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집안끼리 친해서 어울려 지내던 소꿉친구

바로 옆집이라 항상 장난도 치면서 지냈지만

커가면서 점점 서먹해지고 학생이 되면서

남자는 모난데 없지만 잘난데도 딱히 없는 평범한 아이로

여자는 왈가닥이지만 털털한 매력이 있는 예쁘장한 아이로 자라게 되는데

누구나가 그렇듯 남자는 여자를 좋아했고

그냥저냥 말은 붙이지만 그 이상 진도는 못나가는 상황

그렇게 하교 시간에 집을 가다 폰이 없는걸 알고

학교에 가서 다시 가져왔는데

가면서 보니 요상한 어플이 깔려있어서 들어가보니

이상한 빙글빙글 도는 문양과 전원 버튼만 있는 어플

만화에서나 보던 최면어플인가 싶었지만

누가 장난쳤겠지 싶어 지우려 하니 지워지지도 않는다

밤 바람이나 좀 쐬러 베란다에 가니

옆 베란다에 여자가 서있고

그 젖어있는 머리카락과

그 샴푸 향인지 모를 내음과

저 아래 가로등의 역광이 아름다워

홀린듯 남자는 여자를 불러

화면을 켜고 바라보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최면에 걸린듯 멈췄고

무엇을 해야할까 생각하다

겁쟁이처럼 안아달라는 말만을 전하니

그 멀지않은 난간 사이에서 가벼운 포옹을 하고

그 10분같은 10초는 황홀했으나

결국 자신은 여기까지라는 생각에 멈추게 된다

그렇게 매일 밤 그녀와의 포옹 시간은 이어지지만

그 이상의 행동도, 그 이외의 대화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데

언젠가 반에서 본 그녀의 웃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것이리라 생각하고

10초에서 20초, 1분까지 포옹을 하다

나와 싸웠다는 기억이 있을 것

그냥 예전의 친구였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말을 하니

그녀는 입을 열고 눈물을 머금고

바보 등신아, 눈치가 왜그리 없냐

그런게 실제로 있을 리가 없잖냐

계속 안아줘서, 너랑 있는 게 좋아서

아무 말도 없지만 찰나일 뿐이나 그 시간이 기뻐서

가만히 있었는데 왜 눈치를 못채냐 병신아

이리 목놓아 우는 여자를 껴안고 미안하다 말하는 남자

그리고 이래도 안넘어오네 등신이라 말하며 웃는 여자

그렇게 둘이 결혼해서 잘먹고 잘살았답니다

필력 ㅈㄴ 구려서 ㅈㅅ하지만

이런거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