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래, 이게 좋으려나.


"삶이란 무엇인가?"


터져나온 선문답에는 갈길 잃은 좌중의 소음이 흩어졌다.


--


"으엑, 교양이라고 해서 만만한건 아니네-."


침음성 뒤섞인 얄팍한 소음이 뒤얽혔다.

잠식하는 질문은 바로 옆의 이야기조차 들리지 않게 할 만큼 선명한 색을 띄고 있어서 였을까.


"응? 어디-"


그래서, 발을 돌려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와 멀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 대명제로부터 눈을 떼지 않은채.


"이쪽에 맛있는거 별로 없잖아?"


"먹으려고 사는게 아니니까."


"하긴, 그러니 키가 작지."


침묵이 이어졌다. 작은 사람에게 작다고 놀리는 것 만큼 나쁜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태연하게 웃었다.


"커서 좋겠다. 너는."


"아니, 그게-"


"단순한 동경이야. 화난게 아니라."


나를 오래 봐온 사람들도 헷갈리곤 한다. 그래봐야 한 학기 지내온 친우가 이를 알아챌 리 없어서, 미안하다고 읖조리면서도 자존감을 올려줄만한 단어의 나열을 뱉어내지만.


"정말, 화난게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냥.


"그냥 부러운거야. 가지지 못한 것에."


가면을 뒤집어쓰고 연기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이 가면을 벗겨내줄 누군가를 위해서.


"그러니, 네가 그리 좋아하는 밥이나 먹으러 가자."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열의에 가득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하지 않고, 날을 세우지 않고, 스스로 하여금 따르게 하는 이의 가면을.


"묵직한건 먹고 싶지 않은데, 면 종류가 좋을려나?"


"이새끼는 면에 환장한 귀신이 들렸나."


하하- 하고 옅게 웃었다.

그런가. 나는 면을 좋아했던걸까.


"뭐, 그건 그것대로 칭찬이네. 갑시다, 형제님!"


"으웨엑..."


기껏 산뜻하게 웃어줬더니 돌아오는 반응이라.

허허, 하곤 씁쓸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본 거리에는-


"---."


벚꽃 나무에 말을 거는.

기묘한 풍광의 이채가 눈에 서렸다.

하지만, 그 도폭에 담긴 유려한 선은 선명히 찍혀서 쉬이 사라지지 않고.


"---. ■■■■?"


주변의 소음 마저 지워버리는 압도적인 주선율의 파장에.

어제까지만 해도 소년이었던 청년은 그렇게 눈이 멀었다.


"얄궂네요, 선배님?"


"□□ □□?"


자신이 기묘하게 붕 뜨는 감각. 무어라 말을 뱉는지조차 잊어버릴 만큼의 한 순간의 도폭, 아니.


풍광명미.


"하항, 이번엔 그런걸까요?"


짧은 침묵과 의아함을 곁들인 찰나의 순간.


"이름 조차 기억하지 못하실만큼 뒤로 돌아왔구나-. 에구, 서운해라."


조잘 거리는 잔상 마저도 그리 달큼하기에.

흑청빛을 띄는 얇은 머릿결은 주변에서 나풀거리며 얕은 시트러스향을 남기면서도.


"제 이름은 수련. 유자 성에 수련을 써요."


가볍게 한 걸음 잰 듯 걸어 거리를 좁히더니 다섯 걸음.

흐흥, 하고 요사스럽게 웃어내는 꼴이 머리를 휘젓는 꼴이였다.


"다음에 뵐 땐, 기억해주세요?"


--


새벽 감성에 따라 적어보긴 했는데.


그리 부끄럽지 않을 때 올려두어야 올릴 수 있을거 같아서.


반응이 나쁘지 않다면 이어가볼게.