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착실하고 남자인 내가 봐도 귀엽고
성격이 엄청난 친구가 하나 있었음. 심지어 키도 170정도.

회사에 갓 취직했을 때 23살이었고 당시 나랑 나이 차가 5살 정도 나서 그냥 부하로 생각했는데 나 엄청 힘들었을 때 먼저 다가와서 위로해 주더라. 이 이후로 내가 동생 취급해 주면서 술 사주고 관계가 좋아짐.
이 친구를 A라고 하겠음.

이 정도라서 여직원한테 인기가 아주 많았는데 이놈은 바보인지 의식하는데 무시하는 건지 대쉬 받아도 그냥 고맙다고 미소 날리더라.

그리고 사내 여직원들이 성격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서 나는 눈치 좀 챙기라고 말 안 하고 있었음.

그리고 1년 전쯤에 내 부서로 여직원 한 명이 들어와서
그러려니 했는데 이 친구가 성격이 엄청 좋았음.
별 말없이 일하고 누가 실수하면 자진해서 도와주고.
이 친구를 B라고 하겠음.

그래도 나랑은 나이 차가 7살이나 나서 나는 그저 바라보고 다른 남직원이 고백하겠거니 해서 놔두고 있었음.

그러다가 취업 4개월 후 A랑 B가 같이 야근하는데 나까지 남아서 대단히 뻘쭘했음. 나는 그날 밥 못 먹어서 일찍 퇴근하고 싶었는데 B가 A에 추파를 던지더라고.

그걸 멍청한 A는 그냥 고맙다고 살인미소 날림.
그때 고구마가 위장 가득 채워지며 배고픔이 사라짐.
존나 고맙다 눈치 없는 놈아.

나조차 이런데 B는 어떠하겠어? 미치지...

그래도 B가 A랑 나랑 친분이 두터운 걸 알아서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나는 성심성의껏 답변해 줌.

그리고 혹시 몰라서 A에 B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솔직히 좋아하는데 B 감정을 모르겠다는 거야.
그때 속 터져서 등짝 한 대 갈기고 담배 주면서
그러면 화끈하게 고백 한번 해보라고 함.

싫다고 해서 실패하면 고기 사준다고 무슨 고기요 이 지랄 해서 소고기 사준다고 하니까 하더라.

다음날 또다시 야근이 잡혀버린 B랑 나는
일부로 밥을 안 먹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함.
A에도 밥 사준다고 먹지 말라고 함.

그리고 3명서 고기 먹으러 감.
나는 눈치가 있어서 A를 밖으로 담배를 핑계로 나오도록 하고 고백 안 하면 손절한다고 말함.

나는 일찍 자릴 비우고 밥은 당연히 내꺼 카드로 긁음.
시발 내 17만원...

그리고 다음 날 점심쯤 결과 물어보려고 아침에 출근했는데 둘이 연애질하고 있더라. 결과는 안 봐도 뻔해서 그냥 축하한다고 해주고 바라만 봤는데...

오늘 이 둘 결혼식 다녀왔음. 속도위반까지 해서 쌍둥이까지 신부가 품고 있더라.칙칙한 사내복만 입었던 A가 멋진 슈트 입고 두 사람의 아빠가 된다는걸 생각하니
현실이 아닌거 같았음

나도 솔직히 B에 감정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만 내가 신뢰하는 동생이랑 이어줬다고 생각해서 괜찮았음.

그리고 축의금으로 2백 넣고 왔음.
부디 이 둘이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