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기억은 붉은 등 아래.

여자들의 교성이 울려퍼지는 정원 아래서 멍하니 서 있었던 것. 

비릿한 냄새와 꽃의 향기. 때로는 꿉꿉한 무언가가 섞여 나는 곳.

나는 홍등가에서 태어났다.


아빠는 누군지 모른다.

엄마도 아빠는 누군지 모른다고 하셨다.

그런 아이들은 여기에 흔하다고 하셨다.

어렸을 때는 아빠를 찾아다니며 울기도 했지만, 그때 눈물을 다 흘려버렸다.

지금은 그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15살 생일이다.

특별히 모두가 나를 위해, 정원 한가운데 있는 정자에 앉아서 축하를 해주고 있다.

자그마한 케이크에 초 까지 꽂혀있다.

나도 16살이 되면 성인이라면서, 일을 시작해야한다고 했다.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

나는 남잔데.


" 일이라고 해봤자, 그냥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며 청소라던지, 그런 일이 전부 아니에요? "


퉁명스럽게 말하며 엄마에게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표정은 마치 대견하다는 표정이 반, 그리고 왠지 모를 후회가 섞인 표정이 반이었다.


" 아냐. 너도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될거야. "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 나는 어른이 아니었지만,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 줄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으니까.

거짓말과 함께 삼킨 케이크는 너무나도 달콤했다.


엄마는 항상 나를 장에 보내신다.

내가 남자라서 힘이 세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바깥을 구경해 두라는 것일까.


" 어서오세요. 오늘은 사과가 맛있게 나왔는데... "


항상, 살 과일이 없더라도 사과 가게에는 들린다.

이 가게 주인 옆에 항상 붙어 있는 딸은 나만큼이나 어린데,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가게의 누구보다도 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항상 주인이 내 시선 앞에 서서, 마치 자기 딸을 지키려는 듯이 바라본다.

무언가 더러운 것을 바라본다는 시선은 없지만, 내 옷차림과 몸에서 나는 시덥잖은 분냄새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시선을 그저 의식하게 된다.


" ....사과 세 알 주세요. "


결국, 생각지도 못한 추가 지출이 또 생겼다.


집에 돌아올 때, 항상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누군가가 내가 이 곳에 들어간다는 것을 들키면, 좋을 게 없으니까.

... 긴 머리카락이 거슬리기만 하다.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 한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거추장스러운 머리카락은 움직일 때 마다 나를 간지럽혀서, 괜히 긁게 만든다.


" 너 그렇게 긁다가 피부에 피 나고 흉진다! "


라며 잔소리를 듣는 것도 일상다반사.

한숨을 쉬면서 장 본 것들을 풀어놓으면 누나들이 와르르 몰려든다.

고맙다는 말 과 함께 각자 필요한 것들을 골라 가져가는 모습은 마치 고양이 떼를 연상케 한다.


각자 일을 하면, 최소 3시간은 쉬게 되어있다.

나는 언제나 쉬고 있으니까, 딱히 쉬는시간이라고 다른 일을 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가끔씩 바깥에 나가 시장을 구경하고 있다.

구경이라기보다는 관조에 가까운 태도로, 언덕 위에 올라 오밀조밀 모여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옆에 누군가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 ...왔어? "


" 너도 참.... 시간 약속 하나는 잘 지키네... "


싱그러운 과일향이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내 옆에 앉는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나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달콤한 사과 맛이 났다.

그녀의 얼굴은 붉어지지만, 나를 피하지는 않는다.


" 거기.... 생활은 어때? "


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어쩌면 대답할 용기가 없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팔려갈 운명인데, 그녀에게 헛된 희망을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 .... 아. "


무겁고 힘든 말을 꺼내려는 내 입을, 이 원망스러운 구멍을 그녀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누른다.


" ...말 하지마. 알고 있으니까. "


...사과향이 쓸쓸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무릎 위에 눕는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쳐, 내 얼굴을 간질인다.

그녀의 눈물이, 내 얼굴에 흘러 바닥으로 떨어진다.

눈의 초점이 흐려, 이내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난 후회할 것이다.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