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생일이었다.

몇 주 전부터 금요일 저녁을 위해 어렵게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딸이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 곳. 창가 자리가 있는 곳. 조명이 따뜻하고, 생일을 축하하기 좋은 분위기의 레스토랑.

그날 아침, 그는 딸에게 귓속말처럼 말했다.


"아빠가 오늘 늦게라도 꼭 갈게."


딸은 씩 웃었다. 아내도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가 올 것을 믿는 얼굴이었다.

오후 내내 책상 아래 숨겨둔 작은 상자를 만지작거리며, 그는 딸이 이 선물을 받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상했다.


 얼마나 좋아할까? 고개를 흔들며 헛웃음을 짓다가도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평소보다 10분만 일찍 나가면 됐다. 딸과 아내는 먼저 가서 기다린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코드를 정리하며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마무리만 하면 됐다.


그때, 맞은편에서 팀장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개발팀, 하던 거 전부 중지하고 3월 업데이트 내용 오늘 10시까지 정리해서 보내!"


순간 손이 굳었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10시라고 했나?'

눈앞의 숫자들이 흐려졌다. 마우스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몇 초 동안, 그는 가만히 있었다.

그리곤, 휴대폰을 들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 아내가 물었다.

"미안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저쪽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빠야? 아빠 언제 와?"


숨을 들이마셨다. 대답해야 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전화기를 꼭 쥔 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커서가 깜빡였다.

눈앞의 숫자들이 점점 선명해졌다.



‘로스트소드 3월 밸런스 조정안_v3_final_confirmed.x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