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색종이의 꽃가루가 흩날린다.

골목마다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모를 용사를 찬미하는 노래가 울려퍼진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음악소리에 맞춰 춤추고 웃는다.

수도에서는 며칠째 마왕을 무찌른 용사의 귀환을 축하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창밖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용사의 표정은 묘했다.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 괜찮은가?"



전사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은 용사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전사의 말처럼 이 즐거운 날에 어울리는 얼굴은 아니었다. 



"보나마나 '나는 저들을 위해서 마왕을 무찌른 게 아닌데 이렇게 추양받아도 되는 건가?' 같은 쓰잘때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겠지." 



지금 심란한 것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자신은 그저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일념으로 마왕과 싸웠을 뿐인데.

세계의 평화화 인류를 위한 숭고한 행동으로 찬양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용사는 주머니에서 보석을 굴리고 있는 손을 뺐다.



"언니가 뭐라고 했어? 남들이 즐기고 있을 때는 그냥 즐기라고 했지?"



벌써 두 접시 째의 다과를 비우고 있는 마법사를 향해 용사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웬지 조금 긴장되어서요."

"뭐야. 귀환식 때는 멀쩡하더니. 무대 공포증이라도 생긴 거야?"



마법사의 물음에 용사 대신 성자가 웃으며 말했다.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귀환식과 달리 성검 반납식은 간단하게 진행되거든요."

"아 그거 말인데. 반납식 뒤에 바로 귀환 의식이 있는 거야?"

"네. 용사님도 빨리 연인에게 돌아가고 싶으실 테니까요."

"그런 건 아닌데..."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몸을 베베 꼬는 용사를 보며 아빠 미소를 짓는 성자와 달리 마법사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쓰게 웃었다.



"네 열렬한 사랑은 잘 알고 있지만 귀환을 조금 미룰 수 있으면 미룰 수 있나 해서."

"무슨 일 있어요?"

"그게..."



용사의 부끄러움이 옮기라도 한 건지 마법사는 몸을 베베 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사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마법사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리며 말했다.



"고향에 돌아가면 바로 식을 올리기로 했다. 나도 아메도 용사 네가 우리의 축하해 주길 바라는데, 어려운가?"

"식이요? 무슨 식 말인가요?"

"당연히 결혼식이지. 그럼 장례식이겠나?"

"어 근데 아메? 아메가 누구..."

"...마법사님의 애칭이겠죠."

"전사님이랑 언니랑 결혼한다고요?"



대마법사 아멜리아.

명언은 월간 마탑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자신의 반려는 오직 마법 뿐.'이라고 말해 마법사들의 존경과 부모님의 실소를 동시에 받은 여자.

그런 그녀가 부끄러운 듯 전사의 손에 얼굴을 부비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여정 내내 두 사람 맨날 싸우기만 하지 않았어요? 언제 그렇게 된 거에요?"

"애정과 증오는 한 끗 차이라고 하죠."



성자의 말에 전사와 마법사는 얼굴만 붉힐 뿐 부정하지 않았다.

용사는 둘에게 달려가 손을 꼭 잡았다.



"당연히 축하해 드려야죠!"



원래 세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소꿉친구이자 연인에게 당장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동료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지 않고 떠날 만큼 그녀는 매정하지 않았다.



"성자님. 분의 결혼식 뒤에 돌아가도 될까요?"

"물론이죠. 제가 이따 대주교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성자의 말에 세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며 환하게 웃었다.



"용사님, 성자님."



노크 소리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온 근위대원은 킬같이 경례를 마친 후 용사와 성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용사님, 갑시다."

"그럼 조금 이따가 봐요!"



벌써 부부라도 된 것 같이 다정한 모습으로 손을 흔드는 전사와 마법사를 뒤로하고 용사는 문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원정 이후 처음으로 다시 마주한 대성당의 여신상의 모습은 기억과 달랐다.

