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시절에 참 찌질했던 저와 저를 챙겨주던 친구가 생각나요

운 좋게 분수에도 맞지 않는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노력해서 학교에 온 친구들과 그 격차를 실감하면서 제가 차지한 한 자리가 남들에게 참 간절한 자리였고 나는 자격이 없다는걸 깨달아가는 날들이었어요

새내기 배움터와 뒤풀이에서 찐따미를 뽐낸 후에는 어떤 과행사에도 참여하지 않고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친구도 거의 만들지 않고 우울한 날을 보냈죠

뒤풀이에서 처음 만난 그 친구는 솔직히 첫인상이 참 별로였습니다 저는 말주변도 없고 활발하지도 않은데, 그 친구는 벌써 친구를 잔뜩 만들어 쾌활하게 웃고 있었으니까요 기가 단단히 빨려

친해지면 피곤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바로 앞자리가 아니었다면, 얘는 내가 누군지나 알았을까

이런 생각도 했지요

처음 만날 날에는 딱 이정도의 감상이었습니다 서로 자기소개 외에는 별 다른 대화도 없었고 그냥 그렇게, 평생 친해질 일은 없을 친구구나 하고 헤어졌죠

다음 만남은 생각보다 일찍 이뤄졌습니다 

새내기 배움터에서 유일하게 사귄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데, 그래도 저보단 인싸 기질이 있던 이 친구가 다른 친구와 껴서 식사해도 되겠냐고 묻더군요 거절을 못하는 저는 마지못해 허락했구요

그렇게 도착한 밥집에는 3명의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처음보는 친구였고, 또 한 명은 새내기 배움터에서 같은 조였던 친구, 마지막 한 명은 그 친구였습니다 무엇이 좋은지 그 친구는 그날도 참 쾌활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더군요

"어 어제 말없던 친구잖아ㅋㅋ 너 내 이름은 기억나니?"

네.. 부끄럽게도 이름을 기억하진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게 다시 대화할 일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

쓰다보니 길어지는 것 같고..  잠도 오고..

혹시나 더 보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내일 조금 더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