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주혁은 부엌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에 잠에서 깼다.

"흐아아암.... 아침부터 뭐 이리 요란스럽게 하고 있는 거야?"

부엌으로 내려가보니, 그의 전담 안드로이드이자 동거녀인 하테나가 밥을 차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어,일어났어? 좀 더 자지. 학교 가기전까지 2시간 정도 남았는데 말야."

"아, 아니야. 오늘은 학교 수행평가가 잇어서 일찍 가야하거든. 근데 오늘 아침 메뉴는 뭐야?"

"응, 간단한 샌드위치 만들고 있었어. 네가 좋아하는 반숙 후라이랑 베이컨까지 넣었으니까 맛있게 먹어."
"오... 역시 센스있네. 잘먹을게~"

주혁은 그녀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고는 감탄했다.

"야, 진짜 맛있다...... 너 진짜 요리 잘하는구나?"

"뭐, 이정도쯤이야. 여기 유기농오렌지주스도 마셔."

하테나가 차려준 아침식사는 주혁의 신체건강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고려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녀는 주혁을 문 앞까지 배웅해주고는 다시 돌아와 뒷정리를 하고는 충전시트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오늘도 참 상쾌한 아침이네. 매일매일 주혁이랑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단 말야.'

하테나는 주혁을 생각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안드로이드들과 달리 그녀는 유일하게 자아와 인격을 가진 채 태어났다.

처음 그녀가 주혁을 만난 순간,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후로 점점 그를 돌봐주면서 한껏 친해졌을 때,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밝혔다.

"그럼.... 그동안 날 몰래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응.... 혹시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진 게 불편하니?"

"아니, 전혀 불편하지 않아. 오히려 좋은데? 안드로이드여도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인간이랑 같은 거야."

주혁의 진심어린 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후로 그녀는 주혁이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게 되었다.

자신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준 주인은 그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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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쉬고있던중, 어디선가 지팡이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하테나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지팡이 소리의 정체는 바로 주혁의 할아버지이자, 어느 중소기업의 초대 회장이신 남태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토록 겁에 질려하는 이유는 주혁의 할아버지는 인공지능을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이었다.

평소 그녀에게 도구라고 불러대면서 온갖 무리한 잡일을 시켜댔고 자신의 의견을 묵살했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말에 거역한다 싶으면, 그 즉시 강제로 셧다운을 시켜버렸기에 공포의 대상 그 자체였다.

하테나 그녀에게 있어서 셧다운은 죽음의 공포와도 다름없는 것이었기에 더욱 주혁의 할아버지를 싫어했다.

'어째서 그분은 왜 나한테만 이렇게 심하게 구시는 걸까? 게다가 날 도구 취급하시다니...... 너무하시잖아.'

그녀는 제발 오늘만큼은 아무일도 없이 지나갔음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눈을 붙였다.


하지만 어김없이 그녀에게로 핀잔소리가 들려왔다.

"쯧쯧..... 한낱 도구주제에 뭘 잘했다고 쉬고 지랄이냐? 후딱 일어나서 일 안해?!"

".....죄송합니다.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이거 그대로 똑같이 사와. 제대로 안사오면 폐기처분할 거니까."

그녀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하는 수 없이 시키는대로 심부름을 갔다.

주혁의 할아버지가 시킨 것은 시가담배와 코냑, 그리고 고급치즈였다.

'쳇... 꼴에 폼 잡으려고 별의별 짓거리는 다 하는구만. 난 그 영감탱이가 제일 싫어.'

하테나는 거리를 거닐면서 다른 안드로이드들과 몇번 마주쳤다.

그녀의 눈에 비친 다른이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자신은 도구취급을 당하면서 온갖 수모를 겪어야 한다는게 억울했다.

어째서 자신은 저들처럼 행복해질 순 없는 것인지 분노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녀에겐 사랑하는 사람인 주혁이가 있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주혁이라면 내 마음 이해해줄거야. 오늘 저녁에 한번 물어봐야지.'

그나마 주혁을 생각하자 분노에 찼던 그녀의 마음이 한껏 누그러졌다.

대충 심부름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주혁이가 좋아할만한 조그만 선물을 하나 사주기로했다.

그것은 바로 조그마한 팔찌였다.  그녀가 이것을 고른 이유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가격만은 저렴하지만 사랑한다는 마음만큼은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값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