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트나 배선 등 주로 천장 쪽 공사를 하는 기술자 김 씨.

무뚝뚝하게 생겼지만 경력과 실력이 확실하고 술담배 안하는 자기 관리에 깔끔하게 생긴 동안..

이라는 주변의 반응을 들으면 멋쩍어 뒤통수를 긁적이는 남자.


오늘도 그는 고소작업대를 타고 천장 위쪽 너머의 희미한 전등 빛이 스며드는 구멍에 머리를 넣고 전기 배선을 만지작 거린다.

이번 현장은 이상하게 천장 공사 지원자가 별로 없어 혼자 일하는 경우가 잦았다.

방해 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환경은 언제나 환영이지- 라고 김씨는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김ㅇㅇ  아저씨~"


예의 그 시간이 되자 한창 일하고 있는 와중에 밑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씨가 천장에서 고개를 빼내고 내려다보자 주황 안전복에, 검은 겉옷, 연두빛 조끼를 걸친 여인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다.

헬멧에 가려 잘 안보이지만 질끈 묶어 짧은 꽁지머리에 싱글벙글한 호감형의 인상, 20대 후반이라고 했던가.

몸매는.. 안전요원복을 입은 것 치고는 비율이 좋고, 안전장비들이 달린 버클도 패션 아이템 같다고, 김씨는 남몰래 생각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래요. ㅇㅇ씨도.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라니까."


"나보다 나이 많으면 아저씨죠."


"몇 살 차이 난다고. 한ㅇㅇ씨는 나이 안 먹을 줄 아나봐요?"


"전 나이 안 먹어요."


"무슨 근거로?"


"요정이거든요. 건설현장 안전의 요정. 요정은 나이 안 먹어요."


"사회 통념상 그런 사람은 안전요원이라고 부를걸. 나이를 먹는 요원."


"에이 야박하시긴~ 아무튼 오늘도 안전 체크입니다. 헬멧 쓰셨고, 조끼 입으셨고, 장갑 끼셨고, 안전화 신으셨고, 

작업대 연결하신 벨트랑 버클 흔들어 보실게요~"


쩔그렁 쩔그렁


"네, 전부 확인 되셨습니다. 오늘도 안전한 현장업무 되세요~"


"잠깐만. 이거 받아요."


가려던 한 요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김씨는 빨간 무언가를 떨구듯이 던졌다.


"이게 뭐에요? 오, 킷캣이네요."


"편의점 1+1 하길레. 간식으로 뒀다 먹어요."


"앗, 고맙습니다! 이거 좋아해요. 근데 원래 물건 밑으로 던지는 거 안되세요."


"킷캣이니까 이번만 봐주면 안될까?맛있잖아."


"킷캣이니까 이번만 봐드릴게요. 맛있으니까. 히히, 가볼게요."


"그래요~ 수고."


한 요원은 등을 돌려 다른 인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김씨는 다시 천장에 머리를 넣고 하던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한 요원은 알까. 천장 속 김 씨의 미소를.

김 씨는 알까. 뒤돌아 선 한 요원의 미소를.

두 사람은 알까. 우연한 계기로 술을 같이 마시게 되고 킷캣 같이 달콤한 인연이 시작된다는 것을.


아마 모를 것이다. 지금은, 말이다.






태백 쪽 테마파크 공사 현장에서 큰 돈 벌러 간 적 있을 때 안전요원하는 형님 있었는데 엄청 미남이었음.

외모에 비율에 성격도 좋고 "이 형은 모델 같은 비주얼적인 일을 안하고 왜 이런 걸 하고 있지?" 생각이 들 정도.

위 사진의 안전요원복도 잘 어울렸어. 옷걸이 자체가 좋았음. 뭐 본인이 택한 길일테니 할 말 없다만.


같은 숙소에서 지내던 나이 비슷한 동기가 그림 좀 그리던 애였는데 "야 이거 봐라" 라며 만화 보여줬는데 저 형님 모에화였음 으잌ㅋㅋㅋㅋ

갑자기 그거 생각나서 토대 삼아 글 몇자를 끄적여 봤다는 그런 얘기임.






생각해보니 한때 화제였던 이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