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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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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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구나... 내 이름은 ₩#&*야!



 "무언가 꿈을 꾼 것 같은데..."



 그러면 잘 지내보자!



 '...뭐 아무것도 아니겠지.'




 나는 생각하다가 떠올렸다. 오늘이 바로 중요한 '그' 날인 것을.


 나는 황급히 거울을 보며, 내가 지금 어떤 꼬라지인지 확인했다.



 짧게 자른 어두운 남색의 머리카락이 완전 산발이 나 있었고, 주변에서 파란 수국의 빛을 담았다고 말하는 내 눈은 지금 비몽사몽한 상태라 반쯤 감겨있다.


 '이대로면 파트너는커녕 사람 앞에 못 나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얼른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질했다. 새싹처럼 나온 이 머리카락은 오늘따라 도저히 안 파묻힌다(?)


 그리고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 모습을 다시 점검했다.


 그 결과, 그나마 내 모습은 꽤 보기 괜찮아졌다! 머리가 원래 이래서 빡세게 집중해서 빗은 보람이 나게 조금은 차분해진 머리에, 약간의 손재주로 한층 더 뽀얘진 내 얼굴과 여러 가지 포션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재킷, 많은 재료를 넣고 다닐 차원 가방! (이건 엄청 희귀한 건데 아빠가 특별히 만들어주셨다. 아빠 최고!)


 자, 그럼 이제 곧 시험을...


"잠깐, 레이나!"


 응? 엄마가 부른다.


 "이거 챙겨가. 그리고 이건, 모험할 때 필요할 거야."


 엄마가 소량의 금화와 포션, 약재들과 그리고 제일 중요한 무기를 주셨다.


 내가 제일 애용하는 무기, 연금의 지팡이이다. 내가 손수 꾸며서 더더욱 의미 있는 무기. 두 나무 기둥이 교차하는 곳 사이사이 빈틈에 듬성듬성 수국을 장식해 넣은 내 애착 무기,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무기다. 내가 이 무기를 빼먹다니. 내 정신 좀 봐.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섰다. 빨리 안 가면 시험에 늦을 거야!



 .



 그렇게 도착한 곳은 시험관. 필기라면 이미 어제 봤고 오늘 볼 것은 바로 중요한 실기. 필기는 외우는 문제라면 실기는 실수를 웬만하면 저지르면 안 되기 때문에 더욱 긴장된다.


 좋아... 지금까지 잘 해왔어... 이것만 끝내면 나는 곧 모험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나온 실기는 참으로 나를 충격에 빠뜨리는 내용이었다. 파트너를 직접 구하고 5일 동안 기본 포션들의 잠겨있는 레시피가 담긴 도감을 해금해 완성하란 것이다.


 "...아."


 그렇다. 나는 소심하다. 그것도 매우. 그래서 파트너 하자고 물어보기는커녕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도 기가 빨린다.  

 일단 파트너 구하는 것은 1일에 포함 안된다고 하지만... '난 글러먹은 것 같다. 엄마, 아빠. 죄송해요...' 란 생각이 들어 마침 내가 서있는 곳은 시험관 강당 구석, 거기서 혼자 쭈그려 앉아 있었는데...


 ' '저기, 괜찮아?' '


 ? 작게 말한 소리가 들려 위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왠지 역광이 들어 얼굴이 안 보였다. 나 눈 나빠졌나... 가만히 있다가 작게 말한 사람이 말한다.


 ' '저기, 좀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밖에서 바람이라도 쐴래?' '


 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 사람에게 손이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뒷모습은 인파에 의해 안 보였다.


 나는 멍하니 있다가 바람 쐬려고 절벽 가까이 갔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일단 지금 상황을 정리해 보자. 감독관이 지금 파트너를 '직접' 구해서 그 사람과 '5일 동안' 기본 포션들의 잠겨있는 레시피가 담긴 도감을 '직접' 만들어서 해금해 '완성' 하란 내용이다. 아무리 실기치고 긴 내용인 건 둘째치고 문제는 '파트너'다. 아까 말했다시피 난 소심해서 말도 못 건다. 그런데 하필이면 내 인상은 주변에서 차갑다고 듣는다. 게다가 내가 철벽을 치는 타입이라서 남들도 말을 걸기가 어렵단 것이다. 한마디로 '그냥 모험 포기해라' 란 말이다. 제기랄...


 그럼 앞으로 해야 할 일? 두 가지이다. 그래도 열심히 사람을 찾아보다가 실기를 못 치르냐, 아님 여기서 포기하고 안 치르냐. 어느 쪽이던 모험가가 될 수 없단 말은 똑같다. 하... 진짜 어떡하지? 그냥 저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까? 하... 인생...


