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1. 캐릭터 컨셉이 다양함 : 

챈 눈팅해 보면 검방캐릭이나 궁수 여캐 같은 전형적인 판타지 캐릭이 없는 걸 아쉬워하는 의견이 많은 거 같은데

 나같은 힙찔이한테는 전형적이지만은 않은 지금 캐릭터 컨셉들이 마음에 듦. 


카드마술을 요란하게 긁어대는 알카, 

암살자라면서 악마로 변신해서 후려패는 충모닉, 

얌전히 권총 쏘는 줄 알았더니 샷건-라이플까지 꼴류는 대로 갈아치워 가며 쏴 제끼는 건슬&데헌 남매, 그냥 날씨 컨셉 마법 쓰는 줄 알았더니 우산에서 칼 빼들고 지옥참마도 갈기는 기상술사 etc


(몬헌에서 배낀) 건랜스 들고서 방패로 후려패는 워로드나 에네르기파 쏠 것 같이 굴면서 막상 근접해서 긁어댄다는 기공 등 뭔가 어긋난 캐릭들도 존재하는 거 같지만 자기 컨셉에 맞는 캐릭을 찾아내면 컨셉충한테는 몹시 만족스러울 거라 확신함.

물론 소서리스나 홀리나이트처럼 비교적 전형적인 캐릭터들도 있음.



2. 연출 뽕맛 : 

누구나 인정하는 연출 3인방인

영광의 벽, 베른 남부, 엘가시아 등은 물론이고





퀘스트 깨기 전후의 미세한 스크립트 차이 등등 여러 부분에서 세심하게 연출 신경 쓴 부분이 많음.

여기 챈럼들이야 질리도록 봤을 테고 혹시라도 외부에서 온 유입이라면 저 세 곳은 유튜브로 미리 뽕 체험해 보는 것도 좋다고 봄. 


꼭 웅장하고 판타지스럽게 번쩍거리는 연출 뿐만 아니라 별빛 등대의 섬, 그림자 달 시장처럼 감성적이고 잔잔한 컨셉도 잘 표현했다 생각함.

전체적으로 글이나 이미지로는 체감이 안 가고 게임을 직접 하다 보면 체감이 가는 부분이라


덤으로 엘가시아는 스토리도 매우 인상적이었어. 다른 곳은 연출에 비해 스토리 자체는 일반적인 판타지 선악 싸움이라 '무난하다'는 느낌인데 나중에 로아 뽕 차서 엘가시아에 가면.. 게임하면서 운 건 몇 년 전에 메이플 리뉴얼 아랫마을 이후로 아주 오래간만이었음.

(꼭 슬퍼서 운다는 건 아님.)


3. '처음 깰 때' 혹은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면' 군단장 레이드가 재밌음 : 

고인물이 되면 매주 하는 지겨운 숙제일 뿐이지만,

처음 트라이하여 클경하는 순간만큼은 여럿이 협력하여 어려운 과제를 끝마쳐내는

온라인 RPG 게임만의 장점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고 생각함.

컨셉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높고 깨려고 공부하는 즐거움도 있음.


'처음 깰 때'와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면'을 강조한 이유는 단점에서 자세히 서술


4. 내실

이 부분은 사실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거 같음. 

억지로 얽어매는 숙제라 생각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고 꼭 필요한 내실만 후다닥 끝내고 방치해 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임.


하지만 어디 천천히 산책하면서 풍경사진도 찍고 하나하나 긁어모이는 거 좋아하는 나한테는 내실이 여행을 떠나는 듯한 편안함도 있었고 뭔가 하나하나 수집하는 즐거움도 분명히 컸음.

여행 좋아하거나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내실이 꼭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을 거임. 


5. 유입들에게 관대한 마인드

전반적으로 모르는 것 물어보면 친절히 답해주는 사람들이 많고 어려운 과제에 부딪혔을 때 으쌰으쌰해서 같이 극복해내려는 사람들이 많음.

뉴비한테 뭘 알려주고 혜택을 주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고인물들이 대다수인 게임들도 존재하는 것에 비하면 로아 유저들이 뉴비(모코코)를 대하는 태도는 칭찬할 점이 많다고 생각함. 뭔가 자꾸 핥으려 들긴 하는 데 그건 알아서 감당하시고

특히 여기 챈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배운 게 많았음. 레이드 진행할 때 필요한 고급 팁이라던가 스펙업 방향이라던가 여러 부분에서




단점


1. 숙제의 피곤함 :

RPG 겜과 모바일 겜들이 모두 숙제 뺑뺑이로 귀결되는 지라 꼭 로아만의 단점은 아니긴 한데, 개인적으로 로아에서 느낀 피로도가 가장 컸음.

핵앤슬래시라기엔 너무도 졸린 카던이라던가 빌런을 마주쳐서 지체되기 쉬운 가디언 토벌, 처음 대사 볼 때나 즐겁지 나중 가면 음악 키고 춤추는 동안 멍 때리는 게 전부인 호감도, 그러다가 정시 되면 꼭 시간 맞춰서 움직여야 되는 필드 보스, 카게 etc

다른 겜 숙제들은 오늘은 이거저거 하면 끝나겠다 ~ 이런 느낌이라면

로아 숙제는 오늘 이거 해야 하는데 아 시간 됐다 저거 하러가야지, 아 저거 끝났는데 요거도 있었지 요거 끝낸 다음에 이거 했더니 죠거까지 남았네 이런 느낌이어서 쉴 틈 없이 반복 노동을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음.


