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_TrRlDewrj0?si=hdyrwgNF1ufGcmaI

https://youtu.be/_TrRlDewrj0?si=hdyrwgNF1ufGcmaI


이게 원래 아빠한테 허락받을 내용은 아니지만 이제 두분 다 좋은곳에 가셨을테니 지역이나 상호 제외하고 풀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여기다 써봄


큰 틀로 보면 이어진 내용이고 엔딩은 뭐... 그리 좋은 결말은 아니였음. 당장 나 어릴때 있던 일이였대도 그 이야기 생각하면 충격이 큼.


아빠는 시골 출신임.


그것도 시골 깡촌이라 그 동네에서 나고자라면 서로 한다리 건너 한다리까지 다 알고있을 그런 동네서 나고자란 아빠 지인의 이야기임.


편하게 아빠 지인을 A로 칭하고 애인을 B로 칭해서 서술해볼려고 함.


아빠 지인 A는 그냥 평범 무난무난한 인물이셨음. 얼굴이 잘생겼다 개연성이 있다 그것도 아님 그분 애인이셨던 B도 둘 다 평범하심.


둘은 당연히 같은 동네에서 나고자랐고 아빠도 알정도로 A 이분이 B를 엄청 좋아하셨다고 함. 어릴때부터 서로 집에서 밥도 얻어먹고 그러고 자라다 보니 친한데다가 한 솥밥 먹고 살던 동네 친구라 아빠와 친구들 다 몰려다니면서 자라기 시작함.


시골 깡촌이다 보니까 같은학교 나오는건 당연지사고 내 기억속에서도 A 이분은 항상 인자하시고 허허 웃는게 뭔가 뭔가... 엄청 좋은 분이셨음 


B 그분은 내가 본적이 없음 정확힌 내가 3살때 한번 본게 다셨다고 함. 아빠는 나 태어나고 도시로 내려갔으니까.


A랑 B도 성인이 되고 같은 수순으로 상경해서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했다고 함. A는 집안 문제(부모님이 장애인이라 생계 관련으로 군대 면제)로 대학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음.


반면에 B는 그 깡촌에서도 집안이 돈이 많아서 대학생활도 하고 사무실에 취직해 회사생활을 하셨다고 함. 몰론 큰 회사는 아니였고 그때기준 적당한 회사를 다니셨다고 함.


몰론 그 공장은 지금은 그래도 꽤 큰 회사가 됨. A 아저씨가 다니던 회사는 현재는 없다고 하심.


그런 A 아저씨는 자연스럽게 B의 그런 모습을 동경하셨다고 함. A 그분은 중졸이셨다는데도 머리가 비상하셨다고 하더라, 집안이 잘 살았다면 대학가서 더 큰 일을 했어도 될 정도로...


그러다 보니 야간학교도 다니면서 어찌저찌 고생해서 그분도 사무직으로 옮기고 이직하셨고, 아버지 고향에선 문자 그대로 경사가 났다고 축제를 벌일 정도였다니까 사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A 아저씨를 지칭할 정도로 핫한 소식이였다는거지.


그리고 A 아저씨와 B 아주머니도 두분이서 교제를 이어가기 시작함.


명절에 고향집에서 둘이 만나셔서 둘이 사랑한다는걸 직감하셨다고 들었음. 우리 아빠는 아직도 그때 그 내용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시적으로 이런 말을 하심.


"개천에서 용이 난게 아니라, 진흙탕 속에 파묻힌 이무기가 용을 만나 승천한거다."


이런 말을 하셨는데 사실상 A 아저씨가 그런 꿈을 꾸게된건 본인 자의도 있었지만 B 아주머니의 응원도 한몫을 하셨다는거지. 실제로도 A 아저씨가 야학을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는 응원한다고 도시락도 매일 싸다가 공장에 와서 밥도 같이 드셨다고 함.


아버지도 같은 공장을 다니셨거든.


근데 이 내용이 왜 슬프게 끝나냐면


A 아저씨와 B 아주머니 두분이 결혼을 약속한지 3일만에 B 아주머니가 돌아가심. 뱃속에는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아기도 같이.


사인은 음주운전 하던 차량의 뺑소니로 현장에서 바로 돌아가셨다고 함. A 아저씨 눈앞에서 벌어진 사고셨다고 들었다. 


범인은 도주하다 차량까지 버리고 도주했고, 차주가 체포되었는데 당시에 차량을 도난당한 상태임이 확인되어서 결국 범인은 잡지도 못하고 그렇게 끝이 나버림.


공소시효도 만료되었다고 함.


A 아저씨는 말 그대로 폐인이 되셨다. 시골 동네 또한 한동안 차가운 공기만 돌았다고 함. B 아주머니의 부모님은 자신들의 가슴에 대못박은 이 지역에선 못사시겠다며 집까지 버리고 큰아들 댁으로 이사가셨다고 함.


B 아주머니 장례를 치룬 뒤에는 아저씨는 완전히 폐인이 되셔가지고는 승승장구 하시던 상황에서 퇴사까지 하고는 맨날 고통을 술로 달랬다고 하심.


아빠가 그분이 혼자 사시던 집을 가면 항상 소주병부터 온갖 술병이 가득했고 그 방에서 바닥에 누워서 울다가 잠든 아저씨를 대신해 아빠가 방을 정리하고 밥을 먹이려고 강제로 끌고나가는 상황이셨다고 들었음.


