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말했다. 내가 죽였어.




"마더구스라는 것은 영어권에서 아이에게 언어를 쉽게 가르쳐주기위해 구전되는 챈트의 종류중 하나로.."


아, 재미없다.

마우스를 한번 딸깍 누르자 화살이 날아가 매복해있던 적을 쓰러트린다. 적을 처치했다는 문구가 화면 언저리에 나타난다. 그리고 이어서 하나, 또 하나. 얼마쯤 지났을까 모든 적이 죽어버리고 승리 화면이 띄워진다.


>fly: 또 이겼네.

>fly: 그런데 수업시간에 딴 짓은 그만해.


긴장이 풀리기가 무섭게 채팅 프로그램에 메시지가 날아온다. 위에 띄여진 이름을 보니 또 그 녀석이 보냈다. 옆자리긴 하지만 그래봤자 대부분 온라인 수업이라 얼굴보는 건 몇번, 연락처 교환도 친해서가 아니라 조별과제 건으로. 그런데도 얘는 지나치게 모범생인지 매번 게임이 끝날 때 쯤 메세지를 보낸다.


>나: ㅇㅇ

>나: 그런데 어떻게 이긴 것까지 알았어?

>fly: 그냥 딱보이던데?

>fly: 졌다기엔 샷건도 안쳤고. 

>fly: 거기다 한두번도 아니잖아.


뭔 소리야. 딴 애들이랑 선생님도 모르던데 너만 알거든?

채팅창을 끄고 책상 위에 있던 콜라컵을 들어 마시려 손을 뻗었지만 곧바로 멈추고 말았다. 파리가 컵 위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인가. 둘다 fly니까 가능성있지 않을까? 이 녀석이 나를 보고 있지 않는 한 매번 들킬 일은 없을 텐데.


"17번. 집중하세요. 태도점수 깎습니다."


아, 들켰다.




누가 죽는 걸 보았나?

파리가 말했다. 내가 보았어.




결국 선생님의 관심을 받아서 그 뒤로는 게임을 할 수 없었다. 점수 깎이면 곤란한건 나니까 어쩔 수 없지. 나중에 고생할 건 어차피 나고. 어느새 파리가 날아가버린 김빠진 콜라를 들이켰다.

아, 그런데 따지고보면 그 녀석 탓인데. 어떻게 할 수 없나?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상대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라서 이쪽이 열세다. 그 녀석의 피를 깎기는 커녕 자신의 피가 빨려나갈 뿐이다.

난 100% 패배할 싸움은 하고싶지 않다. 그게 현실이라면 더더욱.

맨 위의 채팅창에는 물고기 프로필 사진이 동동 떠있었다.



누가 울새의 피를 받았나?

물고기가 말했다. 내가 받았어.




참으로 신경 쓰이는 녀석이다.

울새는 언젠가 심기불편한 목소리로 말했었다.



다음편: https://arca.live/b/lovelove/36475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