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유다!


뉴스앵커가 말하고 있었다.


"소년병 사용등의 논란이 있었던 5차 중동 전쟁의 끝으로 파병된 군인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강한석 기자가 취재합니다."


"파병되었던 우리 군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7개월동안 전쟁통에서 살아온 그들은..."


"왜 저기서만 소년병이있냐 여기서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다녀왔습니다."


"야! 이소희! 너 왜 자꾸 이러냐? 어!"


아주 작은것이라도 꼬투리가 생기면 때리고 욕하는 이런 막장부모의 밑에서 산지 10여년 난 대학교로 도망가기를 기원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힘들게 공부하고 공부한 결과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교로 갈수 있게되었다.


...


 5년이 지나고 난 대학교에 입학했다. 신입생 환영일이라고 식당에 모여서 밥 먹자고 했는데 술판이겠지. 당연하게도 술판되기 30분전인 분위기인 것을 확인하고 앉을 자리를 찾다가 같은과 선배 옆자리에 앉았다. 


술이 오고가던 중 술게임이 시작되었다.


"자자 이번에는 손병호합시다. 룰은 다들 아시죠? 저부터 시작합니다. 모자 가지고 온 사람 접어!"


...


손병호의 결과는 내가 5개를 전부 접었다. 술병이 내게로 향할때 옆에 있던 선배가 갑자기 술잔으로 팔을 뻗었다.


"흑기사하려는 거야? 재밌어지네!"


술을 마시기 싫었던 난 선배에게 고마움과 당혹스러움이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자 흑기사를 해줬다. 그 뒤로 내가 걸릴때마다 동우 선배가 흑기사를 해줬다. 난 그때마다 고마운 눈빛을 보냈다.


어느덧 취해서 사람들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흑기사를 해줬던 동우 선배는 자신 택시는 부르지 않고 선배들을 택시에 태워서 집으로 하나둘씩 보내고 있었다.


난 선배에게 다가가서 묻고 싶은게 있었다. 왜 흑기사를 해줬는지 궁금했다.


"선배 고마웠어요."


선배는 뒤돌아서 내게 말했다.


"그래. 술 마시기 싫었지?"


"아. 네!"


"다행이네 술 마시고 싶었으면 오지랖한건데."


선배가 택시를 부르려고 핸드폰에 손을 가져다대자 난 묻고 싶은것을 물었다.


"저기!"


"왜?"


"그... 아까 왜 도와주신거예요?"


"그냥 마음이 시키는대로 한거야."


예전에 망할 아빠에게 들었던 말과 함께 온 몸에 떨림이 느껴졌다.


...


"너 네 맘대로 한가지라도 하면 더 맞을줄 알아! 알았어!?"


"네... 잘못했어요..."


...


그래 선배가 하던것처럼 이제 나도 내 마음대로 할수가 있다. 난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기분이들었다. 가슴 속에서 같혀있었던 몇 가지가 자아를 찾고 내 마음 속 고독을 지우고 대신 자리 잡았다. 이것들이 뭐지라는 생각 속에서 빠져나오게 된건 선배의 말이다.


"연애 감정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야 일단 택시는 불렀어?"


아무래도 내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을 내가 착각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아니요?"


"그래? 그럼 불러줄게"


"괜찮아요! 그 먼저 들어가세요?"


"조심히 들어가라!"


다정한 목소리와 이유 없는 배려를 난 부모에게서 받지 못하고 오늘 처음보는 선배에게 들었다. 기뻤다. 가슴 한켠에 채워지는 처음 느끼는 감정이 요동쳤다. 


그 뒤 대학 생활을 하던중 조별과제를 만들때 같은조로 하게되었다. 현대 전쟁 목록 중에서 조별과제를 만들라는것이었다.


"저희는 5차 중동 전쟁으로 하죠."


조별과제 선배 강우진 선배가 말했다. 


"그건 싫은데 다른거는 없니?"


동우 선배가 그렇게 말을 하니 다들 이상한듯 쳐다봤다. 무슨 주제든 군말 없이 하는게 동우 선배였다. 그런 동우 선배가 그렇게 말하니 다들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강우준 선배가 입을 열었다.


"아니 동우야. 이라크는 현준이가, 우크라이나는 예원이가 가져갔어. 이것빼고는 할게 없어."