우리 아빠도 사담으로 참 의리파인게, 아저씨 대신 범인을 찾겠다고 사방으로 뛰어다니시면서 본인도 이혼하고 제정신이 아닌 마당에 현수막을 걸고 고향 사람들과 돈을 걷어서 제보하면 사례금을 제공하겠다며 내걸고 다니셨음.


사진은 없지만 그때 아빠가 끌고다니던 차 양옆으로 현수막을 걸고 다니실 정도였다고 할머니도 말하실 정도였음.


그렇게 A 아저씨는 고통스럽게 2년을 보내시다가 아저씨의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어머니를 돌봐야 할 상황이 오시자 정신을 차리신 것 같았음. 아버지 장례를 치루고는 그렇게 폐인같던 사람이 멀끔하게 다시 옷을 입고 직장생활을 시작하시니 아빠도 걱정을 한시름 덜으셨다더라.


그땐 아무도 몰랐음. 아니 알았을거임. 아저씨가 얼마나 속이 썩어가는지 알면서도 아무도 뭐라 말을 못했을거임.


그리고 그때부터 내가 아저씨를 기억하게 된거임. 아빠도 걱정되셨는지 종종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식당에 그분을 데려와 문닫은 밤에 불꺼진 식당에서 자주 두분끼리 술대작을 하셨음.


나도 아빠 따라 내려가서 초1 나이에 재롱도 부리고 춤도 추다가 눈치없이 아저씨한테 그런 말을 했었음.


"아저씨는 왜 결혼 안하세요?" 라는 질문에 아빠 표정이 갑자기 굳어버리신게 기억에 선명함. 내가 그런 질문을 던지니까 아저씨가 날 끌어안고 한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음.


"아저씨는 말이야, 저기 하늘에 있는 선녀랑 약속을 했어요. ○○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알지?"


"아저씨가 나무꾼이고, 선녀랑 약속을 했어. 아저씨가 딱 천 밤만 자면 선녀가 다시 돌아와 아저씨랑 살겠다고..."


난 그때까지만 해도 그 내용을 몰랐으니까 그럴수 있다 생각하면서도 지금 보니 참 무례했다고 생각함.


그런 A 아저씨는 이후로도 몇번씩 아버지와 술을 먹다가 돌연 사라지심. 한달동안 실종되셨다가 내가 초3이 된 10살 8월에 돌아가심. 공교롭게도 그날은 아빠가 날 데리고 살겠다며 본가로 돌아온 날이였고. 아빠는 나랑 밥먹다가 갑자기 전화를 받으시더니 미친듯이 옷을 입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날 데리고 장례식장으로 뛰어가시는데 거의 울부짖고 계셨음.


아버지 고향 산자락에 B 아주머니를 묻었는데, 아저씨가 거기서 쓰러져 돌아가신 채로 발견되셨다고 하더라... 나도 그 장례식장에서 처음 자식을 잃은 부모가 어떻게 우는지 알게됨.


진짜로 사람이 우는게 아니더라... 가끔씩 나도 그 소리 비슷한거 들으면 겁이 날 정도임.


사인은 당연하게도 슬픔을 못이기시고 농약을 드시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신거라고 들었음. 시골 사람들 다 한달음에 달려와 A 아저씨 어머니와 함께 우는데 그날 나도 많이 울었다.


장례식 조문객 중에는 당연히 B 아주머니 부모님도 오셨다고 들었음. 난 거기서 아파가지고 자느라 몰랐는데 그분들도 A 아저씨 어머님이랑 같이 펑펑 울으셨다고 하시더라.


나중에 아빠랑 성인되고 술먹다가 그분 이야기가 나옴.


A 아저씨가 실종되시기 일주일 전에 전화가 왔다고 함. A 아저씨는 뭔가 많이 위축된 목소리로 아빠한테 그러셨다고 함.


"야 ××야... 나 어떻게 해야햐나... 자꾸만 B가 떠올라서 잠을 못자겠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떻게든 살아가겠다고 노력하는데 잊질 못하겠다. 집에 들어가질 못하겠어서 고향에도 못가겠다. 갈때마다 자꾸만 너랑 B랑 나 그리고 애들이랑 뛰어놀던 그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리더라."


아빠는 그 말을 하고는 한참을 우는 아저씨에게 힘내란 말밖에 못한 자기가 원망스러웠다고 하시더라. 그러곤 우셨음. 말없이 30분동안...


나도 울었다. 그땐 몰랐는데 성인되고 나도 증조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 상을 치루고 나니까 이해가 되더라.


장례를 치룬 후에 아버지가 고향에 돌아가서 A 아저씨의 유품을 정리하는데 거기서 그런 글이 나왔다고 함.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해서 얼굴이 잊혀지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 B야! 너가 그립다! 너가 그리워서 내가 하루도 잠을 못잔다!" 이렇게 써진 글을 보고는 아빠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으셨다고 함.


두분 사후에는 양측 집안끼리 협의가 되어서 영결식을 치뤘다고 함. 두분 사랑이 얼마나 컸으면 A 아저씨가 죽기 전까지 잊질 못하고 그리움에 힘들어 했겠냐며..


아빠도 가끔가다 나랑 이야기 하거나 종종 앨범을 들여다 보시는데, 두분 사진을 보면서 씁쓸한 표정을 짓곤 하신다.


얼마나 찬하셨는지, A랑 B 두분 기일에 직접 양가 찾아가서 아버지도 같이 제사를 종종 지내시고 두분 묘소에도 날 데리고 가신다.


지금은 A랑 B 두분 다 행복하게 지내실거라고 생각한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