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그녀만 보이는 이야기

기숙사 방 배정을 받은 날, 유아는 조금 긴장된 얼굴로 기숙사 사감실을 나섰다. 

새로 시작되는 대학 생활,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독립적인 환경에 대한 설렘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런 설렘도 잠시, 그녀의 방 번호를 들은 동기 중 한 명이 웃으며 던진 한마디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 그 방? 거기 귀신 나온다던데?”


농담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 말을 저렇게 가볍게 던지겠는가? 

하지만 유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을 느꼈다.


사람들은 몰랐다. 유아가 왜 귀신 이야기에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 

그녀는 평생 그걸 숨기며 살아왔다.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그녀는 똑똑히 보고 만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 대부분은 무언가 달라졌다. 

그래서 유아는 늘 조심했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았다.


하지만 문제의 방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 있다. 

어릴 적부터 익숙한 그 기운, 차갑고 날카롭게 스며드는 공기가 문틈 너머로 느껴졌다.


'괜찮아. 아무것도 없을 거야,' 그녀는 자신을 다독이며 문을 열었다.


방은 평범했다. 오래된 나무 책상과 침대, 한쪽 벽에 달린 낡은 옷장이 전부였다. 

그녀는 긴장을 풀고 천천히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등 뒤에서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몸을 굳히며 천천히 돌아섰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책상 위 거울에 비친 모습은 달랐다. 

유아의 모습이 아닌, 낯선 남자가 거울 속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목소리가 들렸다. 거울 속 남자가 말을 하고 있었다.


“오. 이번 신입은 꽤 귀여운데? 며칠이나 버티려나?”


유아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별 생각 없이 거울에 비친 유아의 주변을 빙빙 돌며 그녀를 살펴보다가, 문득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곧 이어, 그는 놀란 듯 말했다.


“잠깐, 혹시… 너, 내가 보이냐?”


그 순간 유아는 알고 있었다. 감추고 감추던 비밀이, 바로 오늘 들통나 버렸다는 사실을.

그녀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 방 안에 유아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복도까지 진동했다.


밖에서 지나가던 동기들이 뭐냐고 떠들었지만, 그건 유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거울 속 남자와 마주한 채 떨리는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 방… 잘못 들어왔다.'


그녀의 새로운 대학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유아는 숨을 고르며 거울 속 남자를 살폈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방 밖으로 뛰쳐나가는 순간, 기숙사 동기들 앞에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게 뻔했다. 

그녀는 손끝까지 차오르는 떨림을 애써 억누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누구..세요?” 그녀는 간신히 말을 뱉었다. 목소리는 간신히 들릴 정도로 작았다.


거울 속 남자가 팔짱을 끼고 그녀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봤다. 


“보이긴 보이는 모양이네. 너, 귀신 볼 줄 아는 거냐?”


유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저으며 애써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미 저 남자는 그녀의 반응으로 모든 것을 알아차린 눈치였다.


“이거 재밌네.” 거울 속 남자가 씩 웃으며 몸을 기울였다. 

그의 모습이 거울에서 나오는 것처럼 가까워지자, 유아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뭐, 무섭냐? 내가 뭐 너한테 해코지라도 할 것 같아?” 그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참나, 해코지를 할거였으면 처음부터 이 방에 들여보내지도 않았겠지. 누굴 싸패로 아나. 그냥 대화가 통하는 애는 처음이라 신기한거라고.”


”처음..?" 유아는 그 말에 걸려 잠시 공포를 잊고 되물었다.


“그래. 당연히 이 방에 들어오는게 네가 처음이라는건 아니고, 전에도 몇 명 왔다 갔다 했는데 말야,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거든. 뭐, 가끔 좀 예민한 애들은 다 도망가버렸고.”

"그런데 넌 내가 보이는데다가, 덜덜 떨면서 또 질문은 하네. 신기한 애네, 아주."


그의 말투는 마치 오래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자연스러웠지만, 유아에게는 전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내가... 내가 나가면 될 거야. 그냥, 다른 방으로...” 그녀가 어쩔 줄 몰라하며 중얼거리자, 거울 속 남자가 거울 밖으로 상반신을 내밀며 비웃는 소리를 냈다.


“나간다고? 어딜 나가겠다는 건데?”

남자는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기숙사엔 빈방도 없을 텐데? 그리고 너, 너 같은 흥미로운 녀석을 내가 그렇게 쉽게 보내줄 것 같아?”


유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의 말투는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 묘한 위압감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뭐야?” 그녀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 “내가 뭘 하면 널 안 본 척하고 살 수 있는데?”


거울 속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조용히 있었다. 그는 유아를 가만히 응시하며 뭔가를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간단해, 그냥 내 과거를 알아봐 줘.”


“...뭐?”


“안타깝게도 나는 귀신이 되기 전의 기억이 없거든. 그러니까 네가 대신 알아봐 줘. 내 과거가 어떻게 되는지 말야. 넌 그런 걸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유아는 말문이 막혔다. 대학 생활 첫날부터 그녀가 귀신의 한을 풀어줘야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강렬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렇게 유아의 평범한 대학 생활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자기 방 귀신의 사연을 해결하라는 미션을 떠안은 채로..


그렇게 잠시 조용한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정적을 깬 것은 유아였다.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그래서, 결국 방은 같이 써야 되는 거야...?”


남자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유아는 순간적으로 뜨거운 얼굴을 식히려 고개를 숙였다가, 웅얼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넌 남자고, 난 여자잖아. 네가 아무리 귀신이라도... 그게, 좀... 이상하잖아.”


그녀는 말을 끝내지 못한 채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다시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니, 그의 얼굴이 어느새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어... 어... 어...?”


남자는 더듬거리며 뭔가 말하려 했지만, 제대로 된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가 머리를 헝클이며 당황한 모습은 지금까지의 능청스럽고 여유로운 태도와는 완전히 달랐다.


녀석은 그런 부분까지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 분명했다.





글재주가 없는데 글쓰려고 하니 진짜 힘드네. 묘사나 시점 정리하는 것도 힘들고

무튼 시간 나면 틈틈히 써보려 하는데 어떨지 몰루.. 완결 낼 수 있을지도 몰루...

심지어 아직 제목도 못 정함..

그러므로, 거 다 읽은 순붕씨

그냥 가지 말고 제목 한 그릇 맛있게 말아주쇼.. 제목 추천받는다..


제목 정했다 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