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떠나간 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 년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안 가득 밥알 떠 넣는 일이다

 

옛날 옛날적

그 사람 되어 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 막혀 나 죽으면

원도 없으리라

 

그러나

나 진실로 슬픈 것은

 

언젠가 너와 내가

이 뜨거움 까맣게

잊는다는 일이다


-문정희, 『이별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