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초코라떼 시키시분.”

 

 산들바람처럼 시원한 에어컨이 설치되어있는 카페 안 종업원이 완성된 음료의 주인을 찾는다.

 

 “나왔나 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를 마주 보고 있는 여자이설은 목소리를 높여 나를 불렀다음료가 나온 것을 알았으면 일어서서 가져오면 될 것이지 그녀는 일어서는 게 귀찮은지 눈치만 슬금슬금 보내고 있다.

 

 “그래 나왔나 보네 가져와.”

 

 나도 일어서기 귀찮다그렇기에 나는 먼저 선수를 쳤다여쭙잖은 눈치를 주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나의 의사를 표현하여 그녀에게 일을 넘겼다하지만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에에엥 너가 가져와죠나 바쁘단 말이야.”

 

 얼씨구 바쁘긴 뭐가 바쁘다는 건지아까부터 주구장창 핸드폰만 만지고 있었으면서.

 

 “커피값도 내가 냈는데 니가 가져오지?”

 

 “난 커피 안 시켰어초코 시켰어~”

 

 그녀는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딴지를 걸었다이 와중에도 폰을 계속 들여다보며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사람을 불러 놓고 이게 뭔지.

 

 계속해서 그녀와 실랑이를 하고 있으려니 계속 음료의 주인을 기다릴 종업원이 불쌍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음료를 가져왔다.

 

 가져온 음료를 테이블에 올려놓자 설이는 초코라떼를 잽싸게 낚아채고 빨대를 뚜껑에다 푹 찔러 넣어 쪼오옥 빨았다.

 

 “...음 마시썽.”

 

 그녀는 눈을 살며시 감으며 초콜릿의 맛을 음미했다나는 저게 뭔 맛으로 먹는지 잘 모르겠다그냥 달기만 한 설탕 덩어린 것 같은데.

 

 나에게는 그냥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더욱 좋았다마시면 힘이 나며 인생을 살아갈 활력이 된다처음 커피를 마시게 된 이유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지금은 없어서는 안 되는 나의 소중한 친구다.

 

 “그나저나 왜 불렀어?”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도 아무 말도 없어서 먼저 설이에게 물었다하지만 그녀는 계속 잠시만바쁜 일이야좀만 있다라고 반복할 뿐 무슨 말을 제대로 하지 않고 계속 핸드폰만 두들기고 있었다.

 

 그렇게 또 몇 분이 흐르고 나도 슬슬 짜증이 났다나는 불만과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따졌다.

 

 “아니 이럴 거면 왜 부른 거야! 뭐가 그리 바쁜데. 그럴 거면 아예 부르지를 말던가 뭐 하자는 거야!”

 

 나의 말에 설이는 핸드폰을 보고 있던 시선을 살짝 들어 나를 보았다나와 설이는 키 차이가 꽤 나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잠시 흐으음 소리를 내며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화 많이 났어?”

 

 “아니! 뭔 말이라도 하던가 너만 바쁜 줄 알아?”

 

 당연하다 귀중한 나의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는 게 아깝다심지어 아직 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다지금이라도 집에 돌아가 남은 리포트를 빨리 끝내고 싶다.

 

 “왜 불렀냐고.”

 

 “그냥이라면 화낼 거야?”

 

 “아 진짜!”

 

 “그냥 부른 건 아니야.”

 

 내가 화가나 욱하려던 순간 그녀는 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설이는 들고 있던 폰을 내렸다.

 

 까톡!

 

 순간 나의 폰에서 문자가 울렸다뭐지교수님인가아니면 조별 과제 조원인가설마 내가 뭐 잘못 제출했나?! 어쩐지 오늘 뭔가 뒤숭숭하더라니!

 

 황급히 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나의 폰으로 손을 뻗자

 

 “잠깐!”

 

 설이가 나를 막아섰다워낙 갑작스럽게 외치는 소리라서 깜짝 놀라 움직이던 몸이 멈추었다.

 

 “....왜 그래?”

 

 “할 얘기가 있어.”

 

 “이따가 얘기해 나 문자 좀 보고.”

 

 “얘기 먼저 듣고 하면 안 될까?”

 

 “... 그건 뭔소리야.”

 

 내가 의문을 표하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나의 폰을 가리켰다.

 

 “그 문자는 중요한 문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그게 뭐.”

 

 “너가 문자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몰라너가 확인하기 전까지는그러니까 잠깐만 내 이야기를 먼저 들어줘.”

 

 “진짜 중요한 문자면 어떡하게 니가 책임이라도 질 거야?”

 

 “책임을 지는 건 글쎄... 원래는 그건 힘들지도 모르겠네그래도 이번만큼은 책임질게아무리 중요한 문자라고 해도 5분 정도 못 보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탐탁지 않다하지만 더 이상 그녀는 장난치거나 농담하는 것 같은 모습이 아니었기에 나는 한 수 무르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의자를 끌어당겨 나에게로 다가온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몇 시에 잤어?”

 

 설이의 말은 짧았다평소에도 겉치레나할 이야기가 없거나안부 정도를 물을 때 쓰는 간단한 말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너무나도 어두웠고 얼굴 한없이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뭐야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빨리... 몇 시에 잤어?”

 

 “... 그게.”

 

 어제 몇 시에 잤더라 기억이 안 난다아니 안 잤던 것 같다생각해보니 며칠 동안 제대로 자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거봐그럴 줄 알았어.”

 

 내가 답을 못하자 그녀는 나에게 따지면서 말했다.

 

 “거울은 보고 사는 거야다크서클에 쾡 해가지곤... 그 눈으로 앞은 보이긴 해?”

 

 그녀의 입에서 속사포같이 말들을 내뱉었다여태까지 모아놓은 울분들을 전부 토해내는 모습이었다.

 

 “요즘 부쩍 그러더라만나자고 해도 잠시만바빠이따가아니 시간 잠깐 내는 게 그렇게 힘들어 잠시 코앞에서 보자는 게그게 진짜 얼마나 화나는 줄 알아!”

 

 그녀가 그렇게 나를 몰아붙이자 나도 입을 열었다.

 

 “진짜로 바빴단 말이야과제는 끝나지도 않고 쌓여만 가고나도 힘들어 힘들다고그리고 니가 그렇게 화내는 이유가 뭔데!”

 

 “좋아하니까!”

 

 “?”

 

 “계속 이런 것만 마시니까 흐리멍텅한 밤탱이인 거 아니야이리 내!”

 

 “?!”

 

 설이는 나에게서 커피를 빼어가 뚜껑을 열고 자신의 입으로 털어 넣었다.

 

 “으으윽 써...”

 

 원래 커피를 안 마시던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바빠도 좀... 천천히 아니 빨라도 좋으니까 잠시 쉬란 말이야. 5분 만이라도.”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카페를 나갔다.

 

 “...”

 

 나는 잠시 생각했다확실히 요즘 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머리가 어지럽기도 했고 설이가 나에게 감정이있다는 사실도 생각하지도 못했다눈앞에 안개가 껴있는 기분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설이가 나한테 그렇게까지 꾸짖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맞다카톡!

 

 갑자기 생각난 문자에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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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전

 

From 이설

 

생일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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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맞은편에 덩그런히 남아있는 초코라떼를 바라봤다.



방안에서 뒹굴다가 갑자기 생각난 내용을 아무렇게 써본 글이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쓰고 나니까 사랑 이야기가 크지 않아서 이게 순애가 맞는지도 솔직히 애매한 것 같네요. 일단 무슨 문제가 발생할 것 같으면 바로 내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