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 -3-

 

 

 

 

나는 트레센 학원에 들어와서, 1주일의 적응기간을 가진 후 오늘부터 트레이닝을 맡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한주는 정말 힘들었다.

 

학원에 적응하는 것은 그럭저럭이었다.

 

하지만 아직 전용 기숙사를 배치받지 못한 지난주의 나는 집에서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지난 한주는 지옥이었다.

 

택시비는 택시비대로 나가고, 시간에 맞춰 출근해야 하니까 매일 5시 30분에 일어났다.

 

또 다리는 갑자기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렇게 첫 만남의 시간이 오고, 나는 처음 학생회장실에 갈 때처럼 지도를 보며 교실 같은 곳으로 향했다.

 

한 5분쯤 정문에서 걸어가니, 경주 트렉 가장자리에 반지하(?)로 된 건물들이 붙어 있었다.

 

“건물 번호가.... 찾았다! S-3!"

 

내가 배정받은 교실 양 옆 건물에는 구역 이름이 있고, 그 밑에 팀 이름이 붙어있었다.

 

“다들 이름이 있는데 우리만 없으니까 조금 어색하네, 하하...”

 

시간도 아직 조금 남았으니, 천천히 둘러보며 팀 이름을 살펴보았다.

 

리길, 시리우스, 카노푸스.

 

다 창의적인 이름이었다. 이러니까 나도 잘 지어야 할 것 같잖아...

 

그리고 거의 트렉 시작선 쪽에 있는 건물로 걸어가 보았다.

 

“팀 스피카....폐쇄?”

 

팀 스피카라면 우마무스메들의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다 알만한 이름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전설의 신인’ 이라고 불렸던 스페셜 위크가 소속되있던 팀이었다.

 

“뭐지... 팀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은적이 없는데?”

 

나도 나름대로 1주일 동안 학원 생활을 하면서 이곳의 운영방식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이 상황을 예로 들었을 때, 팀 자체가 없어지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닌가? 오히려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이 폐부니까 문제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팀이 폐부되면 건물은 페쇄되고, 그 건물은 다음 팀이 생길 때까지 비어 있는다.

 

하지만, 문제는 건물이 아닌 팀에 소속된 우마무스메들이다.

 

이건 좀 문제라고 생각하는게, 팀이 폐부되는 이후에 소속 우마무스메들은 비유적으로 표현해서 ‘방생’된다.

 

말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방생’되고 나면 그 아이들을 관리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거의 모든 경우에서 다른 팀의 스카웃 제의가 와서 팀을 이적하고 활동을 이어간다.

 

하지만 희귀 케이스로 아무도 스카웃 하지 않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재능이 있지만, 그대로 은퇴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에휴... 내 팀도 잘 이끌어나갈지 모르는데, 남 팀 걱정에서 뭐하나...”

 

그리고는 다시 우리 교실 건물로 돌아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제일 먼저 날 반긴 건 화이트보드 지우개였다.

 

지우개는 그대로 내 눈을 강타했고, 나는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아아악!!!!”

 

그러자, 누군가가 다가와서 내 상태를 물어보았다.

 

“어이! 괜찮냐? 미안하게 됐다!”

 

남자같은 쿨한 말투에 큰 목소리가 내 눈을 억지로 뜨게 만들었다.

 

“이 목소리는....”

 

내가 활동했던 인터넷 상에서도 유명한 통칭 ‘고루시 짱‘은 역시 그 성격 답게 장난을 치고 있었던 것 같다.

 

“....괜찮으신가요?”

 

그리고 조금 뒤 들려오는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목소리, 골드 쉽의 친구인 ‘메지로 맥퀸’이다.

 

“저는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잘못의 책임은 이 정신나간 우마무스메에게 따졌으면 좋겠네요”

 

“하하... 그래...”

 

나, 왠지 힘들 것 같은데... 괜찮겠지?

 

“그럼, 오늘은 첫 시간인 만큼 자기 소개를 해볼까?”

 

이미 다 아는 사이겠지만, 형식상으로 행하는 절차였다.

 

“자 그럼 첫 번째로 할 사람은... 다이와 스칼렛? 손 한번 들어볼래?”

 

하지만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골드 쉽만이 나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가 아니네?“

 

한 쪽 구석에서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있는 아이가 보였고, 나는 다가가서 그녀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자, 일어나 보겠니? 스칼렛?”

 

“여~ 스칼렛 빨리 일어나라고~?”

 

어느새 골드 쉽이 내 옆에 서서 같이 깨우고 있었다.

 

“으음.... 뭐야...?”

 

“자기소개 좀 해주겠니?”

 

“히이이이익!”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하더니, 의자에서 뒤로 자빠져 넘어졌다.

 

‘우당탕!’

 

내가 그렇게 이상하게 생겼나?

 

“혹시.... 오늘 오기로 한 새로운 트레이너야?”

 

“그렇습니다만?”

