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중학교 1학년 신입생 시절.

원래 다니던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타지로 이사와버린 바람에

남들은 전부 초등학교때 사귀던 친구들과 무리지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웅성한 분위기의, 나만 어색한 기운이 맴도는 그런 입학 직후 낮선 교실이였다

그러다 한 아주머니와 손잡고  지팡이를 짚으며 들어오던,
한 여자아이가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교실이 조용해 졌다

적막해진 교실 안에서 톡톡 지팡이를 짚으며 들어오던 여자아이는 혼자 어색한 기운이 맴돌고 있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인생을 살며 장애인을 본적이 없던 어린 나는 그 여자애가 앉는 순간 신기함을 느끼고 있을 찰나 

그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나를 밖으로 부르셨다

이야기는 대충 너도 봐서 알겠지만 저 아이는 앞을 보지 못하고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짝궁으로서, 저 아이가 곤란할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이런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의 나에게서 일어나자 당황했지만, 평소에 남을 도우는걸 꽤나 즐기고 어른의 부탁이니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교실로 돌아오고 아주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시고 조용했던 반은 다시 시끌 시끌 해졌다

그리고 그 어수선한 분위기의 반에서 어색함만이 흐르던 그 아이와 나였지만 

어차피 도와주게 될거, 서로 통설명이라도 하자는 식으로 나는 그 아이한테 말을 걸었다

평소에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져본적이 없던것 처럼 보이게, 말을 더듬으며 나의 물음에 답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수정이였고 취미는 무엇인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그런 재미없는, 형식적이기만한 대화가 오갔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점점 밝아지는 그 아이의 표정을
보며 어색했지만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남자의 이상형은 첫사랑으로 형성된다 라고 누가 말했던가, 나의 이상형은 웃는 모습이 아주 예쁜, 긴 생머리를 가진, 어릴때 좋아했던 아이의 모습이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그 아이는, 비록 눈에 촛점이 잡히지 않았지만, 웃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운, 긴 생머리를 가진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가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뛰던 나는 너무 어린 나머지, 그 감정이 좋아한다는 감정인지 깨닫지 못하였다

그리고 중학교 생활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그 아이와 함께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갈등이 생기진 않았다.

그 아이는 정말 눈이 안보일 뿐인, 마음씨가 착한 아이였고, 나는 그 아이가 전혀 귀찮게도, 안쓰럽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도 그 아이가 낯설어서 다가가기 힘들었을 뿐이지, 절대 그녀를 무시하거나 놀리지 않았기에, 딱히 이렇다 할 사건이 생기진 않았다

하지만 그 아이와 점점 가까워 지면서, 서로만 아는 비밀이야기도 하고, 장소가 한정적이였지만 주말에 같이 놀기도 하고, 그런 간질간질하고도 따뜻한, 그런 생활 이랬다.

게다가 학교가 전교생이 60이 겨우 넘는, 엄청 작은 학교여서 학년이 올라가도 자연스래 그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 

그러면서 반 아이들끼리 엄청 친해지고,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사귀게 되었지만 그 아이와 나는 서로 다른 친구들 보다 더 가까운, 그런 사이가 되었다.

그나마 기억이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 아이의 특성상 학교에서 체험학습 같은걸 가면 그아이는 못갔지만 

3학년 여름
수학여행 안내문 종이를 돌릴때 그 아이에게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하였고 그 아이는 안될것 같다고 이야기 했지만 

나는 학교가 끝나고 그 아이의 부모님에게 찾아가기 까지 하면서 내가 수정이는 제가 잘 도와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설득시킨 끝에 그 아이와 같이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수학여행은 제주도였고, 그 아이는 난생 처음 가보는 친구들과의 여행을 아주 재밌게 보냈다.

수학여행 마지막날, 밤에 나를 불러 자신을 수학여행에 오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던 그 아이의 모습에

나는 정말이지 행복했었다.

중학교 생활 3년동안 그 아이와 지내면서 정말 행복했고, 좋은 친구들과도 정말 즐겁게 살았다

내가 인생을 앞으로 몇년을 살아도, 이때 만큼 행복하게 지내지 못할것 같다는 확신이 있을 정도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한때인것 같다

수정이와는 내가 고등학교를 다시 초등학교를 다니던 지역에서 다니기로 되고, 그 아이도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헤어지게 되었다

졸업식날 마지막날

나는 결국 그녀에게 품고 있던 연심을 전하진 못하였지만 그녀는 내게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녀 특성상 스마트폰을 쓰지 못해 그 아이의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받았지만, 1년정도 뒤 그 아이의 어머니가 전화번호를 바꾸셨는지,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이제는 기억으로나마 볼수 밖에 없어진 그 아이의 생일날에, 갑자기 떠올라 한번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