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처음 풀어보는 거니까 못해도 양해 좀...


이건 내가 고등학생 때 있었던 일임. 편의상 이제부터 나올 여사친 이름을 M이라고 할게. 어느 날 학교에 있었는데 날 인스타에서 본건지, 페북에서 본건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메신저로 나보고 누구냐고 메세지가 오더라고. 처음에는 잘못 보낸 건가 아니면 보이스 피싱인가 싶어서 무시했는데 프로필 보니까 나랑 같은 고등학생이었음. 그래서 호기심 생겨서 나도 답장함. 이게 나랑 걔랑 첫 만남이었음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짝사랑하던 선배가 있어서 걔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나도 인터넷에서만 보던 펜팔 친구가 생긴 건가 싶었음. M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알게 된 건데 걔는 집이 교외 지역이었음. 지역 말하면 좀 그러니까 아마 강원도? 비슷한 느낌일 거임. 자기 사는 지역 사진 보내줘서 봤는데 확실히 깡촌이긴 하더라. 나는 수도권에 사니까 잘 몰랐는데 요즘도 도시 벗어난 교외 지역 불편한 게 많다더라고. 그래서 걔가 맨날 하는 말이 자기는 꼭 수도권 대학 갈 거라는 거였음. 이런 식으로 서로에 대한 이야기하면서 점점 친해진 거 같긴 함


내가 원래 그때까지도 모쏠이었어서 여자에 대해 하나도 몰랐는데 얘랑 대화하면서 많이 늘었음 . 여자랑 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거 좋아하나 같은 거 많이 물어봤거든. 주변 애들도 내가 좀 달라졌다면서 여자력 는 거 같다고 놀리더라. 아무튼 얘 덕분에 아까 말한 좋아하던 선배랑도 연락하는 정도까지 친해짐(원래 앞에만 가면 개쫄아서 말도 제대로 못했음). 그런데 친해지고 나니까 이상하게 예전처럼 호감이 안 느껴지더라. 좀 오글거리긴 하는데 M이랑 계속 연락하면서 이제 내가 선배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얘랑 더 가까워진 걸 느낌. 이걸 딱 느끼니까 그 이후부터 연락할 때마다 ㅈㄴ 긴장되더라.   


그러다가 이제 입시 기간이 돼서 서로 상경하기로 약속하고 잠시 연락 끊기로 했음. 솔직히 엄청 연락하고 싶긴 했는데 나도 대학은 가야 해서 꾹 참고 공부해서 결국 둘 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붙음(아쉽게도 같은 대학은 아님). 이제 드디어 실제로 만나게 되는 거니까 진짜 행복하더라. 그래서 걔가 기차 타고 올라오는 날에 지하철 역으로 마중 나가기로 하고 만나서 이런 저런 데이트 같은 거 하다가 내가 고백하고 사귀게 됨. 여친은 지금 백화점에서 알바하면서 지내고 있고, 나는 대학에서 건설쪽 전공해서 그 분야 회사 다니려고 준비하고 있는 중임. 긴 글 봐줘서 고맙고 순붕이들도 이런 사랑 해보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