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주씨는 밥을 먹고 나서는 반드시 30분 잔다. 그리고 그 동안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의자에 있는 목 받침에 머리를 대고, 허리를 약간 앞으로 뺀 상태에서 몸을 이완시키고... 30분 타이머를 맞춘 핸드폰을 셔츠 주머니에 넣고 눈을 감는다.


"여기 중국집 맛있네요."


그래서 일부러 말을 해서 방해해 보았다. 방해하면 타이머를 까먹고 푹 자거나, 좀 다르게 자거나, 푹 잘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까?


"응... 여기 맛있지..."


일부러 좀 느릿느릿하게 치웠고, 쓰레기봉투를 다시 열어서 남은 쓰레기를 넣어서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다.


"쓰레기는 1층에..."


"네. 갔다 왔어요."


그랬더니 평소와 달리 의자에 바르게 앉은 상태에서 고개만 숙이고 잠들었다. 

잠들기에는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나고, 평소 같지 않으니까 그런 거겠지. 

지금 시간도 늦어서 자는 것이 당연한 시간이기도 하고.


승주씨는 밥을 먹고 나서 반드시 잠에 든다. 그리고...


"우우우웅..."


잠꼬대를 한다.


"주무시나요?"


평소에는 전혀 빈틈이 없는 사람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신기해서, 한번 대놓고 물어보았다. 뭐 대답 같은 건 안 하겠


"안 자아..."


??? 자는거 맞지?


"일하시나요?"


"졸려어..."


"어... 잘 주무세요."


"안 자아..."


뭐지. while 문 잘 못 써서 무한 루프에 빠진 것 같은 상황이 되었는데.


"이불 덮어드릴까요?"


회사에 있던 담요를 가져와서 물어보았다. 고개를 푹 숙인 승주씨는 몇 번 웅얼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긴장하면 자면서도 대답할까 싶었다. 더 놀리지 말아야지. 

승주씨의 머리를 뒤로 조심스럽게 젖혀 목받침에 두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핸드폰은... 타이머를 안 맞췄네. 계획대로.


그냥 푹 자게 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전체적인 스케쥴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내가 맡은 부분은 진척이 너무 빠르다. 11월까지 하는 연구인데 뭐 벌써 기능개발을 다 끝내고 그래. 하루 정도는 밤에 잔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겠지.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서 일을 시작했다. 잠이 올 때 마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서.

머리는 갈 수록 멍해지는데, 심장은 더욱 두근거리면서 활동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하는 중에는 움직일 일이 적으니, 나도 모르게 조급해진다.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커지고, 이를 악물게 되고, 괜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초조함이 커지니 입이 마르고, 체력이 떨어지니 잠이 오고, 다시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악순환...


"하아..."


이런 생활을 매일같이 하는 승주씨가 더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시험 기간에 가끔 밤을 새는 것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힘들다. 슬슬 허리도 아프기 시작하고, 다리가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승주씨는 잘 자고 있나 걱정되어서 옆을 바라보니


"윽!"


놀라서 혀를 깨물었다. 담요가 좀 두꺼웠는데 그걸 이불로 착각한 건가, 승주씨 책상 위에는 여자들이 차는 속옷이 놓여 있었다. 잠버릇이 험하네...

아니 뭐 그래... 불편해서 벗고 자는 여자들이 있다고 어디서 주워 듣기는 했는데, 이게 맞나? 정말 괜찮은 건가?


어중간하게 왔던 잠이 단박에 날아갔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깨워서 알려주면 당연히 '이 오그라질 변태놈은 뭐지' 하는 상황이 될 거고.

모르는 척 하면... 하는 게 될 리가 있나. 누가 봐도 '얘는 보고도 안 깨운 놈'이 되겠지.

외통수다. 어떻게 해도 내가 개새끼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드르륵]


조심스럽게 서랍을 열고 속옷을 집어넣었다. 이 상태에서 승주씨가 일어나면 큰일이 날 테니, 최대한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움직여야 했다.

서랍을 닫고 내 자리로 돌아오자 식은땀에 젖은 앞머리에서 물이 떨어질 정도였다. 

괜히 사람 깊게 재운다고 내 수명이 짧아지는 기분이야...


혹시 아래쪽 속옷도 벗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짓을 하려는 낌새라도 보이면 크게 소리를 질러서라도 막아야 해.

그래서 일을 하면서 곁눈질로 힐끔힐끔 바라보았는데...


승주씨는 아예 신발을 벗고 의자에 발을 올려 웅크린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담요를 덮은 그 모습이 숨막힐 정도로 예뻐서 잠깐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엄마..."


잠꼬대구나, 싶어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아까 전에는 그냥 푹 잤으면 해서 한 장난이었고 실제로 잘 자고 있으니까. 굳이 방해할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승주씨의 잠꼬대는 그냥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왜 날 두고 갔어...?"


잠꼬대를 하는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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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되거나 묘시된 인물이나 회사 및 단체, 그 밖의 일체의 명칭은 모두 허구입니다.

또한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기획되고 제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픽션이에요.


이하는 홍보.

문피아 네이버 공모전에 내 보았습니다. 좀 도와주세요ㅠㅠ

https://blog.munpia.com/dizzyto/novel/314505 - 마법사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플롯을 싹 고쳐보았습니다.
https://blog.munpia.com/dizzyto/novel/314582  - 비극에서 도망친 어린아이가 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