분명 위압감이 느껴지고 칙칙했던 것만 같은데.

지금은 따뜻하게 안아줄 것 같이 포근해 보였다.



"의무를 다하고 여신의 품에 돌아온 그대를 환영한다네. 용사여."



용사는 부모에게 자랑하듯 가슴을 쭉 피고 대주교의 앞에 섰다.



"감사합니다. 대주교님."



대주교는 웃으며 어느새 그 옆에 선 성자가 들고 있는 함을 가리켰다.

신성한 천으로 장식한 함에는 검 한 자루 눕힐 수 있을 것 같은 홈이 파여 있었다.

용사는 검집에서 성검을 뽑아들어 공손하게 함에 넣었다.

성자가 함을 닫자 성검의 빛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성검을 뽑은 후 몇 년동안 함께한 여신의 축복이 용사의 몸에서 사라졌다.

그 용사는 새삼 정말 다 끝났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다 된 건가요?"

"네. 끝났습니다. 용사님."

"그 동안 정말로 감사했어요. 아, 맞다. 나 줘야 할 게 있는데..."



용사가 웃으며 대주교와 성자에게 감사 인사를 표하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려고 할 때,  성당 가득 마법진이 펼쳐졌다.

용사는 당황한 얼굴로 성자에게 물었다.



"성자님. 아까 말한 것 처럼 저 전사님과 마법사님의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간다고...읏!"



용사는 갑작스러운 흉통에 가슴을 부여잡았다.



"서, 성자님?"

"용사님. 이건 여신님이 기적이나 전송마법이 아닙니다."

"그, 그럼?" 

"일종의 봉인진이죠."

"네?"



마법진 중앙에서 튀어나온 마력의 쇠사슬이 용사의 목과 팔을 휘감았다.

동시에 사슬은 그녀의 남은 마력을 모두 짜내며 영혼까지 묶으려 했다.



"커헉!"



하지만 용사는 한 쪽 무릎만을 꿇었을 뿐.

사슬에 저항하며 다시 일어서려 했다.


"여신님의 축복이 사라졌음에도 이 정도 마력이 남아있다니. 역시 용사군요."



용사는 어느새 대주교를 뒤로 하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성자에게 이를 갈며 물었다.


"...대체 왜?"


"이유는 많지만 가장 큰 걸 꼽자면 저희에게는 용사님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낼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이유는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정치적, 종교적인 부산물이죠."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어?"

"네. 저도 여러분 모두를 속이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답니다."



전사와 마법사와는 상관없이 처음부터 자신들이 꾸민 짓이라 자백한 성자는 함을 다른 성직자에게 건내고는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냈다.



"여신님과 이 나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 부디 이해해 주시기를."



마물의 핏자국이 선명하게 묻어있는 모닝스타의 자루를 만지작 거리며 성자는 슬픈 얼굴로 물었다.



"그래도 동료였던 자의 피를 보고 싶지는 않은데. 얌전히 봉인당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웃기지 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작 팔을 조금 움직이는 게 전부였다.

성자는 기듯이 땅을 짚으며 몸을 움직이려는 용사를 보며 작게 혀를 차며 모닝스타를 들어올렸다.



"유감입니다."



모닝스타가 유성이 되어 용사의 머리를 내려찍음과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대주교님 괜찮으십니까?"

"무, 무슨일이 일어난 건가?"



간신히 충격파를 막으며 대주교를 감싼 성자는 쓰러진 그를 부축하며 주위를 살폈다.

성자에게 함을 건내받은 성직자는 그대로 날아가 여신의 발치 앞에서 허리가 꺽인 채 죽어있었다.

그 충격에 살짝 열린 봉인함의 틈에서는 성검이 어둠의 강림을 경고하듯 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딱 한 번 성검이 저렇게 빛나는 것을 본 기억을 떠올린 성자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마왕이 죽기 전에 내게 말했지."



