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따뜻한 나날이 드디어 찾아왔다.

내가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너가 된 지도 3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아이의 담당 트레이너가 된 지도ㅡ

"야호ㅡ, 트레 쨩. 나 왔엉."

"어, 오후 트레이닝 수고했어."

마침, 언제 쯤 오려나 하고 생각하던 와중에 트레이너 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른한 눈빛의 우마무스메.

내 담당, 트랜센드다.



이 아이와 전속 계약을 맺은 지도, 벌써 2년 전.
첫 만남까지 포함하면, 거기에 2년이 더해진다.

취미가 맞고 이야기가 맞다보니 마주치는 빈도가 많아진 우리는, 내가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너로 들어가게 된 이후로 같이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고ㅡ

'ㅡ내가 스카우트하고 싶은 우마무스메가 있어.'

'그 아이에 대한 정보와, 트레 쨩에 관한 정보. 서로 등가교환이네, 그럼.'

누가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를 흐름이겠지만, 이미 서로에 대한 답이 정해진 우리였기에, 트랜센드는 내 전속 계약 제안을 받아주었다.



그 뒤로도, 서로간의 관계에 바뀐 건 없다.

"오늘의 전반적인 트레이닝 흐름표인데..."

"흠, 흠. 이 정도면 다음 레이스 대비는 충분하겠넹ㅡ."

아침에 만나서 트레이닝 플랜의 검토,

"아, 트레 쨩, 그거 안 먹을거야? 안 먹을거면 내가 먹어야징."

"아, 너! 내가 마지막까지 남겨놓는 거 알면서!"

"히히ㅡ, 예상했는데 대응이 느린 트레 쨩이 나쁜거라궁."

점심에는 함께 식사를 하며,

"아, 맞다. 트랜센드?"

"응ㅡ, 무슨 일?"

"어제 부탁한 물건, 구해왔어."

"오ㅡ, 감사감사링. 안 그래도 그거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려던 참이였거든ㅡ."

오후에는 취미 얘기를 하며 남은 시간을 보낸다.

전속 계약이 시작된 이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은 하루의 루틴.

"그럼 부탁했던 물건, 가져갈겡ㅡ...
어라, 이 컴팩트 PCㅡ..."

"오, 역시 알아보네."

어제 부탁받은 전자기기를 챙기러 다가온 트랜센드가, 내 책상 옆에 올려져있는 컴팩트 PC를 보고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

"V○IO P잖아, 그것도 초기형 모델ㅡ."

"트레이너 공부를 하기 시작할 때 샀던 건데, 지금은 그냥 장난감 느낌으로 쓰는 중."

"헤에ㅡ, 초기형을 이렇게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인걸ㅡ.
트레 쨩, 일 끝날 때 까지 잠시 살펴봐도 될까나?"

"뭐ㅡ... 중요한 파일 같은 건 아마 없을테니, 마음대로 해."

"예ㅡ이, 고마웡."

그렇게 말하고는, 트랜센드는 내 컴팩트 PC를 들고 총총 소파로 걸어가 앉는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트레이닝 플랜 작성 등의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십분 쯤 지났을까.

"으아ㅡ... 대충 이 정도면 마무리 됐으려나.
나머지 일정은 오후의 트레이너 회의 정도, 인가ㅡ..."

필요 최소한의 일을 마치고 나는 그 자리에서 기지개를 폈다.

"오, 이제 끝난거야? 수고했엉ㅡ."

"...너, 아직도 그거 붙잡고 있는거냐."

"그야, 초기형은 레어하니까. 기회가 생긴 한 구석구석까지 살펴보고 싶은 법이라구ㅡ."

"아, 그러셔ㅡ."

"그리고ㅡ, 혹시모를 트레 쨩의 극비 정보를 입수할 가능성도 배제 못 하징."

"극비... 정보라니, 네가 모르는 내 정보는 프라이버시 정보 정도밖ㅇㅡ"

...뒤늦게 '아차'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멈칫한다.

트랜센드가 들고 있는 컴팩트 PC는 내 '방주'를 백업해놓은 장치였다는 걸 뒤늦게 떠올린 순간ㅡ

"헤에ㅡ, 트레 쨩은 이런 취미였구나?
호색한♡"

"아아아아아!!!!
너, 지금 그거 당장 내려놔!!"

젠장, 이 녀석에게는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트랜센드가 손에 든 컴팩트 PC를 잡으려는 순간.

"싫거든ㅡ, 트레 쨩의 약점이 될 만한 정보를 조금 더 파내고 싶걸랑."

녀석은 내 손이 닿기도 전에 컴팩트 PC를 홱 하고 낚아챘다.

하지만 나 역시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겨우 PC를 잡았다.

"잔말 말고 이리 내놔...!! 남의 뒷사정까지 알려고 하지 말라고...!!"

"내 성격 뻔히 알면서...! 괜한 저항 하지 말라구, 트레 쨩...!"

그렇게 서로의 힘의 공방전이 펼쳐지던 그 때.

"앗!?"
"으앗!?"

하필이면 서로 당기는 타이밍이 같아서였을까, 컴팩트 PC는 우리의 손을 벗어나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ㅇ, 아아...!"

"ㅇ, 이건 예상 밖의 일이..."

바닥에 추락한 컴팩트 PC는 전원이 꺼져버렸고, 프레임과 화면에는 크고 작은 금이 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전원 버튼을 눌러봤지만ㅡ

"켜지지... 않아..."

그렇다, 내 컴팩트 PC는 완전히 죽어버린 것이다.

"ㅌ, 트레 쨩...? 그게..."

"...아무 말도 하지마, 변명은 듣고 싶지 않으니까."

무심코, 날이 잔뜩 선 말이 나와버렸다.

"ㅁ, 미안해, 트레 쨩...! 나는 그러려고 한게..."

"사과해봤자... 뭐가 되는데!"

"...!!"

"어차피 지금 이 상황이 되어 버렸잖아...
어차피 망가져 버렸잖아!!"

버럭, 하고 소리를 지르며 트랜센드를 노려본 그 순간, 마치 이런 모습의 나를 처음 본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회의 간다, 남은 시간은 알아서 보내."

"..."

그 얼굴을 본 나는 괜히 죄책감이 들어, 부서진 컴팩트 PC를 소파에 던져놓고는 트레이너 실을 나섰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처음 쓰는 글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음

아마 이 파트 포함해서 3파트로 나눠질 예정임

다음 편부터는 PC로 쓰던가 해야지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