 

“미... 미안해...”

 

“괜찮아 첫 시간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자기 소개를 해 볼래?”

 

“아.... 다이와 스칼렛이라고 해 현재는 중등부고 여기 오기 전까지 팀 스피가 소속이었어.”

 

역시나, 그 팀 인원들이 내 쪽으로 온 거였구나.

 

“그리고 다른 할 말은 있어?”

 

“한 가지 부탁할 건 나를 절대 지지

않게 만들어 주면 좋겠어. 이래봬도 지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

 

“음 그래, 알겠어!”

 

“그럼.... 두 번째가 골드쉽?”

 

이미 익숙해 진 것 같지만 그래도 자기소개는 시켜보자.

 

그녀가 일어나고,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쟤는 무스메가 아닌 것 같은데...?“

 

탄탄한 다리와 허벅지, 그리고 살짝 넓은 어깨가 자연스럽게 흉부를 지방이 아닌 근육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크흠!”

 

‘이야 다시 들어도 목소리는 장군감이네...“

 

“나는 골드쉽이다! 그냥 편하게 고루시라고 부르면 된다고?”

 

“다른 건 말 할 거 없어?”

 

“이상!”

 

“....그럼 마지막으로 맥퀸?”

 

“메지로 맥퀸이라고 합니다.”

 

“끝이야?”

 

“그렇습니다.‘

 

‘뭐, 그래, 그럼 내 소개로 넘어가야지’

 

 

“이제 내 소개를 할게, 내 이름은 ”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뒤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내 이름을 적었다.

 

‘시온’

 

그리고는 다시 몸을 앞으로 돌리면서

 

“자 이거 일어볼래?”

 

분위기를 좀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한글만 적고 읽어보라고 시켰더니, 그래도 읽어 보려고는 하는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가 결국 제일 먼저 골드쉽이 답답함의 소리를 질렀다.

 

“아악!!! 어떻게 읽는지도 모르는 글자를 우리보고 읽으라고? 장난치냐? 앙?”

 

뫤지 이대로 계속 놔두면, 저 괴물, 아니 아이에게 주먹감자를 선물받을 것 같아서 내 이름 밑에 일본어로 발음을 썼다.

 

‘ザイオン’

 

그제서야 아이들은 내 이름을 읽었고 나는 기초적인 소개를 시작했다.

 

“일단 인사부터 해야겠지? 안녕! 앞으로 너희들 트레이닝을 맡게 될 사람이야, 부를 때는 편하게 그냥 트레이너라고 불러, 뭐 별명을 만들어 불러도 괜찮아.”

 

아이들은 내 눈을 가만히 쳐다보며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다리가 불편해서 말이야, 제대로 너희들을 이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할 테니까 잘 해보자!”

 

하지만, 고루시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반응은 싸늘했다. 역시 무리였나?

 

내가 당황하고 있자 고루시는 두 명에게 호통을 쳤다.

 

“반응이 다들 왜 그러냐? 아앙? 열심히 해본대잖아?!”

 

‘고마워 고루시 너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하 그럼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너희들의 기초적인 체력이랑 몸 상태를 확인할 거니까 밖으로 나가 있어.”

 

그리고 나는 집에서 들고 온 거대한 가방을 챙겨 트랙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체육복으로 옷을 갈아 입고 몸을 푼 뒤, 나는 트랙 중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한명 씩 줄을 새웠다.

 

“와... 다음부터는 미리 설치해둬야겠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엄청 힘드네.”

 

나는 숨을 가다듬은 뒤 아이들 앞에 섰다.

 

“이제부터 설명 시작할게, 달리는 건 평소처럼 달리면 돼 단, 내 손에 들려있는 이걸 몸에 착용한 상태로 달려야 하고 특히 저 카메라 앞에서는 최대한 빨리 달려야 해 알았지?”

 

“그게 뭔데?”

 

스칼렛이 톡 쏘아 붙이듯이 질문했다.

 

“이건, 실제 인간 달리기 선수들이 훈련할 때 쓰는 근육량 측정기 같은 거야, 이걸 쓰고 달리면 네가 달릴 때 어떤 근육을 주로 쓰는지 근육 분포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계야 이상한 건 절대 아니니까 걱정하지는 마.”

 

물론 인간용은 꽤나 상용화가 되어서 가격이 쌌지만 우마무스메용으로 제작된 건 구하기도 힘들고 매우 비쌌지만 말이다.

 

“자 그럼 골드쉽 시범을 보여주자!”

 

“좋았어, 드디어 이 골드쉽님이 나설 차례구만?”

 

“자 이거 다리에 끼우고, 이건 팔에 끼우면 돼.”

 

5분 후,

 

“준비 완료!”

 

“좋아 그러면 준비! ”

 

‘삐이이익!’

 

그녀는 순식간에 달려 나갔고, 얼마나 빨랐던지 내 앞에서 바람이 일었다.

