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걔를 만났던건 중학생 시절이였어

남중에 다녔지만 여중도 근처에 있었기에, 근처 학원을 다니면서 그 애를 처음 만나고, 친해졌어.

뭐 친해지는거에 계기가 있겠냐만은 내향적이던 나에 비해서 그 애는 붙힘성이 꽤 있었고 나는 그 애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으니 자연스럽게 친해졌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친구였어.

하지만 중3이 되니깐 그 아이에 대한 감정이 점점 호감이 되어감을 느낀거야.

결국 고등학교를 가고나면 사랑을 고백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 고백했고, 이루어졌지.


그 이후로는 정말 행복했던거 같네.

비록 다른 고등학교에 갔고, 고등학교의 야자와 줄어든 자유시간은 나랑 여친이 만나기 힘들게 했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했기에 단 한번도 크게 다투지 않았고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다고 생각해.


주말이 되면 만나서 놀며 서로와의 추억을 쌓아가고, 방학이나 연휴에는 같이 여러 데이트 명소도 들렀어.


순간순간이 정말 행복했고, 나에겐 과분했다고까지 느껴졌으며 그 과정에서 그저 평범했던 나의 삶이 여친 덕분에 채워지고 바뀌어갔음을 느꼈던거 같아.


한번은 어둠이 깔린 저녁에 여친이랑 집 근처 공원에 갔는데, 그 날 날씨는 정말 완벽한 봄날씨였고, 주변에 사람도 없었던 그 분위기에 서로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봤어.


그 밤하늘에는 대부분의 별이 도심에 불빛에 가려진 나머지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날 잠시동안 아무 말도 안하는 채로 서로 옅은 미소를 띄며 가만히 바라본 밤의 정경과 분위기는 머릿속이 아닌, 마음에 박혀서 내게 기억되고 있어.

다른 특별한 장소를 갔던 것보다, 나한텐 이 장면이 너무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더라.


그런 와중에도 학생은 학생이니 같은 대학교를 목표로 달리면서 달렸는데... 웃기게도 둘 다 시원하게 목표하던 대학을 떨구고 재수를 선택했지...


나는 그럴만 했던게 고2랑 고3때 공부를 반쯤 놓아서 그 대학에 갈려면 논술밖에 답이 없었으니깐....ㅋㅋㅋㅋ


재수중에도 사랑이 깨지긴 커녕 서로가 힘들면 서로를 의지해주고, 배려해줬어. 그때 정말 그 애한테 너무 많은 심적인 도움을 받은거 같아.

그 정도 사귀었으면 권태기가 올만도 했을건데 오질 않더라. 그냥 사랑했어. 너무나도.


그런데... 그런 행복한 이야기였으면 이 글의 제목에서 이별을 고한다고 하진 않았을거야.

내 여친은 이제 내 곁에, 이 세상에 없으니깐.



간만에 주말에 같이 놀러가자고 했고, 난 약속장소에서 그 애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기다려도 안오는거 있지? 20분을 기다렸는데도 안오길래 연락을 해봤는데 연락을 안받았어.

별로 약속 시간을 어기던 애도 아니였고, 평일엔 몰라도 시간이 많은 주말엔 연락을 안 받는 애 또한 아니였기에 순간 불안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기다렸지. 그런데... 기다렸는데도 안오더라고?


그래서 1시간을 기다리고, 읽지 않는 DM과 부재중통화를 뒤로 한채 큰 불안감을 안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지.



결국 그날, 그 애의 부모님한테서 그 애가 세상을 떠났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어.

아무래도 양가의 부모님 모두 서로를 알고 있었으니깐... 나한테 바로 연락을 하셨겠지.

그 순간 내 심장은 내려앉는것만 같았고, 나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말이 떨리다 못해 나오지가 않았어서, 그저 몸이 떨리더라. 그 이후로는 그냥 믿을 수가 없어서, 정신이 빠져나간 사람마냥 갔어.

대형트럭에 의한 사고였대.



이내 그 죽음을 확인하고서야 현실이 체감되어서 그때서야 울었어. 2년이 넘은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는게 너무 고통스러워.


너무 울어서 이내 울기도 힘들어질 때 즈음, 이게 현실이 아니였으면 싶어서, 그냥 오늘은 놀지 말고 쉬자고 말했으면 그 애가 죽을일이 없었겠지라는 생각에, 내가 죽인것만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시간이 지나고 결국 그 애와 내가 목표하던 대학에는 나 혼자만 남아있어.

많은 사람이 시간이 약이라고는 하지만, 그 약이 나한텐 듣지 않았던거 같아서 아직까지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거 같아. 고백을 받고 연애를 해도 연애가 아니여서 바로 헤어졌지.


지금은 대학동기 그 누구에게도 그런 일이란게 존재하지 않는 척, 멀쩡한 척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내가 표정에 생기를 잃었는지 내가 무표정한 표정을 지으면 슬퍼 보인다거나, 안좋은 일 있냐는 질문을 가끔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이전에는 무표정한 표정을 지어도 그런 표정이 아니였는데.



이번주 목요일에도 그런 소리를 들었어. 넌 가끔 표정이 너무 안좋다고. 괜찮다고는 하는데 표정이 너무 안좋다고.

원래도 그날 이후로 종종 듣던 말인데 갑자기 그 말을 들으니깐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지더라. 


이 후유증이 얼마나 갈지부터, 앞으론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생각.

그런데 그 애가 종종 한 말이 있었어.

너는 가끔 과거일에 너무 얽매인다고. 과거에 매이기보단 앞으로 너한테 있을 미래를 밝히는게 너한테 바라는거라고.

그 말이 문득 떠오르더라.



결국 혼자 자취방에서 내린 결론은 이번주 주말에 내려가서 그 애에게 인사를 고하고 오자. 이거였어.


정말 고마웠고, 정말 사랑했다고. 이 후유증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너와 나의 추억을 아름다운 기억으로서, 찬란했던 기억으로서 간직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그렇게 오늘 인사를 하러 갈 생각이야.


내가 언제쯤 다시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도, 2년이 넘게 지난 지금 여전히 남아있는 나의 아픔이 언제 다시 아물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간 이 또한 아름다운 기억으로서 추억되길 바라며. 오늘 너에게 인사를 고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