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년 된 썰입니다. 이 글은 저의 실화이며, 일말의 각색도 없음을 알립니다.


전 그 애를 초등학교 입학식때 처음봤습니다.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은,


"어린 애였던게 어떻게 그때부터 사랑에 빠졌냐?" 라고들 물어봅니다. 근데 저도 모르겠네요. 그냥 첫눈에 반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설렘을 느꼈던것같았습니다. 한번이라도 짝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도 5월에 짝궁이 되서 이리저리 친해졌습니다. 이런저런 취미도 공유하고, 집은 멀었지만, 학원은 가까웠기에, 학원을 같이 가며 서로 얘기를 나누며 더 좋아하게 됐어요. 


근데, 전 고백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차이는것이 두려웠고, 이 친구관계 마저 깨지는것이 두려웠습니다. 근데 우연찮게도, 정말 우연찮게도, 전 그 애와 초등학교 6년중에 무려 4년이 같은 반이었습니다. 


1학년, 2학년, 3학년, 5학년, 그때는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했고, 아직까지도 어떻게 그런일이 있었는지는 상상이 안갑니다. 그렇게 4년간 같은 반이었지만, 1학년때 이후로는 같은 자리가 계속 안됐었습니다. 한번은 실수로 친구와 자리를 바꿔줘서 그 애와 같은 모둠이 되는것에 실패한적도 있고, 5학년때는 주변인들에게 그애를 좋아하는게 들켜서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신 고백해주겠다고도 했지만, 전 제가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8월 21일날, 여느때와 같이 학원을 가고 있는데, 그 친구가 연애 관련된 얘기를 꺼냈습니다. 


"난 너무 마음에 드는 애가 없어, 괜찮은 애 있으려나..." 솔직히 그때는 조금 울먹거리면서, '나는 안되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그애가 


"넌 좋아하는 사람 있어?"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이 저에게 충고하듯 생각이 들었죠. '지금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안 올수도 있어.' 망설이지않고, 대답했습니다. 


"너. 너가 좋아." "어?" 그 애는 되물었습니다. 


"너랑 5년전에 처음 만났을때부터 쭉 너를 좋아했어. 진심으로. 그게 내 마음이야. 너를 좋아해" 한번 말하기 시작하니, 술술 나오더라고요. 그애는 답변이 없었기에, 역시나 라고 생각하고 뒤를 돌려고 했는데, 갑자기 제 팔을 잡고 말했습니다. 

"늦어." "어?" 저 또한 되물었습니다. 


"너무 늦었잖아. 나도 너를 계속 좋아했어. 처음 만났을때부터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 계속 용기가 없었는데, 이젠 용기낼게. 나랑 사귀어줄래?" 그 애의 말 한마디한마디는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리고, 전 5년간 정해두었던 답을 내놓았습니다 


"당연하지." 


그렇게 8월 21일날, 전 5년간 짝사랑하던 아이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근데 몇몇 사람들은 의심스러울것입니다. 왜 계속 저는 그 친구를 '애'나 '아이'라고 표현할까요?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사귀고 나서 1년도 체 되지 않은때에, 어린 나이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사귀기 시작하고 300일이 넘어갈때 쯤이었습니다. 너무나도 행복한 나날이었지만, 전 7월 중순에 호주에 가게 되었습니다. 시민권자이기도 했기에, 부모님은 저를 그곳에 이민 보내실 생각이었습니다. 그 애와는 가기 며칠전에 깊은 대화를 마치고, 꼭 연락 자주하면서 지내자는 약속과 함께 전 호주로 떠났습니다. 한달 정도는 계속 연락하였지만, 어느순간부터 연락이 끊겼는데, 그때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요. 그 친구는 저에게 제 여자친구이자 유일한 빛이었던 그 애가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고 말해줬습니다. 도착한지 한달도 체 안됐기에, 다시 돌아갈수도 없었고, 그애의 마지막을 못 봐줬다는 절망감에 너무나도 서러웠습니다. 생활하기도 싫다는 생각도 했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해의 겨울에 다시 그 친구를 찾아가봤을때는 장례식장이었습니다. 


현재는 그때로부터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애가 보고싶긴합니다. 한국에 갈때마다 찾아가기도 하고, 가끔 그 애의 부모님이나 동생에게도 인사하는등 그 애가 슬퍼하지 않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몇번은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전 아직도 여친을 안 사귀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수년간은 안 사귈 계획입니다. 그애는 제 희망이자 빛이었으며, 제 모든 것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만약 저와 같이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했다면, 또 좋아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