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고있던 여친님이 뜬금없이 말했어.

장난끼 많고 요망한게 특징이였던 내여친의 특징과는 

다르게 진지한 질문이였지.


예사로운 일이 아닌듯해서 빨리 눈치를 챙긴 나는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하게 이야기 

해달라고 했어. 그러더니 여친님은 한탄하듯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어. 한숨을 푹푹 쉬면서 말이야.


여친: 그냥.. 달라지겠다고 마음먹고 자존감을 높이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아무리 노력을해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건 어려운 일이더라. 남에게 보이지 못할 치부도 있고.. 내가 실망스러운 행동을 많이 할때마다 

나 자신이 한심하고 미워. 이런 모습들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더라. 그런데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보여서.. 나도 그런 사람들이랑 비슷하게 

되고싶어서... 원래 없던 자존감을 있어보이게 연기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고.. 

뭐 그런거였어.



'자존감이 높아보이고 싶어서 연기한게 아니었을까'


나도 여친님과 똑같이 원래는 자존감이 높은편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난 여친님의 말을 공감할 수 있었음. 나도 흑역사가 있었고 여친님처럼 나도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곤 했으니까. 어찌어찌 지금은 

어느정도 높아지긴 했지만 여친님은 그 과정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것 같았지. 나는 그런 여친님에게 조언을 해줬어.


나: 호랑이가 맷돼지를 죽이는것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듯이, 너도 너 다운거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해.

그니까 내 말은 너의 악한면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거야. 흔히 인간미가 있다고들 하지?

그런데 그 인간미라는 것은 겉으로만 보면은 모두 

부정적인 키워드들 뿐인거 알고있어? 예를 들면 

실수라던지 못난점 이라던지 말이야.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것들에게 아름다움을 느껴. 신기하지 않아? 

그러니까 너는 너의 악한면을 받아들이고 너가 그저 너로 

존재해줬으면 좋겠어. 마치 명암이 있는 그림이 

더 완벽해보이고 아름다워보이는것 처럼 말이야.


내가 자존감을 높이는것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던 

말들을 여친님에게 해줬어. 어떻게 이겨낼지는 여친님의

몫이지만 내 조언이 큰힘이 되어줬기를 바랬지.


여친님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고 나를 보고 웃어주면서 

말했어.


여친: 한결 편해진것 같은 기분이네. 고마워.


나: 그 정도 가지고 뭘ㅋㅋ 밥 식겠다. 빨리먹자.


늘 웃는모습을 보여주고 장난끼 많던 여친님인데

기운이 없는 모습을 봐서 그랬던걸까.

그 날은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