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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1월
군대를 전역하고
나름 어른인척 부모님께 손 내밀지 않고 내 유흥비는 내가 벌겠다며 생에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때였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내 생 첫 알바가 바로 KFC 크루였다
하지만 역시 처음하는 노동은 내가 다시 이등병으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이었고
내가 하는 일 하나하나 사고의 연속이었다
그런 나를 정말 쥐 잡아먹을 듯 갈구던 선임크루가 있었는데 나보다 4살 연상의 누나였다
선임 누나가 나를 갈굴때면 정말 악에바치더라
" 넌 군대도 다녀왔다면서 이런 것 도 제대로 못해? "
늘 이 말이 나를 혼낼때 나오던 입버릇이었는데
내가 일이 익숙해지기까지, 정말 이 누나가 나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는건가? 싶을정도로
정말 나를 너무 못마땅해하고 정말 많이 혼냈다
그렇게 겨울이었던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었을때 나도 이젠 혼자서도 일을 소화해내는 크루가 되었고
누나의 쿠사리를 들을 일 도 없어졌지만
그간 서로에게 악감정이 쌓여서인지
서로 눈 마주쳐도 쌩까고, 출근할때든 퇴근할때든 서로에게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 그런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찾아왔을때
누나가 다음달 일을 그만두게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데 참 이상한게
사람 간다니까
그냥 내가 너무 미운사람으로만 기억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날 출근할때 정말 큰 맘 먹고 누나한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
순간 벙찐채 나를 쳐다보는 누나의 표정이 ' 이놈 이거 뭐 잘못먹었나? ' 하는 표정이었지만
" 어... 그래... "
라며 , 조금은 밍숭밍숭한 대답으로 나의 인사를 받아주는 누나가 있었다
처음이 어려운법이라더라
한 번 그렇게 누나에게 말문을 열고나니
인사는 그 꼬리를 물고 " 점심 드셔야죠 " , " 이거 제가 옮겨놓을께요 " , " 제가 보고있을께요 "
누나에게 건네는 말과 관심은 나날이 늘어갔고
미운정도 정이라던가, 누나가 그만두는 날이 다가올수록
괜시리 그간 내가 잘해주지 못한게 계속 가슴 한켠에 그 무게를 더해만 가더라
하지만 내가 아쉬워한들 시간은 흐르고 누나의 마지막 출근날
다들 크루들끼리 마지막으로 술이라도 한 잔 하자며 조촐한 회식자리가 마련되었다
한 잔 두 잔 세 잔 네 잔
기울인 잔 만큼 밤은 늦어 모두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가게를 나서며 서로의 갈길로 나뉘어졌을때
누나는 나를 불러세웠다
" 야! "
나는 뒤돌아 누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 우두커니 서있었다
" 야... 그동안 나 안미웠냐?... "
순간 군대에서 내 선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리 악마같던 선임도 마지막 떠나는 날 후임들에게 한 번쯤 물어보던 질문
그리고 그런 선임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며 내가 내뱉는 말
" 아니요, 저를 위해서 해주는 말이었잔아요 "
누나는 이제야 초저녁인데 이렇게 마지막이면 아쉬울거 같다며 나에게 2차를 가지않겠냐고 묻더라
" 누나가 사주는거죠? "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세상 큰 소리 호탕하게 웃던 누나의 모습
내가 1년여간 일 하며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나를 향한 누나의 진심어린 웃음이었고
그날 이런 누나의 웃는얼굴이 더 보고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르바이트의 마지막 만남에서
서로의 연인으로의 첫날을 시작하게되었다
2014년 겨울.
나의 생에 첫 늦깍이연애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