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지금부터 자리를 바꾸겠다."


4월의 어느날.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얘기했다.


"자리는 뽑기로 정하겠다. 1번부터 나와라."


그 말에 한명씩 일어나 제비를 뽑기 시작했다. 제비를 뽑은 아이들은 좋아하기도, 절규하기도 했다. 그 혼돈 속에서 시우는 조용히 종이를 펼쳐봤다.


"9번?"


구석진 창가자리. 괜찮은 편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짝꿍을 보기 전까지는.


"..."


자리를 바꾼 시우는 잠깐 주춤했다. 옆자리에 앉은 소녀, 정새별 때문이였다.


'새별이랑은 조금 어색한데...'


정새별. 문혜고 1학년 4반의 반장을 맡고 있는 이 아이는 조금 별난 아이였다. 뭐가 별나냐면 아침시간에도, 쉬는시간에도, 심지어 점심시간에도 늘 공부를 한다는 점일까. 


새별이는 절대 나쁜 아이는 아니였지만..


"반장 쟤 진짜 재수없지 않냐?"


아이들은 그녀를 싫어했다.


"맞아. 반에서 좀 놀려고하면 조용히 하라고 하고."


"쉬는 시간에 좀 놀 수도 있지."


"자기 공부 잘한다고 유세 떠는 건가."


시우는 그녀를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한 건 아니였다.


'잘 지낼 수 있을까..'


교과서를 펼치는 새별이를 보며, 시우는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