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문태준, 『백년(百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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