.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을 처다보는 그의 평온한 표정에 네리아의 얼굴이 시시각각 창백해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감상하듯 보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당황해 네리아. 네가 실리콘에 질린거같아서 모처럼 새로운걸 가져왔는데."


기계과학을 신봉하는 케나인들이 신체에 기계를 박아넣는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티어스처럼 성기를 아예 기계로 대체하는건, 극단적인 진화주의자들도 하지 않는 일이다.


"아, 아까 닥치라 그랬었나? 이제 말해도 돼 네리아."

"아..."


마티어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거짓말처럼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쉽사리 입을 열기가 힘들었다.

눈앞에 껄떡거리는... 자지가 이 대화의 다음을 상상하게 했던 까닭이다.

결국 한참 말을 고른 후에야 입을 열 수 있었다.


"내게... 무슨 짓을 한거에요?"


확신을 담아 물었다. 말도 안돼게 예민해진 몸이나, 겨우 한마디 말에 내지 못하는 목소리는 너무나 이상했다.

질문이 만족스러웠는지 마티어스는 눈을 휘며 대답했다.


"루비아이라는게 있어. 아이히만 박사가미쳐버린 원인인데, 접촉자를 세뇌하는 성질이 있다더라."


아이히만?
사람들을 납치해서 생체실험을 자행했다는 흉악범의 이름이었다.


"그 미치광이가 무슨 연구를 했을까, 난 그게 궁금했어. 머리에 바람구멍 나기 전까지도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잖아?"


마티어스는 천천히 뒤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즐겁다는 듯 떠들어대는 모습이 소름끼쳤다.


"어쨋든 그래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이곳저곳 캐고 다니다가 마침내 발견한거야."


부스럭. 어느새 등 뒤에 선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루비아이를."


동시에 목에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바늘이 찌르는듯한 느낌.


"나도 이것 저것 실험해 봤어. 쉽진 않았지. 테스트에 비협조적인 사람들 뿐이라 완성하는게 참 힘들었거든. 그래도 안심해 네리아, 너에게 투여한건 완성품이니까."

"그런... 제발 그만, 흐윽... 그만해주세요."


흐느낌섞인 애원에도 마티어스는 멈출 기색이 없었다.

그녀의 뒤에 선 그는 장치에 의해 강제로 벌려진 음란한 구멍을 구석구석 핥듯이 감상했다.

곧이어 손으로 직접 만지고, 중지를 넣어 쑤신다음, 그 손가락을 혓바닥으로 쓸었다.

그렇게 천천히 즐긴 후에야, 자지를 구멍에 맞춰가기 시작했다.


"아...! 마티어스 제발..."

"아까처럼 닥치고 있어 네리아."

"..."

다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비명은 소리없이 몸 안에서 터져나갈 뿐, 결코 세어나가는 일이 없었다.

그가 한 발짝 내딛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느껴지는 찢어지는 듯한 고통. 우둘투둘한 돌기들이 그녀의 구멍을 거칠게 밀어내는 감각.

장치에 의해 벌려진 그녀의 구멍을 흉악한 물건이 억지로 메우기 시작했다.

뒤에서 엉덩이를 움켜진 양 손이 마치 쥐어짜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걸음. 아까의 박음질로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질벽이 비명을 질렀다. 강한 압력에 미처 마르지 않은 애액들이 새어나왔다.

끔찍한 고통에 눈물이 흘러 시야가 흐려졌다.



"앞뒤로 질질 흘리는게 칠칠맞네. 그래도 뒷구멍은 지금부터 막아줄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


또 한걸음.

마침내 자궁구에 또다시 도달한 물건이 느껴졌다.

다시 한걸음.

꾸욱-하고 자지가 사정없이 자궁을 밀어올렸다.

아랫배가 꿰뚫리는 듯한 감각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가 힘들었다. 번갈아가면서 찾아오는 고통과 쾌감이 소용돌이치면서 섞여갔다.


"네리아."


그가 상냥하게, 그래서 더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신음소리는 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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