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편집자도 사람이다. 당연히 취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토리시마 카즈히코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 편집자.

만화 편집자 중 전설 이라고 하니까 어쩐지 어감이 생활의 달인 같은 느낌이 나긴 하는데, 현재 우리가 아는 일본 만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단 걸 생각하면 엄청난 양반이시다.

알다시피 일본은 한국보다도 보수성향이 강한 나라고 특히 전통적 관계나 갑을관계의 위치가 중요한데다 이 양반이 편집하던 시절은 한국에서도 낭만의 시대라 불리던 80~90년대였다.

로맨틱 코미디 전개를 좋아했다던 이 사람과 관련된 썰을 알아보자.


때는 1970년대 후반, 디자인을 배웠다가 회사 때려친 백수 하나가 돈이 없어서 만화 공모전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소년 매거진에 공모하려했는데 월간 공모라 짤리고 주간 공모를 하던 소년 점프에 공모했는데,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위에 있는 토리시마 아저씨에게 눈에 띈 양반이 있었으니



토리야마 아키라(드래곤볼 작가) 되시겠다. 오른쪽은 토리시마

그런데 안그래도 갑을관계와 비즈니스관계로 깐깐했을 당시 만화판에 신인 만화가가 받는 대우는 혹독했는데, 토리시마는 어느날 토리야마가 가져온 원고를 읽어보고는

그대로 세절기에 갈아버렸다.

미친놈아녀 이거.

그 외에도 옴니버스 개그만화인 닥터 슬럼프 연재중 개그가 맘에 안들면 그 편을 통째로 다시 그려야한다던가 해서 토리야마가 매우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토리야마와 토리시마의 관계는 여러모로 재미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편집자 딸내미를 편집자 얼굴로 그려버리질 않나.



닥터 슬럼프 악역으로 써먹질 않나


피콜로 대마왕 모티브도 토리시마였다고 한다. 그리고 죽였지.

그 와중에 그걸 허락을 해주네...


하여튼 이런 관계가 지속되던 와중 토리시마는 드래곤볼 연재중이던 토리야마에게 자신의 취향이 담긴 의견을 내놓게 된다.

'손오공이랑 브루마랑 러브코미디 전개를 만드는 건 어떨까?'


근데 알다시피 드래곤볼에 연애요소따위가 거의 안나온다는 건 모두 알고있는 사실이겠지.

게다가 저거 들어서인지 브루마 말고 치치랑 결혼함.

사실 토리시마는 손오공 성장하는 것도 반대했대. 그래서인지 손오공 바로 어른되고...


하필 자기가 키운 초히트 만화가가 지 말은 죽어라고 안들어주던 토리시마에게도 말 잘듣는 착한 만화가가(그리고 똑같이 졸라 갈궈댔던) 있었으니



비디오걸의 카츠라 마사카즈 되시겠다.

뭔 만화가가 포켓몬도 아니고 초대박급을 둘이나 키우고 다녔냐.

윙맨을 그리던 마사카즈에게 러브 코미디물 어떰? 하고 물어봐서 나온게 바로 비디오걸

알다시피 비디오걸, 아이즈 이런 만화는 연애와 사랑이란게 엄청 듬뿍 나오니까 아마 토리시마가 좋아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다루기도 또 졸라 잘다뤘음.

근데 카츠라 마사카즈 아플때도 갈궈댔다함. 뒤에선 독자 응원 엽서 코너 이런거 만들어줬다고 하지만.


닥터 슬럼프 하나로 일본 납세자랭킹 top10에 들어간 토리야마를 발굴하고, 그 유명한 드래곤볼의 편집까지 담당하고, 카츠라 마사카즈같은 대형 작가를 또 발굴해낸 토리시마는 당연하다는 듯 승진가도를 달리게 됐어.

이후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소년 점프 편집장 자리에 오르게 되는데 당시 소년 점프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냐면

흔히 말하는 점프 암흑기

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드래곤볼, 유유백서, 타이의 대모험, 슬램덩크 등이 전부 비슷한 시기에 완결이 나버리고

경쟁 만화 잡지인 소년 선데이에선 명탐정 코난, 이누야샤, 소년 매거진에선 소년탐정 김전일, 러브히나, GTO 등이 연재되고 있어서 점프가 밀리던 시기였어.

보면 알겠지만 추리만화 붐이 일어나서 남자애들이 다 추리만화 읽었는데 점프엔 그런게 없었고, GTO, 요리왕 비룡, 러브히나 처럼 좀 다양한 장르가 잘나가던 시기여서.


물론 그때 점프에도 바람의 검심같은 대작이 연재중이었지만, 솔직히 바검은 남캐가 인기가 많아서 여성 독자들이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하더라. 남성독자들은 러브히나 같은거로 빠지고.


뭐 하여튼 이런 위기상황에 편집장으로 승진 겸 구원등판하게 된 토리시마가 발굴해낸 만화가가 있었으니



원피스의 오다 에이치로 되시겠다.


그런데, 토리시마는 원피스를 지가 뽑고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해. 화면 구성이 이해가 안가서 아직까지 3권밖에 못봤다나 뭐라나.

오다도 자기꺼 맘에 안들어한다는 거 알고 신인때 원피스 성공하면 깨갱 한마디 해주세요. 이러고 그래 했다가 신년회에서 만나서 진짜 해버렸다고.

이유야 뭐 캐릭터 디자인을 자꾸 커트하게 가져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다들 알지만 원피스에 연애요소가...있나?

핸콕이 찝적대는거 말고 솔직히 루피놈은 소년만화에 이 정도로 고자새끼여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자놈이잖아.


또 발굴해낸 초대박급 만화가가 러브코미디랑은 진짜 직살나게 인연이 없는 이 불행한 편집자가 말하는 가장 안좋은 편집자.

'만화를 좋아해서 작가 미팅할 때 자기 취향 강요하는 편집자'

...?


결론은 비디오 걸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