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볼일 다 봤어? 후딱 후속 이야기 좀 말해봐봐'


B'그러도록 하죠..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다 눈치채고 있지만 2양은 서프라이즈 준비 간 본인이

  1군을 좋아하고 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그래서 이번에는 본인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의도를 밝히더군요

  

  선배도 아시겠지만 2양은 1군이 오기전까지 밝은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거 기억 하시죠?'


A'어떻게 잊겠어..허구한날 싸우던 그 아이의 부모님이 대판 싸우고는 하룻밤만에 야반도주를 해버렸잖아

   한탕 벌어서 돌아오겠다는 더러운 필체의 편지 한통만 남긴채로 정확히 1주일 후 강도짓을 하다

   경찰에게 총살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말이 없던 2양은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았다가..

   1군이 도와준 덕에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지'


B'1군은 저희들이 지켜보며 마음속으로만 해왔던 대부분의 일들을 해냈습니다

  2양이 부모님 탓에 지고있었던 수많은 빚을 해결했고,마음속의 문을 닫고 세상과 단절하는 그녀와

  포기하지 않고 소통하여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행복들을 만끽해줬죠


  저한테 했던 얘기로는 그녀가 자고있을때 몰래 이마나 볼에 입맞춤을 한적도 있다고 했지요'


A'아 그거 나도 들었어,자는척 하고있으면 1군이 입맞춘 적이 몇번 있어서 그런날에는 밤잠도 못 이뤘다고 하던데

   하여간 아직도 안사귀는거 보면 염장질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짜증날 정도였다니까'


B'2양도..?! 흠..그랬군요

  어쨌든 2양은 서프라이즈를 대비해 볶음밥을 만드는 연습에 돌입했습니다'


A'아마 그 볶음밥 이라는 음식이 1군이 좋아하는거 였나?'


B'너무 오래되서 너덜너덜해진 요리책에나 실릴정도로 오래된 요리지만 1군이 좋아하는 음식이다보니

  며칠밤낮을 연습하며 마침내 충분히 먹을 수 있을만한 볶음밥을 만드는데 성공한 2양은

  4월 1일 1군에게 오후 4시까지 자기 집 앞으로 와달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A'그리고 약속을 잡았다는 말을 2양에게 들은 너랑 친구들은 훔쳐보지 말라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기어이

   근처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는 거겠지?'


B'네,제대로 맞추셨습니다

  2양이 1군에게 고백을 한다는데 못참고 배기겠습니까? 그리고 선배 부모님도 저희랑 마주치셨다고요'


A'아,고백 훔쳐보기 이벤트는 못 참지'


B'..하지만 그 결과는 안타까웠습니다,일단 2명이 만난거 까지는 좋았어요

  1군을 불러낸 2양은 멀리서봐도 긴장한게 눈에 보여서 도시락을 싼 보자기를 든 손이

  떨고 있어서 마치 고장난 태엽인형 같았고,1군은 평소처럼 무표정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불러줬다는 사실 탓인지

  시종일관 손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으니까요

  

  2명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것 같았답니다,그 자리에서 지켜보던 모두가 그랬죠'


A'그리고 그리고?'


B'마침내 2양이 덜덜 떨면서 말을 꺼냈습니다

  "이 이이이이거 시실수로 많이 만들었는데헥! 개개개갠차느면 한번 드셔보시ㅈ죠혹?!"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떠는데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어서 그녀가 얼마나 용기를 내는게 느껴진 저희는

  훔쳐보는 행위에 대한 죄책감과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절로 몸이 달아올랐습니다

  그 정도로 더위를 느끼는건 난생 처음 이었어요'


A'그 다음! 그 다음!!'


B'1군은 평소의 그라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있었어요

   이따금 2양의 앞에서나,아니면 2양에 대한 얘기를 나눌때 보여주는 드문 미소였는데

   그걸 보면 그가 얼마나 기쁜지 느껴져서 저까지 마음이 따듯해졌었죠'


A'어쩜 좋아 어쩜 좋아'


B'문제는..그 다음 이었습니다


  1군의 미소에 가슴이 두근거린건지 2양은 고개를 숙인채로 다음 대사를 말했습니다

  아마 1군은 보면서 말하기에는 너무 긴장되는데다 심장이 떨려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거겠죠


  "그..그리고 전 1군이.."

  저와 친구들,선배님의 부모님과 1군까지 포함하여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숨을 멈췄습니다

  누가 봐도 완벽한 고백 타이밍 이었고 실제로 그럴줄 알았으니까요


  "저..저는 1군이.."

  그런데 웬걸

  "정말 싫어요"

  이런말을 하는겁니다


  "전 이 세상 누구보다 당신이 싫어요,항상 저의 곁에 있어주는것도 힘들때마다 제 앞에 나타나서 위로해주는것도

   하나하나가 민폐이고 기분 나쁜 행동 이에요. 그러니..더 이상 제 앞에 나타나주지 말아주세요

   이 볶음밥을 드린건..이 말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에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번 숨을 멈췄습니다,2양이 1군을 사랑하고 1군이 2양을 사랑하는건 명백한

   사실인데 어째서 그런말을 하는것인지..특히나 그 말을 하는 2양이 눈물을 뚝뚝흘리며 괴로운듯한 표정을 지었기에

   더더욱 혼란 스러웠죠


   무엇보다도 1군의 표정이..너무 예상밖 이었어요

   선배도 알다시피 그 친구는 멘탈이 정말 단단하죠,어떠한 고난도 겪고 일어서며 해결해온 친구였기에 저희들 또한

   1군이 평소대로 무덤덤하게 대답을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친구 얼굴이..마치 망치로 얼굴을 맞은것 같은 표정 이었어요

   그야말로 희망을 잃은것같은 얼굴로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다가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하고는 그 자리를 떠나더군요


   저희들은 더 이상 지켜보는건 선을 넘는거라 생각했기에 그 직후 바로 떠났습니다'


A'음..어..'


B'그 직후에 2양과 계획을 세웠던 분들과 짐을 챙기고 마을을 떠나던 1군에게도 얘기를 들었어요'


A'..잠깐 담배 좀 피고올게'


B'..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