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우니라
- 공자 -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그의 책에 쓰여저 있던 문구였다.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나는 구석에 치워버린지 오래였던
고등학생 시절의 책을 창고에서 다시 꺼냈다.
“여보 혹시 공부좀 가르쳐 줄 수 있어?”
“왜?”
“아니 당신.. 처음 만난 날이 생각이 났거든. 그때 당신이 들고 있던 책에 써있던 구절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냥..”
나는 창고에 있던 내 책들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고등학교 책들..이네? 이건 왜 가지고 있었어.”
“그때 당신이 말한 것처럼..
아마도 배움에 대한 미련을 그때도 가지고 있었나봐..
전남친 몰래 옛날 집에 놔두고 있었는데..
결혼하고 여기 이사올 때 가져왔었거든.“
”옛날집..?“
”아.. 부모랑 살던 집, 예전에 불탄지 오래인 집이라
거기에 내가 상자 하나 놔둬도 아무도 몰랐을 거야.“
“그래? 그러면 뭐.. 가르쳐 줄게.
그래도 아직 고등학교 교사는 하고 있으니까“
”교사는 더 오래할 수 있는 것 아니야?
당신도 나도 이제 겨우 50대인데..”
“그렇긴 해도.. 나이는 힘들긴 해.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 같은 열정은 이제 힘들다고.“
”그런가..“
나는 그의 모습에서 느껴지던 세월의 풍파에 뭔가 묘한 기분을 느끼며 내 추억이 담긴 상자를 뒤적거렸다.
”아 이거..“
그러다가 나는 상자 안에서 큰 책 하나를 꺼냈다.
”이거 진짜 오랜만이다..
더이상 보기 싫다고 여기에 넣어놨었나?“
”그게 뭔데?“
”보고싶어? 특별히 보여줄게.”
그건 전남친을 만나기 전 까지의
내 인생을 담은 일종의 책과 같은 것이었다.
“당신, 이런 것도 쓰는구나..?”
”그냥, 나중에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다면 주고 싶었거든.”
“그래? 근데 처음 만난 날엔 왜..“
”공원에서 처음 만난 이상한 남자가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될 거라고 누가 알았겠냐고 -.-“
”아하.. 인정해.“
나는 그에게 이 책을 건네며 말했다.
“이 책을 쓴 날은 그래도..
살고 싶다는 희망을 잡으며 살아왔거든.”
그는 책을 받으며 내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책 하나 써볼래?“
”무슨 책..?“
”뭐 자서전이든 뭐든 좋으니까..“
”응, 좋아.“
나는 그의 제안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나는 ‘나’의 책을 그에게 건네고 ‘그’의 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잠시 긴 추억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