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다.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조금 움직이기만 해도 벽에 부딫혀, 나는 쭈그려 앉을 수 밖에 없다.

싫어. 무서워. 살려줘.


주인님은 절대 상품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잘못하면 그저, 몇날 며칠이고 작은 상자에 들어가 있을뿐이다.

주변에 아무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못한다. 신경을 쓰지 못한다. 

나는 문을 열고 나갈 수 없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나는 잘못한 것 없는데.

아니, 무조건 내가 잘못한 것이다. 어떤 일이든 간에, 내 실수고 내 오점이다. 

어차피 운명은 정해져 있는데. 포기하면 편한데.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 며칠 째 잠도 자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을 때, 천천히 상자의 문이 열렸다.

나는 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몸으로, 주인님 앞으로 가 울며 빌었다.

뭐든지 할테니까, 제발 살려만 달라고.

주인님은 웃고 있었다. 

나는 지쳐 쓰러졌다.






눈을 떴을 때는 어머니의 무릎을 벤 채로, 하루를 넘게 잔 모양이다.


" ...잠깐 얘기 좀 할까? "


" 또... 무슨 일로 그러시는데요... "


어머니는 모든 걸 알고 계신다. 나는 어머니를 거스르지 못 한다. 나 하나도 거스르지 못하는데 운명을 어떻게 거스를까.


" ... 가슴 아픈건 알겠지만... "


" 그만해요. 그냥, 거기까지만 들을게요. "


무슨 말이 나올지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어머니의 말을 애써 끊으며 미리 부정한다. 

어머니는, 모든 걸, 알고 계신다.


" 내가 이미, 겪어봤잖아. 너도 겪고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 더이상은 겪게 하지 말자.... "


어머니께서는 분냄새 나는 손으로 내 손을 움켜쥐고는, 나를 껴안아주신다.


" ...엄마는 여기서 도망치려는 생각 안 해봤어? "


" 갈 곳이 없잖아.... "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어머니는, 고향도 모르는 채로 떠돌다가 이곳에 살게 되셨다고 했다. 나는, 이곳이 고향이다. 하지만, 이 곳이 난 너무나도 싫다.


" 아무데나 좋으니까, 떠나고 싶어. 돈은, 내가 어떻게든 벌테니까... "


" ... 우리 아들이, 철이 많이 들었네..... "


어머니께서는 그저 내 머리를 만지작 거리신다. 애처롭게, 때로는 자비롭게.

나는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의 약함을 원망한다.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조금만 더 능력이 있었더라면, 이런 곳에 있지는 않았을테니까.





오늘은 주인님이 직접 나에게 마사지를 가르쳐주셨다.

먼저 양 손 가득 젤을 바른 다음에, 이를 손님의 등에 넓게 펴 바른다. 중요한 것은 날갯죽지부터 둔부까지, 두 번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사이에 전부 바르는 것이라 이르셨다.

그 다음은 어깨를 살살, 날개뼈와 어깨 사이를 엄지로 누르며 주무르라 하셨다.


" 잘하네. 당장에 내일부터 일해도 되겠다. "


그렇게 말씀하시며 주인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신다. 나는 어찌할 줄 모르는 칭찬을 받아, 더욱 열심히 하려 한다.

그 다음은 다리. 엉덩이에서 시작해서 종아리까지, 엄지로 원을 그리며 내려와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손님의 미동이라던가 신음소리로 뭉친 부분을 찾아내어 몇 번 서비스 하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손가락이 아파온다. 하지만, 누나는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이렇게 기분이 좋다면 그녀도 기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몇 주 만에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의 빛이 역력해, 나를 보자마자 뛰어나와 안아주었다.

매일 같이 이곳에서 기다려주는 그녀는 나에게 너무 과분하다.


" 언제 나올지 어떻게 알고.... "


" 하지만, 매일 기다리지 않으면 나왔을 때 만나지 못 하잖아. "


" ... 잠시만 업드려볼래? 내가, 마사지라도 좀 해줄테니까... "


" 괜찮아. 나 쌩쌩하다니까. 너보다 6개월이나 늦게 태어나서, 더 젊거든? "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어깨는 뭉쳐있었다. 얼굴에는 다크 서클이 조금 내려 앉았고, 손은 조금 푸석푸석해져있었다.

나는 말 없어, 그녀의 어깨를 주물러 주기 시작했다.


" 아핫, 간지럽잖아.... "


" 조금만 견뎌봐. 어깨 엄청 뭉쳐있다고. "


그녀의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올라가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짐의 대부분은 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