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4일, 그이의 기일이 다시 돌아왔다.
이미 머나먼 곳으로 떠나 있어서 돌아오기 매우 어려울 것이고, 돌아오더라도 오래 걸릴 것은 예상했지만, 막상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19년 4개월 23일 전, 그이는 현장조사를 위해 먼 곳으로 떠났다. 아는 친구가 미리 가 있을 거니까 괜찮을 거다. 매일 연락하겠다고 하고는 바로 떠났다.
그러나 안 좋은 예감이 들어맞기라도 한 걸까, 그이와 반대편에 있던 그이의 친구는 며칠만에 탐사 중 사고를 당했고, 며칠 후 다시 이동하긴 했지만 결국 탐사지에 도착한 지 2210일만에 눈을 감고 말았다.

그이는 아직 운이 좋았는지 탐사를 계속 진행했다.
2011년 9월, 그이가 기쁨에 찬 문자를 보내왔다. 자신이 탐사하던 곳에서 물이 흘렀단 증거인 아연이 다량 함유된 암석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기뻤다.

2017년 1월 24일, 그이가 그곳에서 탐사를 진행한 지 13년이 다 되었다. 예상기간보다 오래 탐사를 진행했다고 하며, 나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어떤 계곡에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

2018년 6월 10일, 그곳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 그이와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끊겼다. 몇달 간 그이와 통신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2019년 2월 14일,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기를 좋아했던 그이는 자신이 좋아했던 붉은 대지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었다.

모티브: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의 화성탐사.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미국항공우주국에서 화성탐사를 목적으로 화성에 보낸 탐사로봇들이며, 스피릿은 2004년 1월 21일에 발생한 플래시 메모리 에러를 시작으로 수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탐사를 진행했고, 2006년 4월 6일 기동불능 상태가 되어 2010년 3월 22일에 통신두절 상태가 될 때까지 정지 상태에서도 실험을 진행했다.

오퍼튜니티는 스피릿이 임무불능 상태가 된 이후에도 계속 탐사를 진행했고, "배터리 부족. 어두워지고 있음"을 마지막으로 임무를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