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순애물 맞습니다 제목만 노예지 고문 학대 이런거 일절 안나와요



뱀파이어. 흡혈귀, 드라큘라 등으로도 불리며 피를 먹고 사는 존재. 아주 먼 옛날부터 그들은 우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 위에서 군림해 왔다.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지금 뱀파이어들과 인간의 문명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비록 숫자는 인간이 좀 더 많았지만, 대부분은 반격할 염두조차 못 낸 채 지배당하거나 눈을 피해 숨어사는 신세였다. 


뱀파이어들에게 있어서 인간의 피는 별미였다. 물론 돼지나 소 같은 다른 동물의 피도 먹을 수 있었고, 다른 음식으로도 배를 채울 수 있었지만 인간 피만큼 구미가 당기는 것은 없었다. 피를 조달하는 방식은 다양했는데, 첫 번째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피를 직접 빠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농장'에서 제조된 팩 안에 담긴 피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루이라는 이름의 젊은 뱀파이어가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일이 있어 잠시 집에서 먼 곳까지 온 그가 돌아가려던 찰나, 눈앞에 인간 시장이라는 간판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간 시장에서 거래되는 인간은 '사냥꾼'들에게 잡혀오거나 팔려온 이들이었다. 뱀파이어들은 그렇게 산 노예의 피를 빠는 것부터 시작해서 잡일을 시키거나, 때로는 성적인 용도로도 사용하곤 했다. 공식적으로 인간 매매는 불법이었지만 수도 근처를 제외하면 단속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는 인간 피를 사서 먹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인간 시장에 가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뱀파이어가 발길을 돌려 시장으로 향했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입구에 들어서자 나이 지긋한 뱀파이어가 그를 반겨 주었다. 


"죄송하지만 인간은 거의 다 팔려나갔답니다. 한 놈이 있긴 한데.. 한번 보실래요?"


루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뱀파이어가 그를 텅 빈 철창들이 가득한 건물 안쪽으로 안내했다. 


"오늘 아침에 들어온 녀석인데.. 보시다시피 너무 말랐어요.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도 않고요."


그가 멈춰선 곳에는 철창 안에 든 인간 여자가 있었다. 쇠사슬에 묶인 그녀의 발목은 비쩍 말라 있었다. 


보통 마른 인간은 거래 대상으로 인기가 없었다. 피도 부족할 뿐더러 쉽게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마른 인간을 사서 살찌우는 것보다 처음부터 멀쩡한 인간을 사는 게 낫다는 건 당연지사였다.


"내일이면 농장으로 보낼 예정인데, 혹시.. 마음에 드시나요?"


그때 여태껏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여자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루이의 붉은 눈동자가 서로 마주쳤다.


"아..."


바로 그 순간, 저 여자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딱히 인간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비싼 돈을 내 가며 살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농장으로 갈 거라는 말에 어쩐지 동정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농장으로 간 인간이 어떻게 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물론 그곳에서 생산된 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기는 했지만, 실제로 사육될 인간을 마주하는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렇게 루이는 충동적으로 그 여자를 사들였다. 얼굴에 화색이 돈 주인에게서 인간을 다룰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을 익힌 후, 여자의 손이 묶인 밧줄을 든 그가 차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녀의 몸은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듯 확연히 말라 있었다. 다행히 차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여자를 조수석에 태운 루이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던 찰나 얇은 옷 한 벌만 걸친 그녀가 추운 듯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인간은 우리보다 온도에 민감하다던가..'


조수석 방향으로 히터를 틀자 여자가 놀라운 듯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 이제 좀 따뜻해?"


루이가 그녀에게 어렵사리 말을 걸었다. 인간에게 말을 걸어보긴 처음이었기에 꽤나 긴장되는 일이었다.


"..고맙습니다.."


입술 너머로 번뜩이는 그의 송곳니를 본 여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루이가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관문을 열 때까지 둘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깜빡하고 거실 불을 끄고 가지 않은 탓에 집 안은 환했다. 사치 부리는 것도 싫어했고, 관리하기 귀찮은 탓에 재산에 비해 그의 집은 별로 크지 않았다. 


"이..일단 좀 씻을래?"


머리는 루이가 감겨줘야 했지만, 여자는 그가 욕실 밖에 있음에도 행여나 실수하면 자신을 잡아먹을 거라는 두려움 탓에 가르쳐 준 대로 척척 씻었다. 몸을 말리고 그의 옷으로 갈아입은 여자는 30분 뒤 시키는 대로 식사를 하고 양치까지 끝마친 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이 뱀파이어.. 날 어떻게 할 생각이지?'


한편 설아라는 이름의 여자는 노예나 다름없는 자신을 사 놓고 이렇게 잘 대해주는 뱀파이어의 속내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섬뜩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살찌운 뒤에 잡아먹으려는 건가?'


때마침 샤워를 마친 루이가 그녀가 있는 거실로 나왔다. 죽기 싫다는 간절함에 자리에서 일어난 설아가 그의 발치에 엎드려 눈물까지 흘리며 간절히 빌었다.


"뱀파이어님. 시키는 데로 뭐든지 다 할 테니.. 제발 살려주세요."


난데없는 상황에 잠시 당황한 루이가 멈칫했다. 물론 인간을 별미로 여기고 요리해 먹는 뱀파이어도 극소수나마 있긴 했다.


"어.. 딱히 널 죽일 마음은 없는데.."


예전부터 기회가 된다면 인간의 피를 한 번쯤 직접 빨아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고,. 특히 이렇게 눈앞에서 살려달라고 보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마음이 아파왔다.


"일단 푹 쉬어. 굳이 번거롭게 네 피를 빨고 싶진 않아."


"네? 그럼 왜..."


"솔직히 말해서.. 네가 불쌍해 보였거든."


루이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참 웃겨, 며칠 전에도 인간 피를 마셨으면서.. 황당하지?"


"아,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천만에, 지금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자라. 나도 곧 잘 거야."


루이가 한 손에 든 담요를 소파 위에 던져놓고 방으로 들어갔다. 새벽부터 한숨도 자지 못한 탓일까, 긴장이 한결 풀린 탓일까, 소파에 누운 설아는 곧 깊은 잠에 빠졌다.



이쪽 챈에 글 쓰는 건 처음인데 많이 부족해도 조금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 쓰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