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짝, 짝.

 

허공을 가로지르는 시원한 바람 소리, 살과 살이 맞닿아서 내는 단순하면서도 경쾌한 이 소리는 내가 오늘도 아버지에게 맞는 소리다.

 

볼이 팅팅 부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해 아버지의 모습을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모습이 예상은 간다.

 

오늘도 내 모습을 보고 가족들을 버리고 떠난 여자의 모습을 떠올리고 분노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아버지는 때리는 것을 멈추고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몸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 세심하게 두들겨 패 준 솜씨 덕분에 몸 전체가 다 아팠다.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몸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 그대로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띵동!

 

핸드폰 알림음이 와서 확인해 보니 친구들이 보낸 메시지였다.

 

내가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버림받아도, 아버지에게 맞아도 나를 떠나지 않은 친구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친구들은 아니다, 이들은 내가 애써 벌었던 돈을 보고 접근하는 친구들일 뿐.

 

하지만 그것을 알지만, 연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마저 떠나버리면 나는 정말 혼자가 되어버리니까, 그리고 그것은 너무 무서우니까.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서 대충 외투를 걸친 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길거리로 나섰다.

 

걸어가며 보이는 모든 이들은 사랑하는 연인들이나 서로 사랑 받고 있는 가족들 혹은 서로 우정을 나누는 친구들뿐이었다.

 

이런 광경에 가슴이 아팠던 것은 어렸을 적에 졸업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림도 없었나 보다.

 

애써 보지 못한 척, 친구들이 보냈던 주소로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약속장소에 도착한 뒤,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에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래서 그 새끼는 언제쯤 오는데?”

 

“아, 좀 기다리라니까, 우리 대신 돈을 대주는 참 착한 친구잖아, 친구.”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의 폐부를 날카롭게 찌르는 소리에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그 안에서 많이 들어본 역겨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 녀석이 나를 기억하고 있을 텐데, 용케 나를 초대할 생각을 했네?”

 

나는 아닐 거라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문을 열었다.

 

아무리 나를 이용하려고 친구가 되었다고 해도,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그 녀석까지 불렀던 것은 아닐 것이라고.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그 순간, 그런 나의 일말의 기대마저 무너졌다.

 

나의 모든 가정사를 폭로한 것은 물론, 내 모든 학창시절을 왕따로 몰고 간 그 녀석이 앉아있었으니까.

 

내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자, 내가 그래도 친구라고 의지했던 녀석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그래도 이제는 고등학생인데, 과거에 있었던 일들은 청산해야지.”

 

한 녀석이 입을 열자, 다른 놈은 맞장구치기 바빴다.

 

“맞아, 맞아, 그래도 서로 이해하고 좋은 사이로 남는 게 중요하지.”

 

이해? 나를 학교에서 그렇게 지옥으로 몰고 간 녀석과 이해하라고? 이제는 고등학생이니 청산하면 그만이라고?

 

아, 나는 이 녀석들에게 결국 이 정도 밖에 안되는 녀석이었구나….

 

우스웠다, 어떻게든 이 녀석들이라도 붙잡으려고 하였지만, 나에게 그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나 보다.

 

내 친구라 칭했던 녀석들이 나를 어떻게서라도 설득하기 위해 조잘되는 것을 무시한 채, 앉아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녀석을 향해 걸어갔다.

 

“왜 온 거야?”

 

그 녀석은 내 말이 마치 재밌는 농담이라도 되는 듯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왜? 우리가 보지 못할 사이라도 되나?”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몸짓과 표정에 나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내 이가는 소리를 들었는지, 어깨를 으쓱거리며 능청을 떠는 그 순간.

 

나는 녀석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다.

 

사람이 골고루 많이 맞다 보면 하나쯤은 터득하는 게 있다.

 

그건 맞으면 매우 아픈 부위가 어딘지 안다는 것.

 

나는 아버지라는 작자에게 직접 몸으로 배운 부위들을 아낌없이 때려주었다.

 

그렇게 내 속이 후련해질 정도로 때려준 뒤, 뒤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둘에게 말했다.

 

“앞으로 다시는 보지 말자.”

 

그리고 음식점 밖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속으로 생각했던 복수를 해서 그런지 속 시원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죽어라 때렸던 그 녀석 때문이 아니라, 그 녀석 뒤에 있는 일진 무리 때문이었다.

