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잡소리니까 듣기싫으면 넘기세요

나도 https://arca.live/b/lovelove/35831169 이런 글 한번 써 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됨. 여기까지가 내 한계인듯

맨날 피드백 구하고 추천달라고 구걸하는 거 꼴사납다고 생각하는 분들 있을 거 같은데 미안합니다. 소설로 념글 한번은 가 보는 게 소원이었음


솔직히 이대로는 불가능한 거 알아서 다른 글 참고도 해 보고 머리도 굴려 봤는데 제 허접한 글실력으론 택도 없는 듯 주제넘는 욕심은 접고 제가 올리고 싶은 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써보겠습니다











1편 https://arca.live/b/lovelove/36515410

2편 https://arca.live/b/lovelove/36595008

3편 https://arca.live/b/lovelove/36676123

*오타지적 및 기타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추천은 글을 써나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몇 시간 뒤 양손 가득히 이런저런 생필품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너무 많이 신세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에일린은 오는 내내 눈치를 보기 바쁘다.


우리와 마주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뭐라고 수근거렸다. 아침에 우체국장에게 전화했을 때, 그는 지금 에일린이 고의로 불을 냈다는 소문이 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심지어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렸고, 잠든 사이에 쓰레기에 불이 붙었던 게 원인이라고 그녀 옆집에 사는 사람이 직접 실토했음에도 말이다. 일단 그녀에게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해야겠다.


짐 정리가 대충 끝나자 서재에서 지난번에 읽던 파스칼의 '팡세'를 가져와, 허브차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서 읽기 시작한다. 이 책을 포함해 내 서재에 있는 책은 대부분 도서관에서 공짜로 얻어온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 너덜너덜해진 채 버려지기 직전이거나 구석진 곳에 박혀 있던 책들은 내 손을 거치자 어느 정도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윤기가 나는 가죽으로 된 새로이 붙인 표지와 너덜너덜한 부분을 잘라낸 종이, 책 곳곳에서 내 손길이 닿은 흔적이 느껴진다.


비록 하나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졌지만, 인간은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강구하며, 나약하고 비참한 존재지만 비참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동물이기에 더 위대하다는 작가의 생각은 제법 흥미롭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고 있던 중 에일린이 내게 말을 건다.


"책 읽는 게.. 그렇게 재밌어?"


"응. 난 어렸을 때부터 책이 좋더라. 심심하면 너도 한 권 읽어볼래?"


망설이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에 책은 얼마나 자주 읽어?"


"안 읽은 지 몇 년은 되는 것 같아.."


"그럼 쉬운 소설책부터 읽어볼래?"


서재에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가져와 그녀에게 건내준다. 신기한 듯 책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그녀가 말한다.


"이것도 네가 복원한 거지? 대단하다, 진짜 새 거 같긴 하네. "


방금 칭찬해 준 건가? 살다 보니 참 별일이 다 있네. 이윽고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벽에 등을 기댄 에일린이 책을 한 장씩 넘겨가며 읽기 시작한다.


다 읽은 책을 탁자에 올려놓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6시다. 그 사이 에일린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다 읽고, 지금은 '어린 왕자'를 읽는 중이다. 일부러 좀 쉬운 책을 골라줬는데 다행히 재밌어하는 것 같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낮에 사 온 잠옷으로 갈아입은 에일린이 나를 부른다.


"저기.. 오늘 정말 고마웠어. 폐만 끼쳐서 미안.."


"글쎄 괜찮다니까. 너 말이야, 자신감을 좀 가져.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존재야."


너무 오글거리는 말을 했나? 한순간 에일린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게 보인다.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황급히 얼버무린다.


"그,, 그럼 잘 자."


다음날 아침, 출근하기 전 에일린에게 어제 복사해 둔 집 열쇠를 건내준다. 


"진짜 이걸 나한테 주는 거야..?"


"너 6시에 퇴근하잖아. 난 9시는 넘어서 집에 오니까 열쇠가 있어야지."


대문을 나서자 어제처럼 로키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내가 손에 든 빵 조각을 던져주자 배가 고팠는지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겨울에 먹이를 구하기 힘든 까마귀들은 인간에게 의존하기도 한다고 예전에 책에서 본 적 있는데, 이 녀석도 최소한 내년 봄까지는 집 주변에서 머무를 것 같다. 처음에는 그를 무서워하던 에일린도 로키가 마음에 들었는지, 나보다도 먼저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 주며 인사를 건낸다.


작업실에서 책에 풀을 칠하고 있을 무렵, 하나둘 출근한 사람들이 내게 몰려온다.


"에일린이랑 동거한다는 게 진짜에요?"


"괜찮으세요? 뭐 부수거나 칼로 찌르려고 하지는 않아요?"


평소에 날 그렇게 싫어하던 천사와 같이 지낸다는 게 사뭇 신기한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 저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아는 건지.. 우체국장한테만 말한 건데. 역시 무서울 정도로 빨리 퍼지는 게 소문이다.


"괜찮아요, 얌전하게 잘 있더라고요. 그래도 생각보다 착하니까 너무 미워하진 마세요."


내 말은 진심이다. 하루뿐이지만 함께 지내 보니 의외로 소심하고 연약한 면도 있고, 본심은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좀 더 그녀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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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고 했는데도 아이작은 나를 위해 옷, 신발, 장갑, 심지어 칫솔까지 온갖 것들을 사주었다. 적어도 1년은 여기서 지내야 하니까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면서... 날 해치면 어쩌나 하고 어젯밤 걱정했던 게 무안할 정도로 그는 마음씨가 참 곱다.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오니, 그는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할 일도 없고 해서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는데, 30분이 지나도 꼼짝도 하지 않고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 저게 그렇게 재밌나?


내가 호기심을 보이자 그는 책 한 권을 건내주었다. 제목을 보니 '크리스마스 캐럴'이라고 적혀 있다. 

책을 읽는 건 정말 오랫만이다. 여기로 이사온 뒤로는 한 번도 읽은 적 없었는데. 아니, 읽고 싶지 않아했다는 게 맞는 표현 같다.


책을 읽어보니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보다는 그의 꿈에 나타난 천사의 모습을 한 과거의 유령에 더 관심이 간다. 천사들은 저렇게 신적이고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데, 작가의 상상력이 다소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나도 저들처럼 자유롭게 날 수도 있고, 사람 꿈에 들어갈 수도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유치한 망상을 해 본다.


뒤이어 읽은 '어린 왕자'는 아기자기한 삽화와 어렵지 않은 내용에 비해 생각할 여지를 많이 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에 관한 것이다.


분명 어린 왕자의 순수한 마음을 강조하기 위해 넣은 것이겠지만, 겉모습만 보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별 생각 없이 모자라고 치부한 조종사처럼, 나도 악마라는 사실 하나로 아이작을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 같다.


"너 말이야, 자신감을 좀 가져.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존재야."


그날 밤 잠들기 전, 아이작은 내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왜 이러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소중한 존재, 소중한 존재, 소중한 존재... 어릴 적 부모님이 해주시던 말과 똑같다. 고맙다는 말을 꺼내려던 순간, 그는 잘 자라고 말하며 황급히 방에서 나가 버린다.


그와 함께 지낸 지 이제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내면의 무언가가 달라진 느낌이다. 이전에는 퇴근하고 자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하염없이 천장만 바라봤는데... 


고마워, 아이작. 이런 날 받아줘서.



이대로 1인칭 시점으로 가는 게 좋나요, 아니면 3인칭으로 바꾸는 게 좋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