 그렇게 서 있다가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었다. 나는 놀라서 중심을 잡았지만 바람에 의해 발을 헛디뎠다.


 어? 나 진짜 이대로 죽는거야? 죽고 싶다 생각은 했지만 죽기 싫어!!!


 그렇게 생각이 교차하며 패닉 하다가 갑자기 손목이 잡힌 느낌이 들었다. 뭔가 중력이 느껴지는 것 같다. 갑자기 정신이 들어 내 손목을 잡은 손의 주인(?)을 보았는데...


 "저기! 괜찮아?  정신 좀... 차려봐!!"


 붉은색의 인상적이게 기다란 꽁지머리가 대롱대롱 거리고, 마치 장미꽃의 빛깔을 보석에 담은 것 같은 눈의 남자가 내 손목을 잡고 있었다. 아마 장미가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이러지 않을까?


 모습에 잠깐 넋을 잃고 바라보다 아차 싶어, 빨리 올라가게 노력을 했다.


 그리고 올라오고,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주저앉았다.


 ' '하, 하아... 죽, 죽는... 줄... 알았...어...' '


 왠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주륵 나왔다. 아무래도 너무 놀랐다 보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아, 천국이 보였다는 게, 주마등이란 게, 이거구나...


 그렇게 공포에 질려 있을 때 갑자기 온기가 느껴졌다. 곁눈으로 보니 붉은빛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아까 날 구해준 사람이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낯설지는 않은 포옹이었다. 그러고서 내 귀에 속삭였다.


 "괜찮아... 놀랐지? 이제 괜찮을거야..."


나는 그 차분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 덕분에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설 수 있었다.


 "그... 저... 고,고마...압습니다?"

 "아, 괜찮아! 나 너랑 동갑이야!"

 "아, 그,그...래? 고,고마워..."

 "아, 혹시 괜찮으면 나랑 파트너 하지 않을래? 마땅히 같이 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말이지..."


 뭐? 아까 뭐라고 했지? 나랑 파트너 하자고?


 그 순간 삶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 다행으로 여기고, '엄마... 아빠... 죄송하지 않아도 되겠어요!'라고 생각했다.


 "지,진짜요?!"

 "응! 나, 사실 아까부터 파트너 잘 구하지 못했거든..."

 ' '? 아니... 그 얼굴로?' '

 "응? 뭐라고 했어?"

 "아,아뇨! 저야말로 고맙죠!"

 "아, 그러니깐 존대 안 해도 된다니깐~"

 "아, 그랬었...지... 미...안... 그럼... 이름은?"

 "로제라고 해, 잘 부탁해!"

 ' '...잠깐만, 로제라고?' '


 ? 이상하다...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 왜그래?"

 "아,아무것도 아니...야... 난 레이...나라고 해. 잘 부탁...해."


 ...기분 탓이겠지. 흔하기도 하고.


 "레이나라... ...이쁜 이름이네... 그럼 앞으로 잘 지내보자!"

 "나, 나야말로, 잘 부탁해..."


 후... 파트너를 구하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이제 쉬는 건가?


 "그럼 이제 파트너 등록하자. 등록하고, 일단 쉬어 보자고."

 "응... 빨리 가자..."

 "어? 너 졸려?

 "아니... 졸린 건 아닌데 빨리 침대에 눕고 싶어... 하루만이라도..."


 그렇게 감독관에게 가서 파트너 등록을 하고, 일일 기숙사를 소개받았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바로 침대로 쓰러졌다. 의외로 침대는 푹신했다. 피로가 싹 가는 느낌이다. 바로 연금술이 된 것 같은 느낌?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그건 바로...


 "그렇게 피곤해? 나 먼저 씻는다~"


 아니 도대체 왜 쟤는 나랑 같은 기숙사지???


 아니 아무리 파트너라도 같은 성별끼리 방인 게 정상이지 않나? 남녀가 같은 한 방에 같이 있는 게 말이 돼??? 안 그래도 초면이긴 한데!!! 아... 그냥 새벽에 씻어야지... 게다가 피곤해... ... 아. 일기는 쓰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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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봄. 날씨 맑고 바람 강함.

 간단할 줄 알았던 실기 첫날이 끝났다. 파트너를 구하는 것에서 절망하고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다행히 누가 구해줘서 살았다. 덤으로 같이 파트너가 됐는데 이름이 로제다. 이상하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뭐...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아... 졸려... 피곤해... 빨리 자야지... 내일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