"... 알았다."


조별과제의 주제를 확정하고, 조별과제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5차 중동 전쟁은 이스라엘의 불경기로 인해서 시작되었습니다."


ppt에는 당시 이스라엘의 경제 그래프와 여러 가게가 폐업한 자료들이 펼쳐졌다.


"5차 중동 전쟁에 있어서 빠지지 않는 논란은 당연하게도 소년병 사용이죠. 13세에서 16세가 주 구성원이었고, 최연소는 10세였습니다. 상당수의 아이들은 부모에게 학대 받아 버려져서 생계가 어려운 소년들이 지원했다고 하는데요..."


내 머리속은 망할 아빠라는 작자의 얼굴로 가득찼다. 동시에 저 아이들이 불쌍하고 나와 같다는 생각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먹임이 나왔다.


"또한 여러 화학적 병기가 사용되었는데..."


발표를 하던도중 교수가 발표에 집중하던차에 동우 선배가 조용히 일어나서 문을 여는 소리도 닫는 소리도 없이 나갔다. 뒷 자리에서 보던 나를 제외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거 같았다.


발표가 끝나고 소리소문 없이 돌아온 동우 선배의 눈이 약간 빨갛게 되어 있었다.


난 동우 선배만 따로 불러서 같이 술을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난 물어봤다.


"선배 왜 발표듣다가 나간거예요?"


"아... 봤어? 그 아이들이 불쌍해서 그 생각하다가 감정이 조금 격해져서 밖에 잠깐 나갔다왔어."


"선배 그러면 아동학대 당한 아이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힘든 하루를 보내고 이겨낸 사람들이지. 그런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곁에 많이 있어. 그 사람들에게는 잘못도 없으니 욕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


"알겠어요. 화장실좀 갔다올게요."


난 화장실에서 숨죽여 울었다. 


그 뒤로도 난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냈다. 대학교에서 사귄 친구들도 재밌고, 느끼지 못한 자유와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았다. 동우 선배의 말로 깨어난 감정인 사랑을 갈망하는 감정만은.


동우 선배는 이따금씩 하는 실수도 용서해주고, 내게 다정하게 대할때마다 마음속에 있었던 사랑을 원하는 감정이 요동치는 하루를 난 보냈다.


이런 사람에게 사랑 받는다면 한없이 행복할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사랑 받으면 내가 가진 고독도 지우겠지... 고백할 날짜까지 잡고 수 없이 연습하고 dm으로 고백을 하려던 찰나 난 깨달았다. 내가 가진 감정은 일방적으로 원하는 것.


선배는 그들을 욕해서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사랑을 받고 싶어서 사귀자는 것이다. 동우 선배 같은 사람에게 내가 곁에 있어서 고통을 주면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니까 나보다 좋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이미 '선배'라는 말을 보냈다. 난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카톡에서 치려던 내용을 지우고 곧 일주일뒤에 있을 선배에 생일날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고 물어봤다.


"어..."

"딸기 케이크"


다음날


"야 들었냐? 양동우 어머님 돌아가셨데."


"아 그래서 학교 안 나왔어요?"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난 학교가 끝나고 바로 동우 선배가 있다는 장례식장으로 갔다.


"동우 선배..."


동우 선배는 힘들게 눈물을 삼키면서 나를 바라봤다. 눈물을 흘리긴 했는지 눈물이 진 뺨이 보였다. 내가 닦아주자 선배가 입을 열었다. 


"... 소희야 고맙다."


"선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울어주고 싶었다. 선배의 고통을 난 대신 짊어줄 수가 없다. 집으로 돌아간 난 선배를 생각했다. 슬퍼하던 모습에서 난 다시금 이런 남자가 날 사랑해줬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멍청하기는 지금 선배의 마음도 헤아리지 않고 고통을 덜어줄 방법도 없는 내가 무슨 수로 선배에게 사랑을 받기를 원하는건지 난 역시...


3일이 지나고 장례식이 끝났지만 학교에 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슬픔에 겨워 오지 못하는거려나 생일날까지도 모습을 보이지 않자 난 딸기 케이크를 들고 선배의 자취방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고 난 케이크를 든 손을 떨어뜨렸다.


내가 본 광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