연기로 가득찬 마법진 중앙에서 용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가 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날 원래 세계로 돌려보낼 방법 따위는 없다고 말야."



아니, 용사의 목소리였지만 그것은 용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음산했고 어둠에 차 있었다.

목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성검의 경고의 빛은 더욱 커졌다.



"그런 개소리는 집어 치우라고 성검으로 목을 찔렀는데. 그 말이 맞았네. 괜히 미안하네."



연기를 헤치고 걸어아온 용사는 다 찢어진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성자에게 보여줬다.

깨진 채 빛을 잃은 보석을 보며 성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마왕의 정수."

"그래. 마왕이 죽어가면서 내게 건내줬어. 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던 걸까?"



용사는 어색한 듯 머리에 돋아난 힘이 멋대로 뻗어나간 것 같이 생긴 뿔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을 성자의 어깨 너머로 본 대주교는 비명을 지르듯 소리질렀다.



"마, 마왕!"

"틀렸어. 용사야."



대주교의 비명 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성당 문이 열리며 성기사들이 들이닥쳤다.

성자는 다급하게 손을 뻗으며 외쳤다.



"안 돼! 멈춰!"



누구에게 한 이야기 였을까.

용사는 낑낑거리며 뿔 끝에 박혀있는 성자의 모닝스타를 뽑아들고 가법게 휘둘렀다.

여신의 적을 향해 용맹하게 돌진하던 성기사들은 그대로 고깃조각이 되어 스테인드 글라스를 붉게 물들였다.



"하하. 씨발."



소녀에서 용사로, 용사에서 마왕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그녀는 자신이 만든 참극을 보고 쓰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을 바라보는 것 밖에 못하는 성자를 지나서.

사람이 터지는 소리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대주교를 지나서.

허리가 부러진 채 여신의 발 위에 뒹굴고 있는 성직자를 지나서 봉인함으로 향했다.


무릎을 꿇고 함을 열자 성검은 혼란스러운 듯 경고의 빛을 깜빡이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그녀는 안도하며 성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성검에서 푸른 불길이 일며 그녀를 거절했다.



"그래. 너도 어쩔 수 없겠지."



용사는 검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슬픈 듯 중얼거렸다.

갈색 피부, 힘차게 뻗은 뿔, 얇은 피막의 날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 성검을 휘두르던 소녀는 이제 없었다.



"용사! 성자! 괜찮아? 대성당에서 엄청난 마력 폭발이 느껴져서..."



대성당에 들어온 마법사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피빛으로 가득찬 성당 한 가운데에서 용사를 꼭 닮은 마족이 그녀를 보며 힘 없이 웃었다.



"미안해요 언니. 결혼식은 못 가게 됐어요."



그녀를 뒤이어 들어온 전사는 쓰러지는 마법사의 어깨를 붙잡고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용...사?"

"전사님. 언니를 꼭 행복하게 해주세요."



피막의 날개를 활짝 펼친 마족은 그대로 대성당의 지붕을 뚫고 날아올랐다.



"어째서...?"



날아가기 직전, 마법사는 마족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굴러 떨어진 걸 봤다.

그녀는 전사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피 웅덩이를 지나 성자의 멱살을 끌어당겼다.



"너 이 사이비 새끼 우리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



자신이 부순 천장을 통해 홀에 들어온 그녀는 날개를 접었다.

천장의 틈을 통해 들어온 달빛은 그녀를 인도하듯 왕좌를 비췄다.

그녀는 말 없이 자신이 죽인 자가 얼마 전까지 앉아있던 왕좌에 앉았다.

돌로 만들어진 왕자는 온기 하나 없이 너무나도 차가웠다.



"...아 구해줘. 이젠 싫어 제발..."



어릴 적 놀이터에서 그랬던 것과 같이 무릎을 끌어안은 채 한없이 그를 불러 보았다.

하지만 위로하는 목소리도, 머리를 쓰다듬는 따뜻한 손길도 돌아오지 않았다.



