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떨한 기분으로 써본다.

아까 큰아버지 입관하는거 보고 왔다.

그후로 정신없이 손님 받다가 짬나서 글좀 끄적여본다.

 긴 줄글이며 세 줄 요약은 없다.

 떠나신 큰아버지는 암이셨다.

 암에 걸린걸 알게 된 것은 3년전.

  암에 걸리셨는데도 웃으면서 '하나님이 나를 데리고 가시려나 보다' 하며 허허 웃으셨다.

 죽음이라는 늪에 점점 빠져가는 와중에도 항상 햇살같이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셨다.

 의사는 길어야 몇개월이라는 말로 큰아버지의 삶을 재단하셨다.

 다만 큰아버지는 굴하지 않으셨다.

 자그마치 3년이라는 세월을 버텨내시며 사촌누나의 결혼과 사촌 형의 취직을 지켜보셨다.

 당신께서 수십년을 지낸 회사에 아들이 취직하셨을 때는 눈물을 흘리셨다지.

 그 모습을 보노라면 우리 가족은 혹시 하는 마음으로 기적을 바라게 되고는 했다.

 큰아버지의 신실한 마음이 기적이 되셨다고.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나실지도 모른다고.

 다만 그것이 끝이었다.

 점점 몸이 약해지시던 큰아버지는 4월 2일 바로 어제.

 반평생을 섬기던 주님의 곁으로 긴긴 여행을 떠나셨다.

 사인은 쇠약사, 큰아버지는 끝끝내 저주같던 병마에 굴하지 않았다.

 결국 끝에 끝까지 병마와 싸우며 가족의 곁을 지키셨다.

 이제 좋은 일만 남았을텐데... 그 좋은 날의 시작을 끝으로 맺어버리신 큰아버지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시고 눈을 감으셨다.

 사흘 전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았을 때 밝은 목소리에 그만 착각하고 말았다.

 다 나으신건가, 그것도 아니면 호전된 것인가.

 마음 한켠의 불안을 숨기고 안도에 취해 착각하며 다음에 뵙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게 마지막인줄을 알았다면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라도 대화를 조금 더 길게 나누었을 텐데.

 그렇게 쉬어버린 목소리로 나를 배웅하며 너를 위해 기도하겠노라 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메아리처럼 잔향이 남아 나를 괴롭힌다.

 끝으로 이리 이르게 홀로 두고 가버리는 자신을 용서하라며 당신의 반쪽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아들에게 남기고 평온하게 가신 그분을 떠올리며 이리 글을 끄적인다.

 종교따위 믿지 않는 나지만.

 오늘만큼 당신께서 노래하셨던 천국과 주님이 실존하기를 바란 적은 없었다.

 생전 나와 내 가족을 위해 기도를 아끼지 않았던 그분을 위해.

 정작 그분을 위해 기도하지 않았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를 곱씹으며 오늘밤을 지새울 생각이다.

 오늘만큼은 믿지 않는 신에게 기도할 생각이다.

 가장 가정에 충실했으며 이웃과 가족을 사랑하고 우리를 위한 헌신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해마지 않는 나의 가족이 오늘 당신의 곁으로 떠났습니다.

 그를 어여삐여기시고 사랑해주시길 빕니다.

 생전의 후회없이 가셨기를.

 부족함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았기를.

 또한 그가 바라는 대로 나의 가족들이 언제고 평안하기를.

 간곡히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