2.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을 때' 군단장 레이드의 불합리함 :

나야 발비하, 아니 발하비노라는 하위권 레이드 전전하던 처지라 쿠크세이튼이나 아브렐슈드 같은 상위 군단장 레이드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못해. 그런데 '사이버 유격'이라고도 불리는 연대책임이 과해서 남이 못하면 나도 피해 본다는 걸 자주 체감하게 될 거야.

나는 내 순서에 맞게 구슬 드리블을 하고 아이템을 쓰고 있는 데 다른 멍청이 하나가 실패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던가, 다른 사람들이 죄다 낙사 당해서 나랑 몇몇 생존자만 소 상대로 나오지는 않는 딜 억지로 우겨 넣는다든가, 

나는 열심히 인큐버스 패고 있는 데 다른 사람이 구슬 드리블을 못해서 뜬금없이 내가 죽는다든가, 어떤 바보가 발판을 엉뚱하게 깔아서 나는 잘 했는데 괜히 급발진 당해서 푹찍악 당한다던가

써 놓고 보니 구슬이 문제인 것도 같네

하위 레이드에서도 이런 식으로 남의 잘못 때문에 내가 죽게 되는 상황이 많고 상위권 레이드인 아브렐슈드는 이게 너무 심해서 매주 도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나도 몇 번 겪어 봐서 무슨 심정인지 알 거 같긴 해. 

이것 때문에 숙코(숙련 코스프레)를 척살한다던지, 입장컷에서 6유물 세구빛을 요구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진입장벽이 생기기도 해. 

그런 상황에선 고인물들이 친절한 것과 별개로 게임 환경 자체가 뉴비한테 우호적이기는 어렵게 되지. 그런데 나는 다른 사람의 실수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경우보다는 아래와 같이


3.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지 못했을 때 드는 군단장 레이드 중의 자괴감

로아 시작한지 4개월, 군단장 돌기 시작한 지는 3개월 된 입장에서 내가 남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보다는 내가 남한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았어. 징징글도 쓰고 미치광이 컨셉글도 써가며 어떻게든 팁 배우려 질문글 계속 올려보고 공략 유튜브도 꾸준히 반복해서 보는데 실력이 전혀 늘지 않더라. 남들이 4~5주면 끝까지 생존하는 발탄은 처음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16주 내내 한번도 끝까지 살아본 적이 없어. 8주 째 도는 비아키스는 아직도 구슬 드리블이라는 간단한 기믹을 수행 못해서 파티 다 터뜨리고 오늘 하드 난이도 돌면서는 벨가누스 피자라 불리는 피자 회전 패턴에서 7번 이상 죽는 데도 발전이 없더라.









변명 같겠지만 암만 공부하고 애정을 가져도 소질이 없으면 결국 안 늘더라. 계속 나 때문에 진행이 안되는데 남들은 나한테 욕 안하고 으쌰으쌰 하는 것도 괴롭고 여기 챈럼들이 정성껏 질문에 답해주고 이런 저런 조언 해줘도 나는 하나도 실전에 써먹지도 못한 채 맨날 죽어버리고


내가 뭘 좋아하는 거랑 뭘 잘하는 거는 확실히 다른 문제 같아.

 5월 중반에 레이드 3~4주 접해 놓고 게임 너무 어렵다 접자~ 하다가  마음 고쳐먹고 이것저것 공부했는데 지금까지도 바뀌는 게 없더라. 그 때 내 판단이 옳았던 거지



그래서 이제 로아 접을라고


탈퇴 스샷은 안 찍어 놔서 관종 같긴 한데, 2번째로 접기로 마음 먹은 이상 다시 마음 돌이키진 않을 거야

15일 지나면 알아서 계정 삭제돼 있겠지

숙제 때문에 일상 뺐기는 것도 싫은데 군단장 레이드 돌 때마다 자기 혐오감만 늘어서 계속 게임해봐야 내 정신건강만 해칠 것 같더라.


내실 붙들면서 힐링 로아만 계속 하나든 마인드로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내실은 언젠가 끝이 나게 마련이고, 남들 군단장에 의욕적으로 도전할 때 나만 뒷방 늙은이처럼 산책만 다닐 거 생각하니까 그것도 결국엔 못하겠더라


어짜피 접을 거 조용히 접어버리는 게 좋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여기 챈럼들한테 신세진 거 많아서 일종의 작별인사글이 쓰고 싶었던 게 아닌가 자조해 봐. 혹시라도 눈팅하는 뉴비들한테 나름 체험담도 전해보고 싶었고


뉴비들이 장단점 읽어 보고 자기한테 어떤 부분이 맞고 어떤 부분이 안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면 내가 아주 똥글 쓴 건 아니겠지


게임 접는 마당에 여기 챈도 탈퇴해야지. 닉네임도 못바꾸는 데 계속 유지해봐야 미련밖에 더 생기겠어


그래도 4개월 동안 로아랑 챈럼들한테 즐거웠다

내가 스펙업할려고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즐길려고 게임한다는 느낌은 강하게 들었거든


지금은 일선에 없는 강선이 형 보고 싶네.


다들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