"제발...신부로 맞이하러 오기로 했잖아...제발 나를 여기서 구해줘..."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헛된 바람이 되어 절망과 함께 돌아왔다.

뜨거운 것이 눈에서 흘러나와서 무릎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왕님."



불쑥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왕좌 아래에 시녀장으로 보이는 마족이 공손히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꺼져."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력의 탄환이 메이드장이 서 있는 곳 바로 옆에 직격했다.

하지만 시녀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인간의 군대가 비명의 산맥 근처에 집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난 너희의 그 썩을 마왕이 아니야. 그러니까 죽이든 살리든 너희가 알아서 해."

"...전 마왕님께서는 이 세계와 다른 세계의 경계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시녀장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자신의 새로운 주인의 반응을 살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세계의 문을 열 수 있다면 인간이 용사를 소환해도 돌려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연구라고 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들고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한 시녀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연구를 끝마치지 못하고 당신의 손에 목숨을 잃었지만 긴 시간의 연구 동안 몇 가지 성과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연구를 완성한다면 그렇게 찾으시는 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 소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연구 자료는 어디 있지?"

"마왕의 서고 입니다."



마왕의 서고는 대마법사 아멜리아도 들어가길 포기한 곳이다.

들어갈 수 있는 자는 오직 마왕 뿐이었다.



"...나보고 마왕이 되라고?"



시녀장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무거운 침묵이 홀 안에 흘렀다.

마왕은 천천히 왕좌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일단 서고부터 확인하고."

"안내하겠습니다."



*



마왕 토벌 후 마계로 진격한 성기사단과 왕국 연합군은 대패했다.

마왕에게 당한 상처가 악화되어 사망한 용사와 그 동료인 마법사와 전사의 잠적이 있었다고 해도 지나치게 참혹한 패배였다.

혹자는 비명의 산맥의 혹독한 기후나 급조된 연합군의 합동 훈련 부재를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은 입을 모아서 이야기 한다.

마왕이 부활해서 마족을 이끌고 있었다고.


끔찍한 패배의 결과로 왕국은 분열되었다.

국력의 감소로 마족의 손톱에 그대로 노출된 변경의 인간들은 자신들을 구원해 줄 용사를 내려 달라고 여신에게 기도하고 죽어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200년이 흐르자 여신은 새로운 용사를 인간에게 내려줬다.


용사의 모습을 수정구슬로 전달 받은 마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이세계의 문을 여는 연구는 완성되기 전이었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수정구슬 속 용사는 마왕의 연구의 이유이자 삶의 전부인 그 사람이었다.

마왕은 배신당한 이후로 처음으로 여신에게 감사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지?'



이대로 용사와 마주하게 되면 이전에 자신이 그랬듯 마왕과 용사로서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에 박힌 용사로서의 숙명을 잊어버리고 자신을 알아보게 만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마왕은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 동안 서고에 틀어박혀 고민에 빠졌다.



*



"네? 용사의 일격에도 부서지지 않을 함정을 만들라고요?"

"그렇다네. 가능한가?"



마왕의 요구에 함정 기술자는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이것은 기회였다. 

그동안 이론에만 머물던 자신의 대용사 함정 설계를 실증할 수 있는 철호의 기회.

그것도 마왕성의 전적인 지원으로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장인의 삶에 있어서 최대 도전일지도 몰랐다.



"네. 가능합니다."



함정기술자는 애써 흥분을 삼키며 태연한 척 대답했다.



"그럼 이 컨셉에 맞춰 제작을 부탁한다."



마왕은 씨잇 웃으며 그에게 양피지를 건냈다.

함정기술자는 공손히 머리를 조아리며 양피지를 받아들어 펼쳤다.



<O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삶의 최대 도전을 마주한 흥분과 기대에 불타던 장인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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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용사의 일격에도 부서지지 않을 함정을 만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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