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동.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서둘러 급식실로 향한다. 학생들이 전부 빠져나가 교실이 조용해지자, 순붕이는 그제서야 일어나 어딘가로 향한다. 

 

순붕이가 향한 곳은 미술실로 항시 문이 열려있어서 점심시간에 순붕이가 애용하는 곳이다. 아무도 없는 미술실에서 종이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순붕이의 취미 중 하나다. 


'...요즘은 미술실에서 혼자 있어본 날이 없지만.'

 

드르륵. 미술실 문이 열리며 한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안녕, 순붕아. 오늘은 또 뭐 그리고 있었어?”

“장미.”

"장미? 아, 혹시 꽃 좋아해? 나중에 같이 꽃 보러 갈래? 좋은 데 아는데."

"생각해볼게."


어느 날부터 순붕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순애가 와서 구경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순붕이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순붕이만 있는 미술실에 매일 찾아올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있잖아, 순애야.”

“응? 왜 불러?”

“왜 매일 미술실에 오는 거야? 와도 나만 있는데. 나랑만 있으면 지루하지 않아?"

"아니? 오히려 너랑 단둘이 있고 싶어서 오는 건데?"

"왜?"

"왜냐고 물어봐도.. 음.."


순애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좋아해서 그래.”

“응?”

“내가 널 좋아해서 그래. 이거면 답이 됐을까?”


그 말에 순붕이는 당황한 듯한 눈치였다. 

 

"거짓말. 놀리는 거지?"

“못 믿겠어?”

 

순애는 천천히 순붕이에게 다가가더니 볼에 입맞춤을 했다.

 

“이러면 믿어줄 거야?”

 

순애는 웃으며 물어봤지만 순붕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얼굴을 붉힐 뿐이였다.

 

“있잖아,순붕아.”

“...응.”

“주말에 데이트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