 

그 놈들이 알게 되면 괴롭힘이 지금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니까.

 

음식점 밖으로 나오니 함박눈은 그치지 않고, 오히려 집에서 나올 때보다 더 많이 쌓이고 있었다.

 

발목까지 쌓인 눈에 주위에는 행인조차 없었고, 나 혼자만 하얀 눈밭을 터덜터덜 걸어갔다.

 

하지만 이렇게 추워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싫었다, 돌아가 봤자 술에 취해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눈을 피하고자 이리저리 떠돌다가, 한 커피집을 발견했다.

 

그 커피집에 들어가 가장 싼 커피를 대충시키고, 눈이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할 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여기 근처에 악마가 사는 곳이 있다는데, 아냐?”

 

그러자 듣고 있던 사람이 주먹으로 말하는 사람의 어깨를 치고서는 입을 열었다.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초등학생도 안 믿을 얘기를 왜 하냐?”

 

악마가 사는 곳이 있다고 주장했던 사람은 고개를 흔들며 다시 주장을 펼쳤다.

 

“아니, 이 근처에 악마가 사는 집이라고, 아무도 안 가는 곳이 있잖아.”

 

“그런데, 뭐.”

 

“거기에서 사람들이 실종이 많이 됐잖아, 그게 다 악마의 짓이라고.”

 

듣던 사람은 이제 흥미가 조금 생기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흔히들 그런 곳을 귀신들린 집이라고 하는데, 왜 악마의 집이야?”

 

그러자 지금까지 열심히 주장을 펼친 사람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건 나도 몰라, 그냥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한 거야.”

 

그렇게 둘은 이야기를 끝내고, 자기들끼리만 아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나는 할 것도 없어, 의자에 기대어 있다가 깜빡 졸고 말았다.

 

“저기요, 저기요?”

 

직원이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깬 나는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주변은 밤이 깊어져 있었다.

 

한숨을 내쉬고 밖으로 나갔지만, 밖에는 여전히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눈을 피할 곳을 둘러보다가, 다 무너져 내려가는 집 한 채를 발견했다.

 

동네 사람들 모두가 꺼리는 집이었지만, 나는 쏟아져 내리는 눈을 피하려고 급하게 그 집 안을 살펴보았다.

 

다 무너져 내려가는 외벽과는 다르게, 안은 거미줄 하나 없이 깔끔했다.

 

마치 누가 매일같이 청소하는 듯이.

 

살짝 미심쩍었지만, 눈을 피하는 곳이 깨끗해서 나쁠 건 없었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집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 뒤, 찬 바람이 들어오는 게 싫어서 문을 닫아버리자, 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새까만 칠흑에 잠겨버렸다.

 

빛이라고는 하나 없는 곳에서 성급하게 문을 닫아버린 내 멍청한 실수를 탓하며, 다시 문을 더듬거리며 찾아보았지만, 분명 문이 있던 곳에는 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착각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 근처 일대를 다 더듬거렸지만, 문 손잡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으며, 자기 전 들었던 악마의 집이라는 도시 괴담이 떠올랐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눈이 어둠 속에서 빠르게 적응을 마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눈은 어둠에 적응해 주변 물건 정도는 식별할 수 있어졌다.

 

빠르게 전등 스위치를 찾아 켜니, 내가 집안에 들어오기 전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분명 처음 집안에 들어왔을 때는 넓은 현관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좁은 복도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좁은 복도의 천장에는 전등이 길게 나열되어 있었으며, 한쪽 벽에는 사진이 액자에 있었고, 다른 벽에는 글이 액자에 담겨있었다.

 

나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깨어나기 위해 뺨을 무수히 쳤지만, 뺨만 얼얼할 뿐,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빠르게 인정했다, 여기가 도시 전설로만 여겨졌던 악마의 집이라고.














안녕하세요, 작가 VW입니다.

 

 

 

1화 같은 경우 빌드업하는 과정이라서 재미는 없고 오히려 우울한 느낌만 가득하실 겁니다.

 

하지만 2화부터 본격적으로 여주인공의 등장과 조금 더 재미있고 순애다운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조금만 버텨주세요!

 

 

 

처음 쓰는 글이라서 많이 모자라지만 잘 부탁하겠습니다.

 

분량이나 연재 주기 같은 경우, 매일 2,000자에서 3,000자 사이라고 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