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로 약분할 수 있다."

"... 와, 진짜 더럽게 재미없다."

"하지만 지금은 수학 공부 중인데."

"내가 왜 이걸 적었을 거라 생각해?"


2/14라. 아무리 봐도 2 나누기 14 아닌가. 계산 결과의 마지막은 약분해서 기약분수로 만들어야 정답으로 인정해준단 말이야.


"흐아아...... 진짜, 공부만 잘 하면 뭐하냐, 옆의 여자애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아는데."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고?"

"'아~ 공부하기 싫다~' 라던가 '수학 다 없어졌으면...' 이라던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거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빨라요 범생이 자식이."


투덜대면서 다시 문제집을 푸는 호연. 적당히 긴 중단발의 끝을 꼬며 문제와 씨름하는 모습이 꽤 재미있다.


하지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그만한 지식을 계속 쌓아야 하니까.


"이건 로피탈의 법칙을 쓰면 더 쉽게 할 수 있고, 음함수 미분도 편미분 좀 써서 쉽게 넘기고... 이 적분은 공식이-"

"유찬아. 나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뭔데."

"그게 다 외워지냐?"

"하다 보니까 되던데."

"그러면서 달력은 못 외우나 보네."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문제집을 마저 푸는 나와 호연. 둘 사이의 말소리는 하나 없이 펜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방을 가득 메운다.


이윽고 조금 긴 시간이 지났을 때, 나와 호연은 모든 문제를 풀고 몸을 풀었다.


"흐으으... 오래 앉아있는 것도 엄청 힘드네."

"오늘은 이걸로 끝."

"더 안 하려고? 나야 좋지만."

"이미 꽤 많이 했으니까. 오늘처럼 적당히 하는 날도 있어야지."

"범생이도 꽤 인간적인 면모가 있구나~"


원래대로라면 한 타임 더 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솔직히 오늘은 나도 조금 힘들었으니까.


대신 쉬는 시간이 생겼으니 이 사이에 다른 걸 해 봐야지.


"... 진짜로, 2/14를 1/7로 약분한다가 네 답이야?"
"틀린 말은 아니잖아? 실제로 그 과정을 쓰지 않다가 문제를 틀린 애들도 꽤 있어."

"머리에 공부만 가득 찬 녀석 같으니... 어휴, 내가 어쩌다가 얘를-"


한숨을 쉬며 한탄하는 호연. 하지만 그건 수업 시간이었으니 그것밖에 대답할 게 없었다.


즉, 수업 시간이 아닌 지금이라면-


"자."

"어? 뭐야?"

"당 떨어졌잖아. 먹어."


당이 떨어질 때마다 가끔 먹었던 초콜릿. 비싸지도 않지만 그러기에 정겨운 직사각형 판의 초콜릿을 하나 건넨다.


"지금은 쉬는 시간이니까, 이게 대답이겠지?"

"너, 너! 진작에 알고 이런 걸?!"


글쎄. 그건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2/14. 나누기가 아닌 날짜 표기로 본다면, 이게 내 대답이야."


놀려주듯 웃으며 베어 문 직사각형 판의 초콜릿에는, 약간의 달콤함이 묻어나왔다.


달콤함이라고는 거의 없는 다크 초콜릿에서 단 맛이 난다는 게 조금 모순적이었지만, 아무튼 달았다.



*



대략적인 남캐 여캐 이미지



살짝 장난기 넘치는 여캐



겉으로는 불량해도 은근 공부 잘하는 남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