 

“후우~ 내 기록은 어때?”

 

“역시 고루시인걸, 아주 좋아! 훈련만 제대로 하면 G1우승도 쉽게 하겠어!”

 

“후후, 너무 감탄하자는 마, 맥퀸.”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맥퀸이 발끈했다.

 

“뭐라고요? 저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거든요?”

 

“그럼 다음은 맥퀸?”

 

“잘 봐두세요, 당신의 그 보잘 것 없는 기록 따위 깨 부숴 주겠어요.”

 

“준비 됐습니다.”

 

“준비!”

 

“삐이이익!”

 

내가 휘슬을 불자 이번에도 바람이 내 앞에서 일었다.

 

“우와...”

 

“제 기록은요?”

 

그녀가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바로 나에게 물었다.

 

“기록이... 똑같아...!”

 

“네?”

 

“뭐?”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기록을 보니 시간도 똑같고 순간최대속력도 똑같다.

 

“이런 말도 안돼는 경우가 있네...”

 

내가 그 말을 하자 두 아이는 서로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잠깐 놔둘까?’

 

“마지막! 스칼렛?”

 

“뭐야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아, 미안해...”

 

그렇게 마지막까지 측정을 마치고 해산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럼 내일도 8시 30까지 교실로 와?”

 

“네.”

 

그리고 나는 아침 일찍 받은 기숙사 카드키를 가지고 가서 방문을 열었다.

 

“와 우리 집보다 훨씬 좋네... 평생 살고싶다.”

 

깔끔한 휜 벽지에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전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잔실을 보고 나서 나는 감탄했다.

 

그 이유는 화장실 곳곳에 손잡이가 달려있었고, 자세히 보니 바닥 타일도 전부 다 브레이킹 처리가 되어 있었다.

 

“이것도 학생회장님이 해 주신 거겠지?”

 

그렇게 마음 속으로 감사를 표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쾅쾅’

 

30분 뒤, 사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자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방문을 열자 골드 쉽이 앞에 서 있었고, 그녀는 순식간에 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오, 트레이너들의 방은 이렇게 생겼구나, 내가 살고 싶은걸?”

 

“이 집 나 주라!”

 

“뭐?! 당연히 안되지!”

 

“왜에에에~ 이런 귀엽고 섹시한 우마무스메가 부탁하는데도 안돼는거야?”

 

내가 귀엽고 섹시하다의 뜻을 잘못 알고 있나?“

 

“안 돼.”

 

“쳇, 치사하구만.”

 

“그래서 여기는 왜 왔어?”

 

“뭐, 우리 새로운 트짱한테 물어볼게 있어서 말이야.”

 

‘벌써 별명까지 만들었냐...’

 

“그래, 뭔데?”

 

“너, 여기 오기 전에 우리들 가지고 승부 예측 했었지?”

 

그녀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더군다나 목소리도 달라져서 나를 심문하는 느낌이 들었다.

 

“으....응, 했어...”

 

“흐음...”

 

그녀는 무서운 표정으로 뜸을 들이다가,

 

“역시!! 이 고루시 님은 명탐정이 분명해!”

 

“,,,?”

 

“예전부터 보고 있었걸랑~ 트짱의 승부 예측”

 

“왜...?”

 

“처음에는 그냥 속는 셈 치고 보다가, 나중에 보다 보니까 잘 맞아서 말이지!”

 

“너네들이 집적 볼 이유가 있어?”

 

“뭐야, 우리들을 원시인으로 보는 거야? 우리도 경기결과 가지고 내기같은 건 한다고~”

 

참 희한한 상황이다.

 

그러니까 이 아이는 내가 여기 오기 전부터 내 활동을 계속 봤고, 그걸로 자기들끼리 내기를 했다는 거네?

 

이쯤에서 말해주자면, 내 글에는 몇가지 규칙이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시 했던게 내기, 즉 도박이었는데, 

 

당사자들이 제일 중요한 규칙을 어겼다는게 신기하면서도 어이가 없다.

 

“하...”

 

“뭐야? 불만이라도 있는거야?”

 

“아니,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

 

“어쨌든 우리 쪽으로 온건 굉장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운걸 그 족집게 같은 예측을 더 이상 볼수 없다니~”

 

“뭐, 그럼 앞으로 너희들한테는 ‘패배’라는 예측을 할 수 없게 만들면 되겠네.”

 

“오 뭐야~ 트짱 주제에 꽤나 멋있는 말도 하잖아~”

 

“뭐야 불만있냐?”

 

그러자 그녀는 일어서서 문 쪽으로 걸어가며,

 

“아니? 그냥 장난 좀 친거야~”

 

“그럼 내일 보자구?”

 

그리고 나는 그녀 때문에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오늘 모은 데이터를 정리한 후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늦어서 미안해.

그리고 아직은 빌드업 중이라 달달한 건 좀 더 기다려야 할 듯.

그럼 다음주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