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좀 들어가서 쓰는 글이라 다소 두서없을 수는 있음.


최근에 순챈을 알고 순애물들을 찾아보면서 느낀 건데, 순애물, 특히 그중에서도 웹소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순애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긴장감이 생각보다 더 큰 요소라는 점을 실감했음.

사실 서사가 있는 작품이라면 기본적으로 안정성보다는 긴장감을 줄 수 있어야 사람들을 몰입하고 끌어당기는 게 맞지. 대다수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순애물은 이 긴장감을 무시한 채 둘이 행복한 모습만을 조명하다가 극의 텐션을 놓친 것들이 많다고 봐.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재미있고 무난한 순애물로 읽힐 작품일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무지성으로 꽁냥대기만 하는 걸로 느껴져서 도중에 그만둔 순애물들도 있었고, 순애물의 단점으로 꼽히는 점 중 가장 많았던 게 '전개가 심심하게 느껴져서 별로다'였거든.


 이런 단점들을 상쇄한 작품들은 대부분 순애 외적으로 다른 긴장 요소를 통해 순애 자체의 심심함을 해소했음.

 노피아 순애의 대명사 회맹성은 둘의 관계 외적인 목적인 '마왕 저지'와 흑막의 존재를 통해 극중의 긴장감을 유지했고, 같은 작가의 부인밀밭도 둘 사이에 쌓인 오해와 주인공인 엘릭의 생활을 뒤흔드는 요소들을 통해서 극중에서 둘이 완전히 마음을 터놓는 것을 막았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판타지면 모를까 현대물에서 순애물은 관계 외적인 부분에서 긴장감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봐. 비스크돌도 순애+코스프레물인데 코스프레 자체가 극중극의 반복이다 보니 루즈하다는 평가도 많이 받았지.

그러면 현대 일상에서 순애를 소재로 한 작품에 긴장감을 부여할 수 있는 요소는 뭘까? 인간관계에서의 위협이지. 고전 순애물들이나 명작선들을 보면 이러한 '관계의 긴장감'이 들어간 작품이 많아. 당장 토라도라나 아다치 선생님의 작품들부터가 그렇고.


 문제는 템포가 빨라지고 반응이 즉각적으로 들어오는 오늘날에는 인간관계에서 긴장감을 유도한다는 건 독자의 반발을 사기 쉬운 일임.

'시련을 위한 빌드업' 자체가 예전보다 나오기 어려운 판도의 변화도 있고, NTR드리프트의 트라우마 때문에 불안 요소가 생기면 각혈하며 돌아서는 순붕이들도 그 이유라고 생각함. 사실 나도 비슷한 이유로 각혈한 적이 있어서 순붕이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두나.. 후.. ㅆㅂ..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편당 피드백이 가능해지면서 좋은 점도 생겼지만 빌드업을 쌓기 힘들어지면서 예전에 비해 시련을 쓰기 힘든 지금의 메타가 조금은 아쉬운 좀이 있음.

H2나 터치라던지, 토라도라라던지, 룬의 아이들도 그렇고 최근의 메타로 보면 더 보수적인 순애파들의 시선에서는 실시간으로 따라가다가 '갈!'을 외칠 부분들이 있다고 보거든.


 뭔가 말이 길어졌는데,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NTR드리프트의 위험성과는 별개로 순애물에 생기는 긴장감이나 위협 요소에 대해서 너무 적대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뭐랄까, 시대를 초얼하는 명작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긴 하지만 독자의 시선이 작품들의 기조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순애물이 보수화되면 작품이 심심해지는 게 많이 보이기도 해서 아쉽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거든.


나 자신이 결과만 순애라면 중간의 과정은 빌드업이라 생각하는 혼돈 순애파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순애는 심심하다'는 말에는 상술한 보수적인 기조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

그래서 NTR드리프트는 더더욱 용서 못하지만.. 많은 시도가 가능하도록 포용적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